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용인시청 하늘광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자동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청 1㎞ 밖 차량등록사업소까지 이어졌다. 시청에서 열리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시장을 찾기 위해 늘어선 자동차 행렬이다.
이날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 급식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용인시가 마련했다. 삼겹살 600g과 상추·양파 등 친환경 농산물 6품목이 담긴 한돈꾸러미가 2만원, 백옥쌀 10㎏이 2만8000원에 팔렸다. 시중가보다 30% 싼 가격이다.
전북·경북 등 전국서 마켓 흥행 #“싸고 편리하고 위생적” 입소문 #학교에선 교과서 나눠줄때 이용
앞에 서 있는 시청 관계자가 주문을 받고 뒤에 있는 다른 관계자가 주문한 물품을 자동차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실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문에서 전달까지 이르는 과정은 2분 안에 끝났다. 한돈꾸러미를 산 50대 주부 유명옥씨는 “드라이브 스루 마켓이 열린다고 해서 나와봤는데 직접 이용해보니 위생적이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이후 일상 곳곳에 스며든 드라이브 스루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걱정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호응을 얻자 지자체는 각종 분야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가 큰 효자로 자리매김한 건 농수산물 판매 부문이다. 전북·경북 등 전국에서 완판이 잇따르고 있다. 용인에서는 이날 준비한 1800만원 상당 물량이 행사 시작 50분 만에 동났다. 고영재 용인시 농업정책과장은 “대면 접촉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농산물을 살 수 있어 맘 카페에 입소문이 쫙 퍼졌다. 다른 구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열어달라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할 때까지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주기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라이브 스루 바람을 탄 지자체의 농수산물 판매는 오는 주말에도 계속된다. 전남 완도군은 10~11일 광어·전복회를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한다. 제주도는 11일부터 사전 주문 후 드라이브 스루 수령 방식으로 농산물꾸러미를 팔 예정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교과서·교복을 나눠줄 때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1일 인천 영종고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교과서를 받은 3학년 김서형군의 어머니(46)는 “코로나19로 걱정이 많았는데 5분도 안 걸려 교과서를 받으니 안심된다”고 말했다.
봄을 맞아 활짝 핀 꽃을 드라이브 스루로만 즐겨달라고 권하는 지자체도 많다. 유명 벚꽃길이 있는 대전(대청호), 경북 경주(보문관광단지), 전남 보성군(대원사) 등이다. ‘전국에서 가장 긴 벚꽃길’로 알려진 대청호 일대엔 ‘이왕 오신 거 그냥 지나가유’라는 문구가 있는 현수막이 걸렸다.
강원도 속초, 경기도 안양, 경남 창원, 울산, 제주 등에서 시행하는 드라이브 스루 도서·장난감 대출 서비스도 전국적으로 퍼지는 추세다. 제주 우당도서관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대출이 있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도서 대출 인원이 하루 300~500명에 이르고 700권 이상 대출이 이뤄지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서 접근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충남 아산시는 드라이브 스루로 기부 물품을 모았으며 광주광역시교육청과 대구 동부교육지원청은 같은 방법으로 학교나 학원 등에 방역 물품을 배부했다.
채혜선·심석용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