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차만별 외전] 놀림받던 '삼각떼' 반전, 아반떼 디자인·가속감 좋지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는 과거 몇 년간 찾아보기 힘든 '골든 사이클' 해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올 초 가진 기대였다. 수년간의 부진을 거쳐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고, 올해 신차가 한꺼번에 출시되는 해를 맞아 대대적인 실적 상승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신형 아반떼는 지난달 18일 미국 할리우드에서 공개됐다. 사진 현대자동차

신형 아반떼는 지난달 18일 미국 할리우드에서 공개됐다. 사진 현대자동차

그래도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골든 사이클’이 아직 유효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바람이다. 1분기 제네시스 GV80·G80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고, 기아차 쏘렌토에 이어 준중형 세단 아반떼도 5년 만에 새 모델로 돌아왔다.

아반떼의 광고 카피는 ‘세상 달라졌다’다. 세상이 달라져서 자동차가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가 됐다는 의미와, 신형 아반떼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임진각의 왕복 78㎞ 구간을 오가는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출시하자마자 1만6000여대가 팔린 수퍼스타, 아반떼는 과연 '세상 달라졌을까'.

전세대보다 낮고 넓은 자세를 보여주는 아반떼 정면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독특한 캐릭터 라인으로 개성을 살린 아반떼 측면.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H로고를 형상화한 H-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사진 현대자동차

‘준중형’을 벗어난 크기

준중형·준대형 같은 차급 분류는 사실 한국적 표현이다. 아반떼급의 차는 유럽에서 소형차인 C세그먼트로 분류된다. 중형은 아닌데 중형 못지않다는 ‘크기’에 대한 열등감이 반영된 이름인 셈이다.

하지만 신형 아반떼는 크기부터 달라지긴 했다. 전 세대에 비해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거리)가 20㎜, 폭은 25㎜나 커졌다. 높이는 오히려 20㎜ 낮아져 다부진 체격으로 ‘벌크업’을 했다. 전 세대가 캐빈(탑승공간)이 앞으로 돌출된 형태였다면 신형 아반떼는 긴 후드와 쿠페 형태의 후면 라인으로 정통 세단에 가까워졌다.

전 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직각삼각형 모양의 특이한 헤드램프를 달면서 ‘삼각떼’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디자인 호감도가 떨어져 판매량도 줄었다. 이번 아반떼는 진짜 ‘삼각떼’가 됐다.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란 디자인 콘셉트로 곳곳에 삼각형의 디자인 요소를 심어놨는데 완성도가 높다.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대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사진 현대자동차

10.2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연결된 형태로 많은 정보를 보여주면서도 첨단 이미지를 갖는다. 사진 현대자동차

대중차 브랜드에서 보기 힘든 기하학적 면 구성이 이 차의 개성을 드러낸다. 다만 옆면의 삼각형 면 분할 라인은 접촉사고라도 나면 판금 작업이 까다로울 것 같은 걱정이 든다.

내부도 충분히 넓다. 20년 전에 나온 EF쏘나타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운전자를 둘러싼 운전석은 10.2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2개를 연결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보여준다. 옵션으로 선택하긴 하지만 준중형에선 호사스러울 정도다.

넘치는 편의 기능, 기본기는 글쎄

현대차가 자랑하는 각종 편의, 첨단 안전 기능은 총망라돼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맞추면 일정 속도로 달리고, 차선 가운데를 맞춰 조향까지 하는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그랜저·쏘나타 못지않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이 기능의 사용자 경험이 복잡한 경우가 많은데 현대차의 사용자 경험은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카카오와 협업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조작계는 ‘엉따 켜줘(열선 시트 작동)’ 같은 말도 알아듣는다. 자연어 인식 수준은 이전보다는 향상됐지만, 여전히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물론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고, 개인 프로필이 저장돼 각종 세팅을 맞춰준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차 안에서 집 안의 가전기기를 작동하거나, 차량 자체가 결제 기능을 하는 ‘카페이’도 있다.

조향감각은 아직 톱클래스 경쟁자에 비하면 조금 무딘 편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개선이 이뤄졌다. 사진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상품성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준중형차보다 뛰어나다. 가장 큰 적은 SUV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생각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주행 성능도 준수하다. 신형 플랫폼은 무게를 45㎏이나 줄였다. ‘다이어트’에 관심 없다고 욕먹던 과거의 현대차가 아니다. 시승차인 1.6L 가솔린 엔진은 무단변속기(IVT)와 맞물려 효과적으로 동력을 전달한다. 최고출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일반 주행 속도에서 가속감이 나쁘지 않아 쏘나타 때처럼 ‘심장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 수준이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조향 성능은 아직 아쉽다. 동급 일본 경쟁차들이 비싼 부품이나 전자장비를 쓰지 않고도 날카로운 조향 능력을 보여주는 데 반해 신형 아반떼는 아직 조금 무딘 느낌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아반떼 가운데선 가장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여준다.

좌우 흔들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급회전 구간에 들어갈 때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허둥대는 버릇을 고치진 못했다. 하지만 기대 수준이 높아서이지, 웬만한 유럽 대중차 브랜드나 미국 브랜드의 동급 경쟁자보다는 괜찮은 편이다.

국민 준중형차 가능할까

신형 아반떼는 '국민 준중형차'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까. 상품성 만큼은 역대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사진 현대자동차

신형 아반떼는 '국민 준중형차'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까. 상품성 만큼은 역대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사진 현대자동차

한때 25%에 달했던 국내 준중형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 밑으로 떨어졌다. 더 큰 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져서다. 현대차는 이번 아반떼를 통해 준중형차의 부흥을 노린다.

종합적인 상품성에서 신형 아반떼는 역대 최고다. 기본기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일상 주행에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객관적인 성능으로 평가한다면 ‘우등’ 점수를 받을 만하다.

고양=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