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정치 혐오' 유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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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오늘(10일)부터 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여야는 막판 총력전을 펼칩니다. 죽기살기식 대결이 격렬해질수록 막말, 흑색선전, 비방이 난무합니다. 양대 정당의 진흙탕 싸움은 이번 총선에서 더 심해졌습니다.

이번 총선을 위해 선거법, 왜 바꿨습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 왜 도입했나요. 두 거대 정당의 대결 정치를 끝내자는 거 아니었나요. 기존 제도에서는 ‘거대 다수파의 과다 대표, 소수파의 과소 대표’라는 한계가 불가피했습니다. 정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뜻이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이 힘겨워지면서 국회의 다양성은 딴 얘기였습니다. 대신 1ㆍ2당은 마주 보고 달려오는 폭주 기관차처럼 충돌의 정치로 날을 샜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 날 인 10일 충남 논산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제2사전투표소에서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날 사전투표에는 육군훈련소에서 5주간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병들과 장병 등 1만4000여명이 훈련소에서 투표소까지 2km를 도보로 이동,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 투표소는 지난 제20대 총선 당시에도 육군훈련소 장병 1만238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국 투표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김성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 날 인 10일 충남 논산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제2사전투표소에서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날 사전투표에는 육군훈련소에서 5주간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병들과 장병 등 1만4000여명이 훈련소에서 투표소까지 2km를 도보로 이동,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 투표소는 지난 제20대 총선 당시에도 육군훈련소 장병 1만238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국 투표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김성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이런 갈등과 대결의 정치가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순진했습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전지역을 나눠 가질 더불어미래당과미래통합당이 비례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떳다방’ 정당을 창당해 대타로 내세웠습니다.

두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무력화했습니다. 결과는 역대 최대의 난장판 선거입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소수 정당은 꼼수 판에서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입니다.

두 거대 정당의 오만은 정치를 퇴행으로 몰아갑니다. 투표장으로 나가야 할지 주저하게 됩니다. 정치 혐오라는 먹구름이 위에 좍 깔리는 것 같습니다. 두 정당 모두 책임이 있지만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사과와 다음 선거를 위한 약속이 우선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을 놓고 대립한 여야. [연합뉴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을 놓고 대립한 여야. [연합뉴스]

민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를 통해 새 선거법을 개정한 주체입니다. 물론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고 몽니만 부린 통합당의 경솔함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제1야당은 “우리는 새 선거법을 반대했기 때문에 위성 정당이라는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뭐라고 할 겁니까. 정치의 영역에서는 규범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가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위악적인 꼼수 선거판을 만든 데 대한 책임은 져야 합니다. 그래서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원래의 취지대로 선거법을 재개정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타협과 공생의 ‘뉴노멀’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입니다.

통합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퇴행 정치 그만하고 앞으로는 다원화한 국회, 다양성 정치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하세요. 공공선을 지향해야 하는 정치가 이기심의 투쟁 판으로 전락하고, 협잡ㆍ정략ㆍ꼼수로 치달으니 정치 혐오가 극심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총선 본 투표 날은 15일입니다. 많은 유권자가 코로나19의 위험을 뚫고 투표장에는 나가겠지만, 투표 도장을 든 손이 기표 칸을 찾지 못하고 흔들릴 겁니다. 소중한 한 표는 다양성 정치, 미래 정치, 포용 정치를 열겠다고 약속하는 쪽으로 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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