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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보균 칼럼

4·15 총선의 본능은 해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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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보균
박보균 기자 중앙일보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선거는 기세다. 초반전은 자기 색깔 드러내기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거침없다. 그들은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두 곳에 포진했다. 그들의 조국 전 법무장관 구하기는 악착같다.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는 노골적이다. 그 속에서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윤석열’ 외침도 퍼진다.

‘재난 지원금’은 민주당 프레임 #황 대표가 재촉할수록 단단해져 #통합당의 ‘조국이냐 경제냐’는 #10월 광화문 광장 기억 재생해야

자극적 말은 지지층에 긴장감을 넣는다. 친문 유권자들은 빠르게 결속했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그런 흐름을 반영한다. 하지만 판세 조사는 논란 중이다. 응답 표본의 편향 때문이다.

친문(親文) 유권자들의 반응은 열성적이다. 반문 유권자들의 응수방식은 나뉘어 있다. 그들은 여론조사엔 소극적이다. ‘빙산의 일각’으로 표출한다. 하지만 내면은 격렬한 소용돌이다. 그들은 ‘조국 부활 기원’을 경멸한다. 그 장면은 그들에게 치졸한 굿판이다. 그것으로 응징 심리는 거세진다.

선거의 본능은 해체다. 그것은 기존 정치판 깨뜨리기다. 4·15 총선은 문 정권에 대한 평가·심판이다. 그것은 대통령 임기 중반 선거의 속성이다. 민주당 전략은 방어망 강화와 쟁점 옮기기다. 후보들의 주력은 친문 386 출신. 전투 경험 중시의 공천이다. 그들의 목표는 정치 질서의 해체와 재편이다.

해체의 절정은 정권 심판이다. 심판론이 주춤한다. 코로나19의 블랙홀 때문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황교안 사람들’(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대응 미숙이다. 돌발 상황은 경험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공천은 물갈이 위주였다. 이언주(부산 남을)·전희경(인천 동-미추홀갑) 두 의원은 간판급 전사(戰士)다. 그들은 의외의 곳에 투입됐다. 두 후보는 그곳에 신속하게 적응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전투력 총량은 분산됐다.

총선은 프레임 다툼이다. 민주당은 전략 틀을 새로 짰다. ‘코로나 국난 극복이냐, 아니냐.’ 공약은 선제적이었다. 긴급 재난 지원금 풀기다. 소득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 가족)이다. 그 돈은 서민에게 단비다. 공짜지만 세금 돌려받기다. 탈락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허술한 지급 기준 탓이다. 민주당은 지지층 이탈의 파행을 걱정했다. 그 순간 황 대표가 그 프레임에 진입했다.

남의 떡이 커 보인 것일까. 통합당에는 무상급식(2011년) 악몽이 있다. 황 대표는 두 배로 올렸다. “모든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주자.” 민주당은 그것을 기회로 낚아챘다. 이해찬 대표는 재빨랐다. ‘전 국민 지급’으로 바꿨다. 민주당 고민이 해결됐다. 이탈자 걱정은 사라졌다. 황 대표는 빠른 지급을 재촉한다. 그럴수록 민주당 프레임은 견고해진다. 정권 심판론은 흐려진다.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통합당 우호 세력의 열망은 뚜렷하다. 그것은 심판론 프레임의 복원이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말은 압축적이다. “조국을 살릴 것이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것이냐.” 그 선택의 작동 조건은 명확하다. 그것은 지난해 10월 광화문 기억의 소환·재생이다. 그때 광장은 분노의 함성으로 넘쳤다. 주제는 ‘문재인 좌파 독재’ 규탄. 내용은 조국의 몰염치, 386 집권세력의 위선, 공수처,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 파탄이었다. 그것은 통합당의 대중 동원 자산이다.

지난 3월 31일 청와대 분수대 앞이다. “우리는 경남고 동문인 문 대통령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 글귀는 거기 모인 동문(60여 명)의 구호다. 대통령 배출은 졸업생의 자부심이다. 학연은 끈끈한 격려로 얽힌다. 그 모임은 반대다. 그 작은 궐기는 놀라움이다. 그 풍광은 통합당에게 호재다. 하지만 그것을 심판론의 흥미로운 소재로 삼지 못했다.

선거의 무기는 언어다. 말의 위력은 커졌다. 그것은 코로나 마스크의 영향이다. 소설가 이문열씨의 상황 평가는 실감난다. “황교안 정당은 지지층의 항변, 울분과 저항을 아직 제대로 격발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견제의 심판론은 강렬한 언어로 확장한다.

양당의 지역구 대치는 치열하다. 무소속은 그 구도를 헝클어트린다. 이해찬은 “공천 탈락 무소속 출마자는 영구제명”이라고 했다. 그 다짐이 실행될까. 4년 전 그는 무소속 출마·당선 뒤 복당했다. 황교안의 경고도 비슷하다. 하지만 반문(反文) 유권자들은 ‘박근혜 옥중 편지’를 떠올린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 통합당은 그 정치 자산을 적시에 써먹지 못했다.

‘문재인 사람들’의 선거 성적은 3연승(전국단위).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겼다. 그들은 4연승에 도전 중이다. 목표는 국회 평정의 친문 패권주의 완성이다.

보수우파 승리는 2012년 대선(박근혜 대 문재인)이다. 12월 강추위 속이다.  노장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갔다. 그것은 체제 격변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배수진의 절실함은 승리를 보장한다. 통합당은 그런 모습을 얼마큼 리메이크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부동의 승부수다.

9일로 총선 D-6일. 짧지만 길다. 선거 민심은 막판까지 요동친다. ‘행운의 신’의 행동 패턴은 선명하다. 승리의 미소는 어디로 향할까. 그것은 자기 프레임의 확신과 일관성, 절박함과 진정성이 우세한 쪽이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