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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중국판 스벅' 추락 뒤엔…실체 폭로한 헤지펀드의 계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계조작으로 몰락 위기에 처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 커피. 지난 2일 회계조작과 허위거래를 시인한 이후 6.4달러에 마감한 이 회사의 나스닥 주가는 6일 4.39달러(종가 기준)로 계속 내리막이다. 그런데 중국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루이싱커피 애플리케이션(앱)의 다운로드 수가 되레 폭증한 것. 루이싱커피는 중국 소비자들의 기대처럼 회생할 수 있을까.

회계 조작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루이싱커피. 그러나 루이싱커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인 소비자들이 자국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앱토피아 캡처]

회계 조작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루이싱커피. 그러나 루이싱커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인 소비자들이 자국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앱토피아 캡처]

무슨 일이야

· 미국 IT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7일 '루이싱 커피에 비치는 한 줄기 빛'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루이싱 커피 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앱 분석 업체 '앱토피아'가 제공한 다운로드 수 그래프를 보면 5일 하루에만 다운로드 수는 30만회를 넘었다. 이 회사는 앱으로 커피 주문이 가능한데, 사용량이 폭증하자 3일 앱이 다운되기도 했다.
· 테크크런치는 "중국인 소비자 사이에서 '미국 스타벅스에 맞서야 한다', '루이싱 커피를 돕자'는 특유의 민족주의가 발현되고 있다"며 "이들은 회계 조작 같은 행위가 관행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회사는 우리가 지키겠다'는 중국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

2일 회계 조작 사태가 밝혀진 이후 루이싱 커피는 커피 주문량이 더욱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사진은 중국 현지에 있는 루이싱 커피 매장에 주문이 몰리는 모습. [트위터 캡처]

2일 회계 조작 사태가 밝혀진 이후 루이싱 커피는 커피 주문량이 더욱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사진은 중국 현지에 있는 루이싱 커피 매장에 주문이 몰리는 모습. [트위터 캡처]

· 그러나 중국 유니콘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불신은 이미 커진 상태. 니샤 고팔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도 '스펙타클한 붐이 일었다가 꺼진 중국 공유 자전거 회사 오포'를 루이싱 커피와 함께 언급했다. 투자자들이 급성장의 이면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

빅 픽쳐

· 이번 루이싱 커피 사태로 미국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 캐피탈'과 리서치 회사 '머디 워터스 리서치'가 주목받고 있다. 2월초 익명의 제보자가 만든 루이싱 커피의 실체에 관한 보고서를 머디 워터스가 공개했기 때문이다.
·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루이싱커피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하나같이 이 회사를 두둔했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이자 루이싱커피의 최대 주주인 론 파인 캐피털을 비롯해 멜빈 캐피털 등 주요 주주들은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 어떠한 언급도 피하고 있다.
· 머디 워터스는 상장된 중국기업들에 대한 공매도로 시세 차익을 거두기로 유명한 회사다. 루이싱커피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고서로 '루이싱 커피의 실체'를 폭로하고 루이싱 커피에 대한 공매도에 바로 나선 것. 이 베팅은 성공했다. 칼슨 블록 머디 워터스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루이싱 커피의 사례는 왜 시장에 공매도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예"라고 자화자찬했다. "미국 정책입안자,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사기 리스크'에 대한 고찰을 할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와 함께.

칼슨 블록 머디 워터스 캐피탈 최고경영자(CEO).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두 달 전,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을 폭로하는 익명의 보고서를 트위터로 공개한 바 있다. [트위터 캡처]

칼슨 블록 머디 워터스 캐피탈 최고경영자(CEO).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두 달 전,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을 폭로하는 익명의 보고서를 트위터로 공개한 바 있다. [트위터 캡처]

루이싱커피가 바꿔놓은 것들

· 중국의 차세대 유니콘 기업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큰 손' 투자자들을 유치했지만, 막상 수익은 못 내고 있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중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중국 매체 신랑망은 온라인 커머스 '핀둬둬'와 전기자동차 기업 '웨이라이'를 언급했다. 이 매체는 "부채가 많고 영업 손실이 큰 회사들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 정부도 루이싱커피 회계 부정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국 금융당국은 3일 "루이싱커피의 사기 혐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싱가포르 언론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금융 사기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했지만, 처벌 강도가 무시해도 좋을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 루이싱커피가 재기할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루이싱커피는 "회계 조작 사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정상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 미국 투자전문 매체 시킹 알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중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내 4500곳이 넘는 매장이 회사를 지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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