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63)
지난 3월 18일, 미국의 디지털자산운용회사 웨이브 파이낸셜(Wave Financial)은 미국 켄터키주 와일더니스 트레일 증류소(Wilderness Trail Distillery)의 연간 버번 위스키 생산량을 ‘토큰화(Tokenize)’한다고 발표했다. 이 증류소의 연간 생산량은 최대 200만 달러(약 24억 6000만원). 오크통에 담긴 버번 위스키는 토큰이 되어 디지털 자산 펀드를 통해 공개된다.
투자자는 ‘웨이브 켄터키 위스키 2020 디지털 펀드’라는 펀드를 통해, 올해 증류한 위스키와 연동된 자산담보 토큰을 구입할 수 있다. 이 토큰은 약 400만 병의 버번 위스키 자산을 의미한다. 웨이브 파이낸셜사에 따르면, 투자자는 버번 위스키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토큰 발행 후 숙성된 위스키가 제품화되었을 때 수익의 일부를 분배받을 수도 있다.
위스키 토큰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위스키의 제품 특성을 잘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위스키는 시간이 지날수록(숙성될수록) 가치가 오른다. 웨이브 사 분석에 따르면, 처음 증류했을 때는 1배럴당 1000달러인 위스키가 5년 후에는 40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5년 만에 4배의 가치 상승. 매력적인 투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최근 위스키 시장은 호황이지만,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는 불황이었다. 위스키가 안 팔리면, 당연히 투자금액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또 위스키는 오크통에 담겨있어서 화재에 취약하다. 작년 7월, 세계적인 버번위스키 제조사 짐 빔(Jim Beam)의 숙성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4만 5000배럴(90만L)의 버번 위스키가 유실됐다. 위스키 토큰 투자를 생각한다면, 이런 위험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웨이브 파이낸셜의 사장이자 새로운 위스키 펀드의 매니저인 벤자민 차이(Benjamin Tsai)는 이 펀드에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높은 초기비용과 최저구매액, 낮은 유동성, 생산능력 부족, 기술적 노하우 때문에 이용하지 못했던 희귀 자산을 접할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웨이브 사는 몇 개의 토큰 거래소와 위스키 담보 토큰 간의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공식 유통시장 인프라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