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좌파·우파 코인이 유튜브 가짜뉴스 자양분

중앙일보

입력 2020.04.09 00:34

업데이트 2020.04.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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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다시 창궐하는 가짜뉴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 ‘코로나 관련 오늘 기재부 주관 제약회사 사장들과의 회의 참석 후 썸머리(요약)…치료가 되어도 일반 폐렴보다 폐 손상이 많아 폐활량 손실이 엄청 크다…백신은 4월경 나올 것임…4월까지 ○○ 투어, ○○ 투어를 제외한 나머지 여행사는 모두 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한때 SNS에 떠돌던 글이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였다. 기재부 주관 제약회사 사장단 회의란 것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구독자와 광고 수익 확보하려면
팩트보다 극단 진영논리가 유리
4·15 총선 사이버 선거법 위반
4년 전 선거 2.5배인 4만3500건

# ‘네이버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에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말 일부 네티즌이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문재인’이라고 넣으면 ‘문재인 탄핵’ 같은 부정적 자동 검색어가 제시되는데, ‘황교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지율’ ‘임기’ 등 다양한 자동 연관 검색어가 떠올랐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동 검색어 대신 ‘선거 후보자에 대한 자동 완성을 제시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총선에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도 마찬가지였다. 선거에서 나름대로 중립을 유지하려는 네이버의 정책이었다. 의혹은 가짜뉴스, 아니면 적어도 오해였다.

가짜뉴스가 일으킨 5G 통신 시설 방화

가짜뉴스·허위정보 바이러스가 감염병과 총선을 만났다. 불안·분노·공포·진영논리를 먹고 사는 가짜뉴스 바이러스에는 천혜의 조건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표백제를 먹으면 낫는다”는 위험한 낭설까지 돌아다녔다. 영국에서는 가짜뉴스로 인해 5G 이동통신 설비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5G 전자기파 때문에 사람들이 사망한 것을 숨기려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퍼진 게 화근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최소 20곳 이상 5G 통신시설이 방화나 파괴를 당했다.

영국 5G 통신시설 방화를 보도한 가디언 홈페이지. 가짜뉴스에 넘어가 일어난 사건이다.

영국 5G 통신시설 방화를 보도한 가디언 홈페이지. 가짜뉴스에 넘어가 일어난 사건이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를 타고 창궐하기 시작한 가짜뉴스 바이러스가 총선으로 옮아 붙었다. 그러지 않아도 선거철은 가짜뉴스·허위정보 주의보가 발령되는 계절이다. 이번 4·15 총선은 특히 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주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할 것이어서다. 이런 점을 노리고 가짜뉴스가 한층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실제 수치로도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가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는 등 4·15 총선과 관련한 ‘사이버상 선거법 위반 행위 조치 건수’가 지난 6일까지 4만3533건에 이르렀다. 4년 전 20대 총선 전체(1만7430건)의 2.5배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승을 부릴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유튜브가 난리다. 진영으로 갈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근거 박약한 주장을 마구 쏟아낸다. 유튜브가 ‘허위 정보 유통 경로’ 1위로 꼽힌 설문 조사(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도 있다. 선관위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선관위 임병철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은 “동영상 모니터링을 위해 영상 속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영상을 지켜보는 것보다 음성을 문자로 바꿔 팩트 체크하는 게 훨씬 속도가 빠르다는 설명이다.

유튜브에서 진영논리와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현상은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유튜브에 자양분이 있어서다. 바로 광고 수입이다. 광장에 1만~2만 명 모아놓고 외치려면 큰돈이 드는데 유튜브에선 거꾸로 쏠쏠한 수입이 생긴다. 극단적인 진영논리로 구독자를 꽉 끌어안으면 이익이다. 그런 틈에서 상대를 무조건 공격하고 자기편은 철저히 옹호하는 가짜뉴스·허위정보가 자란다. KAIST 이원재(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이른바 좌파 코인, 우파 코인으로 먹고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와의 문답이다.

