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경제 위기 탈출구는 반시장 족쇄 풀기

중앙선데이

입력 2020.04.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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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30면

암울한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올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실업률이 12~13%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 경제도 미국·유럽의 셧다운으로 해외 수주 절벽에 직면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이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소비·생산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다.

기업은 규제에 손발 묶인 채 코로나와 사투
돈만 뿌리지 말고 규제 개선하는 정책 절실
코로나 사태가 준 전화위복의 기회 살려야

이 여파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것으로 비관했다. 노무라증권은 외환위기 때(-5.1%)보다 더 나쁜 -6.7%로 내다봤다. 현장에서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회원 기업 366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 사태가 5개월 이상 이어지면 한계 상황을 넘어선다”는 답변이 93%에 달했다. 자영업자 86%는 “소득이 줄었다”고 한다. 이에 기업들이 생존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은행 대출은 역대 최대치로 치솟고 있다. 항공·여행 업종은 무급휴직이 확산하고, 아시아나항공·쌍용자동차 같은 실적 악화 기업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V자 반등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4차례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16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2, 3차 추경도 불사해 얼마든지 돈을 풀어 경기하강을 막겠다고 한다. 하지만 돈만 뿌려서는 경제 구조가 확 달라지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 대응에 실패할 수 있다. 유일한 돌파구는 기업을 반(反)시장·반기업 정책의 족쇄에서 해방해주는 것이다.

최근 중앙일보 기획 기사 ‘지금이 규제 풀 기회다’(중앙일보 4월 7~9일자 3회 연재)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신설된 규제법안은 19대보다 3배로 늘어났다. 그 결과 규제는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 계열사인 SK엔카는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2016년 9000억원 규모의 중고차 거래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그 자리는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벤츠·BMW·렉서스·아우디·재규어랜드로버·볼보 등 6개사의 중고차 판매량은 1년 만에 2만5000대에 달했다. 반기업 정책이 결국 우리 목을 조르는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다.

역대 정부가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붉은 깃발 제거에 이르기까지 규제 혁파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모두 말 잔치로 끝난 것은 왜일까. 경제의 이념화 탓이 크다. 정치권이 집권에만 치중하면서 시장원리를 외면한 채 이해관계자 설득에 손을 놓으면서 악성 규제가 고착화한 결과다. 규제 기관이 영장도 없이 현장조사를 벌여 언제 끝날지 알려주지도 않고, 상당수는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아니면 말고 식 조사가 일상화하고, 제품 승인을 미루고 무차별적 자료를 요구하는 건 한국 기업만 겪는 규제의 만행이다.

이래서는 기업이 코로나와의 사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위기 상황에서는 무거운 짐을 버려야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반시장 정책에서 기업을 풀어줘야 할 때다. 정부는 부작용이 커지자 슬그머니 소득주도성장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용기를 내야 한다. 지금처럼 잘못된 정책을 개선할 절호의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규제에 묶였던 원격의료가 코로나 대응에 빛을 발하고 씨젠이 진단키트를 즉각 개발한 것도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반시장 정책 기조에 기업을 묶어두면 한국 경제는 비명 한번 못 지르고 동반 침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전화위복의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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