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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민주 우세할 것” 대세 속 “60대 이상 대거 나오면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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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총선 판세, 정치·여론 전문가 10명이 답했다  

전례 없는 ‘코로나 깜깜이 총선’이 일주일 남았다. 유권자의 일상이 지워지면서 선거는 인물·공약도 뒷전이고 심판론도 흐릿하다. 얼마 전 위기가 닥쳤던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덕에 기를 펴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질 수 없다는 미래통합당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정치·여론 전문가 10명으로부터 총선의 판세와 변수에 대해 들었다.

10명 중 8명 민주당 우세 예상 #근소한 차이 여당 승리 예측 많아 #2명은 “아직 누가 승리할지 몰라” #“결국 수도권이 승부 가를 것”

“민주 근소한 차이 1당, 진보 과반”

수도권 승부가 총선 승리를 가를 전망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일 이천 설봉공원에서 김용진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다.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3일 경기 고양을 함경우 후보를 도왔다. [뉴스1, 연합뉴스]

수도권 승부가 총선 승리를 가를 전망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일 이천 설봉공원에서 김용진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다.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3일 경기 고양을 함경우 후보를 도왔다. [뉴스1, 연합뉴스]

전문가 10명 중 8명은 민주당의 우세를 예상했다. 8명 중에서도 6명이 근소한 차이의 1당과 진보진영 과반을 예측했다. 진보진영은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제2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을 포함한다. 보수진영은 통합당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국민의당 등이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코로나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외교 실정 이슈가 다 묻혀버렸다”며 “표 차이는 적더라도 민주당이 앞설 것”이라고 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집권 3년 차 선거로 여당에 유리한 구도가 아닌데 야당이 유권자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심판론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야당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진영이 과반을 하겠으나 한쪽으로 크게 쏠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철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코로나 대응이 잘 됐고 경제위기론 속에서 대한민국이 뭉쳐야 한다,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유권자의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며 “부산의 경우 사실 3월 초만 해도 필패였는데 중순을 넘어가며 반등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은 기간동안 미래통합당이 갑자기 대안세력으로 보일 것 같지 않고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 현 판세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표율에 따라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이 있고 확고한 지지 사유가 없는 선거에선 특정 정파에 압도적 승리를 주지 않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아슬아슬하게 1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임성학(서울시립대)·박명호(동국대) 교수도 각각 “진보진영이 턱걸이로 절반을 넘을 것 같다”, “민주당이 약간 우세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보수의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코로나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고 그나마 쫓아가야 할 이슈는 야당이 제대로 못 건드렸다”며 구체적 수치는 말하지 않은 채 “민주당이 약간 우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코로나를 겪으며 50대의 대통령 지지도가 높아지던데 그런 것들이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가 이길지 모르겠다”

박성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어디가 이길지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여론조사 전문가 신창운 인하대 초빙교수도 “선거는 원래 지지보다 심판하러 가는 성향이 강한 게 일반적인데 코로나 정국이라 누가 이길지 가늠이 어렵다. 누가 이기더라도  3~4석 차이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10명 중 민주당 우세를 예상하지 않은 전문가는 두 명이었다. 박성민 대표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더 물어봤다.