유튜브가 이 정도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되리라고 예상했나.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였다. 부탄 가스통을 갖고 있던 탄핵 반대 인사를 경찰이 체포했다.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그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는 서로 말했다. ‘유튜브에 올려!’ 유튜브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유튜브 정치 콘텐츠가 효과를 낸다고 보나.
“상대 진영을 끌어들이지는 못하지만 내 편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정치의 팬덤화다.”
근거 없는 주장이 넘치는데도 그럴까.
“사람들은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을 믿는다.”

가짜뉴스는 위험하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엉뚱한 행동을 유발한다. 5G 안테나에 불을 지르게 하고, 부적절한 정치인에다 표를 던지게 한다. 감염력 또한 강하다. 미국 MIT 연구진은 SNS에서 가짜뉴스 전파 속도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균관대 이재국(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전파력이 강한 가짜뉴스·허위정보는 특히 검증할 시간이 짧은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아직은 팩트 체크에 한계

가짜뉴스를 막아주는 치료제·백신은 없을까. 인공지능(AI)이 가짜뉴스를 걸러내도록 하는 연구가 이곳저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 데이터사이언스 그룹장(KAIST 전산학부 교수)는 “SNS에서 번지는 특성을 보고 인공지능이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정보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특징이 있나.
“진짜 뉴스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생명력이 길다. 가짜뉴스가 대부분 의혹을 던지는 것이어서 해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한편으로 팔로워가 많은 주요 인사들은 가짜뉴스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하게 가짜뉴스를 고르는 방법은 팩트 체크 아닌가.
“인공지능이 팩트 체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과학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인 주장이 특히 그렇다. 또한 체크하더라도 이미 가짜뉴스에 감염된 사람은 팩트 자체를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이 가짜뉴스에 대한 방패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뜻인가.
“팩트 체크하는 인간을 도울 수 있다. 인간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그 많은 정보를 감당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1차로 의심 가는 정보를 걸러 인간에게 전달하고, 사람이 2차로 팩트 체크를 하는 게 방법이다.”
‘정보와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이런 것도 가짜뉴스일까. 앞뒤 다 잘라 낸, ‘거두절미’ 정보 얘기다.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이런 정보가 넘친다. SNS에는 실제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

‘○○○(미국 주식 종목 이름). 금융위기 후 6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60달러대로 오른 10배 수익의 주인공. 최근 70%가량 빠졌다.’ 어느 유튜버는 같은 종목을 놓고 “현금을 준비하라”고 했다. 요컨대 “엄청나게 싸다. 돈 모아 사라. 잘하면 10배 대박 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말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훨씬 많은 정보를 건넸어야 한다. 예컨대 이렇다. “70% 빠졌다가 다시 10배 오르면 직전 최고가인 60달러의 3배, 즉 180달러가 된다. 그런데도 과거에 10배 올랐다고 다시 그만큼 상승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더구나 10배는 가장 쌀 때와 가장 비쌀 때를 비교한 수치다. 세상 누구도 족집게처럼 주식을 최저가에 사서 최고가에 팔아 10배 차익을 얻을 수는 없다. 환율 변수도 생각해야 한다. 원화 안정은 미국 주가 상승을 상쇄한다. 달러 당 1250원에서 1100원이 되면, 미국 주가가 14% 정도 올라야 본전이다.”

이것도 전부가 아니다. 당장 주가를 좌우하는 실적 전망치 얘기부터 빠졌다. 그러니 그저 ‘10배 수익의 주인공, 최근 70% 빠졌다’고 덜렁 던지는 건 생략도 이만저만한 생략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작성자가 과연 ‘의도적’으로 앞뒤 다 생략한 정보를 만들었는지 분명치 않다는 이유다.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경계 대상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귀가 솔깃하더라도 한 걸음 떨어져 잘못된 분석은 없는지, 거두절미한 정보는 없을지 따져봐야 한다. 인포데믹(허위정보 감염)을 막으려면, 실생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와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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