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벅 쇼크 며칠됐다고···"중국판 넷플릭스 2조 분식"

중앙일보

입력 2020.04.10 05:00

업데이트 2020.04.10 13:59

별에서 온 그대·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한국 드라마다. [중앙포토]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한국 드라마다. [중앙포토]

두 드라마는 공통점이 있다. 2010년 이후 중국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한국 드라마란 점이다.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는 2014년 중국에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태양의 후예(태후)는 2016년 방영 당시 중국 공안부가 ‘과도한 시청을 자제하라’는 주의보까지 내렸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의 치맥 장면 [중앙포토]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의 치맥 장면 [중앙포토]

같은 점은 또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아이치이(iQiyi·愛奇藝)가 중국에서 방영했다. 2010년 출범한 아이치이는 업계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별그대와 태후를 독점 방영하는 '신의 한수'로 1위에 올랐다. 알리바바의 요우쿠(優酷, Youku), 텐센트의 텐센트비디오(Tencent Video) 등을 제쳤다. 이젠 자체 콘텐트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이유다. 2018년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유료구독자를 중국에서만 약 9000만 명 갖고 있다.

아이치이는 태양의 후예를 중국에서 독점 방영했다. 한국 방영시간과 동시에 했다.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아이치이는 태양의 후예를 중국에서 독점 방영했다. 한국 방영시간과 동시에 했다.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최근 아이치이에 큰 악재가 생겼다. 회계 조작 의혹이다. 미국 투자정보 제공업체 울프팩리서치와 머디워터스 등이 발단이다. 울프팩리서치는 지난 7일 37쪽이 넘는 보고서를 공개하며 아이치이가 대규모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수익과 가입자 숫자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실적과 자산을 속였다는 것이다.

“수익 2조 넘게 뻥튀기…공동회원, 단독회원 둔갑”

[사진 이매진아시아]

[사진 이매진아시아]

울프팩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이번 보고서는 아이치이의 전·현직 직원을 인터뷰하는 등 몇 달씩의 실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며, “아이치이는 2019년 수익을 실제보다 80억~130억 위안(약 2조 2400억원)까지 부풀린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가입자 수도 아이치이가 원래보다 최대 60%를 ‘뻥튀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이 회사는 부정 행각을 감추기 위해 지출 비용, 콘텐츠 가격, 광고 수익 및 기타 자산 가격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든 대표적인 조작 방식은 회원비 부풀리기다. 울프팩리서치는 “1563명의 아이치이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31.9%의 이용자가 아이치이 협력 파트너인 징둥(京東)닷컴과 공동회원제를 이용하고 있었다”며 “아이치이는 회계연도에 이를 통합해 통계에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이치이와 징둥의 매월 회원비가 10위안이면 공동회원의 회원비의 경우는 5위안으로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치이는 회계연도 보고서에 단독 회원과 같은 10위안으로 계산해 수익을 키웠다는 얘기다.

울프팩리서치는 “아이치이는 창사 이후 지난 10년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손실 폭은 계속 커졌다”며 “하지만 아이치이의 만연한 사기행각을 생각하면 적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발끈한 아이치이 “근거 없는 해석”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아이치이는 발끈했다. 아이치이는 성명을 내고 “보고서는 여러 가지 오류와 근거가 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회사의 정보와 관련해 잘못된 결론과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나스닥 시장에서 아이치이 주가는 울프팩리서치의 폭로가 있던 7일 14% 급락했고, 8일에도 4.57% 하락 마감했다.

중국 국산 커피브랜드 루이싱 커피. [사진 셔터스톡]

중국 국산 커피브랜드 루이싱 커피. [사진 셔터스톡]

왜 그럴까. 며칠 전 기억 때문이다. 지난 2일 중국의 커피전문점 루이싱 커피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실이 공개됐다. 루이싱 커피 측은 이날 “지난해 2∼4분기 매출액 규모가 22억 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 류젠(劉劍) 등이 가짜 거래를 만들어 매출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중국판 스타벅스’ 몰락으로 中기업 불신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루이싱 커피가 어디인가. 2017년 ‘중국판 스타벅스’를 꿈꾸며 급속히 몸집을 불린 회사다. 실제 스타벅스도 긴장했다. 매장영업 원칙을 버리고 중국에서 루이싱 커피가 하는 배달 영업을 따라했다. 루이싱 커피는 창업 2년만인 지난해 5월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런 루이싱 커피의 회계 조작 사실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나스닥 주가는 2일 이후 80% 넘게 급락했고 8일(현지시간)엔 거래까지 중단됐다. 이 회사의 루정야오 회장과 첸즈야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주식을 내놓고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한 상태다.

루이싱 커피 광고모델로 활약한 중국 여배우 탕웨이. [웨이보 캡처]

루이싱 커피 광고모델로 활약한 중국 여배우 탕웨이. [웨이보 캡처]

울프팩리서치도 아이치이 관련 보고서에 루이싱 커피를 언급했다. 보고서 제목이 ‘아이치이 : 중국판 넷플릭스? 좋은 루이싱 커피일 뿐(iQIYI : The Netflix of China? Good Luckin)’이다. ‘멋진 외모(Good looking)’와 유사한 발음이다. 루이싱 커피의 영문 이름(Luckin)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언어유희’로 보인다.

아이치이의 수익 조작 의혹을 폭로한 울프백리서치의 보고서 일부. [울프팩리서치 보고서 캡처]

아이치이의 수익 조작 의혹을 폭로한 울프백리서치의 보고서 일부. [울프팩리서치 보고서 캡처]

나스닥에 상장된 또 다른 중국 기업 하오웨이라이(好未來·TAL)의 매출 조작 사실도 비슷한 시기 확인됐다. 하오웨이라이는 중국 최대 입시교육기업으로 불린다. TAL은 7일 내부 감사에서 자사의 사업부 직원이 외부 업체와 공모해 매출을 수억 달러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TAL은 지난 2018년에도 매출 조작 의혹을 받았지만 부인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 사태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중국 상장 기업들의 회계 부정이 공개되면서 미국 증시에서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中 관영언론 “美공매도 세력 먹잇감 돼”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언론의 반응은 두 가지다. 관영 언론은 공매도 세력의 검은 의도가 엿보인다고 본다. 회계조작 의혹을 폭로한 울프팩리서치와 머디워터스가 공매도로 시세 차익을 거두기로 유명한 회사인 점을 근거로 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8일 “미 증시에 상장한 약 150개 중국 기업은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며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신생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중국 본토와 홍콩 거래소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 ‘깜깜이 투자’ 자성론도

2018년 5월 아이치이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때 모습. 공위(?宇) 아이치이 CEO(오른쪽에서 4번째)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CGTN 캡처]

2018년 5월 아이치이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때 모습. 공위(?宇) 아이치이 CEO(오른쪽에서 4번째)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CGTN 캡처]

하지만 내실 없이 덩치만 키운 유니콘 기업에 대한 자성도 나오고 있다. 시나닷컴은 “루이싱 커피 사태로 ‘깜깜이 투자금’을 태우는 방식으로 기업을 유지하던 유망 스타트업이 위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루이싱 커피는 수년째 수익을 못 냈지만, 투자금으로 덩치를 키웠고, 나스닥에까지 상장했다. 중국 IT 매체 36커는 아이치이도 루이싱 커피와 비슷하게 성장했다고 본다. 시나닷컴은 “이들 기업은 향후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워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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