여당 우세가 많은데 왜 유보적 입장인가.
“먼저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이 체감하는 것보다 너무 낮게 나오고, 반대로 민주당은 높아서다. 수도권 30~40대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60~65%, 통합당은 25% 안팎, 그리고 60세 이상의 민주당 지지는 30~35%, 통합당 지지는 50~55%라는 조사를 많이 봤는데 실제 60대 이상은 지지율 차이가 더 벌어질 거고 30~40대는 더 좁혀져 있을 거 같은 느낌이다. 서초동·광화문 충돌 등 최근 추세를 봤을 때 세대 전쟁이 뚜렷하지 않았나. 60대 이상의 보수 지지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여론조사에 그런 게 잘 반영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조사에서 보수층이 이탈된 거다.”
다른 이유도 있나.
“얼마 전까지 PK(부산·경남)와 충청의 민심이 민주당에 아주 안 좋았다. PK는 민주당에 쉽지 않은 지역이다. 충청도 주목하는데 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충청 대망론은 숙원이다. 그런데 안희정 전 지사도 그렇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그렇고 심지어 윤석열 검찰총장도 충청인데 이 정권에서 대망론이 밟힌다는 생각이 있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PK나 충청에서 민주당이 통합당보다 높게 나오곤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끝으로 통합당 지지율이 대개 22~23% 정도인데 새누리당 당시에는 40%를 넘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 파문 때문에 국민의당을 찍었던 이들이 현 정부에 실망해서 (통합당으로 일부) 돌아오려는 분위기가 있다. 사실 특정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를 네 번 연속 이긴 적은 없다. 또 밀어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있다.”
그렇다면 야당이 앞설 수도 있다는 건가.
“그걸 단정할 순 없고 그래서 수도권 승부가 중요하다. 수도권 121석 중 민주당이 80석 정도 하면 승리하는 거다. 반면 통합당은 50석 정도 하면 1당 가능성이 있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 82석, 통합당 35석 차지) 통합당이 15석은 더해야 한다는 얘기다. 표심은 선거 3일을 놓고도 움직인다. 아직 부동층이 움직일 시간이 아니다.”
남은 기간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지난 1월만 해도 중도 보수층이 심판론에 합류할 것으로 보였다. 그랬는데 코로나가 이슈를 완전히 덮었다. 최근 다시 유시민·윤석열·조국이 소환됐는데 앞으로 짧은 시간에 야당이 심판 분위기를 조성할 것인지 (봐야 하고), 코로나 대처는 잘했다고 돼 있으니 ‘퍼펙트 스톰’ 이후 경제 위기 대응을 누가 잘할 것이냐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로섬 게임도 있는데 더불어시민당 비례 14번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 후보고 열린민주당 8번이 (조국 직계인 전 법무부 인권국장) 황희석 후보다. 서로 누가 되면 누가 안 될 가능성이 큰 번호다. 지금은 황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데 (열린민주당을 말리려 했다면 현 정부가) 왜 못 말렸겠나. 그래서 조금 확장해서 보면 차기 대권으로 이낙연 전 총리냐 조국 전 장관이냐로 갈 수도 있는 문제다. (※이 전 총리는 DJ와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낙연을 미는 게 아니라 조국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여권 내 지지층 균열이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열린민주당은 조국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범여권 160석 이상 갈 수도”

민주당의 우세를 예상한 8명의 전문가 중 2명이 범여권 160석을 언급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론조사가 실제와 다를 수는 있지만 흐름을 보면 여권이 올라가고 있다. 야당이 코로나 정국에서 지금 버티고 있다고 보이는데 이게 무너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과반을 하고 진보진영이 160석 이상까지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의 판세에 대해 민주당이 과반은 어렵지만 범여권이 16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심판론이 묻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들이 많다.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하면서 치르는 선거도 거의 없다”면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집권 3년이 끝나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라 중간 평가 성격에 강한데 코로나가 모든 걸 덮을지 자신 있게 얘기하기 쉽지 않다”며 “조국 사태 이후 정권의 정체성이 훼손됐고 경제는 어렵고, 젊은층은 이탈하고…. 어느 힘이 셀지는 가늠이 잘 안 된다. 서울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반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문가들 “변수는 투표율”

일주일 남은 총선에선 무슨 변수가 있고 그게 과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다수는 투표율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특히 60대 이상 투표율을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코로나에 취약한 고연령층의 투표율이 어떨까 싶어서다. 가상준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은 60대 이상의 보수층이 얼마나 선거를 하느냐를 봐야한다”며 “사전투표도 있고 해서 60%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60대 이상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도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60대 이상 유권자 수는 1200만 여명(27.3%)이다. 김형준 교수도 “제일 큰 변수는 투표율”이라며 “코로나라 해도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숨은표, 야당표가 얼마나 투표장으로 갈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박명호 교수는 “60대 이상 투표율이 판세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라며 “코로나를 넘어 투표율이 크게 높아진다면 야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