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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가 이렇게 낭만적 직장인이었나?…4년 전 쓴 글 보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16)

지난주 출근길, ‘4년 전 오늘’ 내가 포스팅 했던 글이라며 SNS에서 알림이 하나 떴다. 4년 전 오늘이면 한창 직장에서 지금 내 앞에 떨어진 프로젝트를 처리하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냈던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

내용을 쭉 보니, 옆 팀 동기가 퇴사를 하던 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제일 괴로웠던 날은 바로 이처럼 동료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그것이 새로운 직장이든 새로운 일이든 시도하러 떠나는 날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꿈을 품으며 떠나는데, 나만 현재에 만족해하며 안주하는 그 기분이 너무나도 싫었다.

4년 전 오늘이면 한창 직장에서 지금 내 앞에 떨어진 프로젝트를 처리하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냈던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사진 Pixabay]

4년 전 오늘이면 한창 직장에서 지금 내 앞에 떨어진 프로젝트를 처리하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냈던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사진 Pixabay]

〈2016년 4월〉
'꿈'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인사하러온 퇴사자들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그들의 새 출발을 응원할수록 오늘도 내일도 다음주도 프로젝트에 쫓기고 있을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날은 어김없이 퇴근길에 한강을 들린다.

하지만 그럴 때 나에게 힘이 되는 건 역시나 프로젝트의 마감이다. 끝냈을 때의 쾌감, 이른 나이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성장하고 있다는 안도감으로 또 다음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결과보고서를 발주처에 전달했을 때 쾌감과 보람으로 일명 ‘퉁’치며 살고 있다.

누군가는 상사의 가슴팍에 사직서 던지는 게 직장인의 로망이라고들 한다. 직장이라는 안전망에서 나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또한 내가 생각하는 직장인만이 누릴 수 있는 낭만이다. 난 로망을 꿈꾸는 낭만주의자로 남길 바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도 늦은 시간 퇴근한다.

2020년 4월, 평생 로망을 가슴속에서 꿈만 꾸다 말 것 같았던 내가 지금은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울 뿐이다. [사진 Pixabay]

2020년 4월, 평생 로망을 가슴속에서 꿈만 꾸다 말 것 같았던 내가 지금은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울 뿐이다. [사진 Pixabay]

4년 전 오늘, 내가 주절주절 남긴 글이다.
4년 전과, 지금의 나는 매우 많이 달라져있다. 하는 일이 달라져있고, 일을 대하는 태도 및 상황도 달라져있다. 누굴 부러워하거나, 내 상황을 안쓰럽게 여길 여유도 없다. 평생 로망을 가슴속에서 꿈만 꾸다 말 것 같았던 내가 지금은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울 뿐이다. 불과 4년 전인데 이렇게 많이 달라져있는 내 상황에 섬뜩하기까지 하다.

2020년 4월, 그래서 지금 나는 로망과 낭만 중 무얼 하나라도 얻었는가? 폼나게 멋지게 살고 있는가? 로망과 낭만 두가지를 다 추구한다는 건 역시나 여전히 어렵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시가 생각나는 밤이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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