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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언박싱]서부벨트냐 동부벨트냐…종로의 판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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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총선 언박싱(unboxing)-더비’는 제21대 총선에서 화제의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와 속사정, 중앙일보만의 깊이있는 분석 등을 꼭 집어 정리해드립니다.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는 대선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바라보는 곳이다.
종로구에 속한 안국동ㆍ삼청동은 조선시대 ‘북촌’이라 불리며 명문세가, 고관대작들이 거주했다. 청와대와 주요 공공기관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윤보선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당선된 뒤 10년을 전후해 대통령에 올랐고, 장면 전 총리를 비롯해 박순천ㆍ유진오ㆍ장기영 등도 이곳을 기반으로 정치권 거물로 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며 얘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며 얘기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출격해 이번 총선 최대 빅 매치를 완성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의 우세가 줄곧 이어졌다.

종로구의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종로구의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럼에도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4년 전 20대 총선 때는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는 45.1%, 정세균 민주당 후보는 32.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작 선거에선 정 후보가 52.6%를 얻으며 39.7%에 그친 오 후보를 크게 눌렀다.
정치권에선 동서 결집력, 안정론과 심판론, 샤이 보수 등을 여전히 종로 선거의 변수로 꼽고 있다.

관전 포인트 1. 동부 벨트냐, 서부 벨트냐

종로구 역대 총선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종로구 역대 총선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종로구는 전통적으로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 혼재한 서민 주거지인 창신동ㆍ숭인동ㆍ이화동 등의 동부 벨트와 평창동ㆍ부암동ㆍ사직동 등의 고급 주택지가 밀집한 서부 벨트로 표심이 갈린다.
동부 벨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하고, 서부 벨트는 미래통합당에 우호적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쪽 결집력이 강하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곤 했다. 실제로 18~20대 총선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확연하다.

제18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18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박진 한나라당 후보는 창신ㆍ숭인ㆍ이화동에서 손학규 통합민주당 후보에게 1800표가량 졌지만, 평창ㆍ부암ㆍ사직동에서 3000표를 이기며 승기를 굳혔다. 전체 표차는 2580표였다. 특히 평창동에선 1900표를 더 얻는 집중 지원을 받았다. 반면 손 후보는 가장 득표를 많이 한 창신동에서 1300표만 이겼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2년 19대 총선 결과도 결집력에서 갈렸다.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는 평창동에서 1850표를 이긴 반면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는 창신동에서 3000표를 이겼다. 최종 결과는 정 후보가 5000표를 이겼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표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정세균 후보의 적극적인 서진정책이 효과를 봤다. 정 후보는 창신ㆍ숭인ㆍ이화동에서 5200여표를 더 얻고, 평창동에서는 불과 48표를 졌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사직동에서 100표를 더 얻었을 뿐 전통적인 우호 지역이던 삼청동과 부암동에서도 근소한 차이지만 정 후보에게 밀렸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진정책을 뚜렷하게 하겠다는 의미인지, 이낙연 후보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아예 서쪽 끝인 교남동에 새집을 얻었다. 교남동은 2017년 2월 2500세대 규모 대단지 신축 아파트(경희궁자이)가 들어서 표심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지리적으로는 평창ㆍ사직ㆍ부암동과 가깝다.

지리적 승부수를 던진 건 황교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황 후보는 혜화동에 집을 얻었다. 혜화동은 지리적으로 삼청동과 이화동의 중간지점이지만 상대적으로 서부 벨트보다는 창신ㆍ숭인동과 더 가깝다. 20대 총선에서는 2000표 이상을 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이 던졌다.
인구수는 2019년 5월 기준 창신ㆍ숭인ㆍ이화동은 4만5063명, 평창ㆍ부암ㆍ사직동은 3만8226명이다.

관전 포인트 2. 안정론과 심판론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왼쪽)와 황교안 통합당 후보가 각각 9일 종로구 창신동과 교남동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왼쪽)와 황교안 통합당 후보가 각각 9일 종로구 창신동과 교남동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선거 지휘관이 맞붙은 만큼 전체적인 선거 구도가 지역 개별 이슈 못지않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후보는 코로나19 시기의 국정 안정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반면, 황 후보는 정권 심판론으로 맞서는 중이다.
당초 여권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국 입국 허용’ 책임론과 마스크 대란 등으로 선거에 불리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ㆍ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해소된 상태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상승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황 후보측은 “코로나19 등으로 파급된 경제불황에 대한 바닥 민심은 심판론으로 기울어있다”는 입장이다.

관전 포인트 3. ‘샤이 보수’ 얼마나 될까 

두 후보는 대선후보 지지도 1ㆍ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런 만큼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기대심리도 선거에 그대로 담아지고 있다. 9일 뉴시스가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7~8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가 34.9%로 1위, 황 후보가 20.5%로 2위를 기록했다.
다만 통합미래당 측에선 ‘샤이 보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샤이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현 야권에 대한 적극적 지지 여부를 응답하지 않는 층을 가리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지난해 4ㆍ3 보궐선거 당시 창원 성산의 여권 야권 단일후보인 여영국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줄곧 10% 가까이 이겼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0.5%포인트 차이였다”며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가 있는 건 분명하다. 다만 이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성운ㆍ손국희ㆍ이태윤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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