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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여당 싸움에, 유승민이 黃 때렸다···재난지원금 대혼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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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황교안 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길에서 거리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황교안 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길에서 거리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7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두고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모든 국민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고 한 황교안 대표를 향해 유승민 의원이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고 맞서면서다.

지난주 당·정·청이 “소득 하위 70%에 지원금 10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황 대표는 지난 5일 대국민 브리핑을 열어 “지급 기준이 국민에게 불만ㆍ혼란을 초래했고 즉각 지급도 어렵다.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1인당 50만원(4인 가구 200만원)씩 일주일 내로 금융기관을 통해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25조원가량의 재원은 “512조원의 2020년 예산을 재구성해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반색하며 6일 이해찬 대표는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자"며 '전국민 지급안'에 힘을 실었다.

제동을 걸고 나온 건 유승민 의원이었다. 그는 7일 오전 페이스북에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려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고 나왔다”며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황 대표를 정면으로 겨눈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정당이 건전보수 정당이다. 미래통합당이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7일 오전 대전 유성구 장동혁 유성구갑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7일 오전 대전 유성구 장동혁 유성구갑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황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황 대표는 유 의원 페이스북 2시간여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 50만원 지급안'을 재차 강조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재원마련을 위해 어려운 국민에게 손을 벌려선 안 된다. 512조 예산 중 20%만 조정하면 100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본인 주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원 문제와 시행 시기 등으로 논점을 옮기려 한 것이다. 또한 “재정 건전성을 생각하면서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한 유 의원 공격에 대한 방어적 성격도 짙었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황 대표 의견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추경으로) 한 두달 이상 걸릴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통해 내일이라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의 최저 생계비가 190만원, 4인 가구 기준 200만원이라는 취지에서 1인당 50만원 얘기를 한 것”이라며 “경제가 정지 상태에 놓여있는데 시간을 질질 끌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내에선 선거를 고작 일주일가량 앞둔 시점에 재난지원금을 두고 지도자급 인사가 대결 양상을 보이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당 당직자는 “여권을 향해 맹공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왠 자존심 싸움인가"라고 했다.

근본적으론 10여년간 이어져 온 '복지 담론 전쟁'에서 보수진영이 여전히 밀리고 있는 방증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2011년 무상급식 찬반 논란이 거셀 당시 한나라당은 "부자도 국가 지원이 필요한가"라며 ‘선택적 복지’를 내세우면서 ‘보편적 복지’의 민주당과 전면전을 벌였다. 하지만 주민투표에서 완패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을 내놓는 등 정치적 출혈이 만만치 않았다.

2018년 아동수당을 하위 90%에게만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됐을 땐 “상위 10% 추리는데 들어간 행정비용(1400억원) 너무 많다”는 지적에 100% 지급으로 당 입장을 선회한 적이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아직 '오세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게 뭐가 나쁘냐'는 명분론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여전히 좌파 프레임에 끌려가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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