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석달 전 "만세" 불렀는데…무용론 나오는 데이터3법

중앙일보

입력 2020.04.06 17:10

업데이트 2020.04.06 17:14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만세! 드디어 데이터 3법 통과!!’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의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외쳤다. 데이터3법 통과를 기다리던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들도 줄줄이 ‘만세’ 댓글을 달며 자축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IT 업계 분위기는 그때와 딴판이다. 일각에서는 “데이터3법 하나마나 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무슨 일이야?

·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8월 5일 시행되는 법의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공개된 것.
· 시행령에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요건 4가지가 나열됐다.(시행령 14조의 2)
①추가처리 목적과 당초 수집목적의 상당한 관련성.
②수집한 정황과 처리 관행에 비춘 예측 가능성.
③추가 처리가 정보 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
④가명처리로 추가처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 가명처리 할 것.

이게 왜 문제야?

· 업계에선 ①,②에 들어간 ‘상당한 관련성’, ‘관행에 비춘’이라는 단서에 주목했다. 사실상 이 조항을 쓸모없게 만드는 어구라는 지적이다.
· 해당 조항에 근거해 기업이 개인정보를 사용자 동의없이 추가로 이용했는데, 누군가 고소·고발을 한다면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 ‘관행이었던 점’을 기업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 익명을 요구한 IT기업 관계자는 "시행령이 말하는 ‘상당한’이 어느 수준인 지 알아보기 위해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할 기업이 얼마나 있겠냐”며 “규정을 모호하게 만들어 기업에 판단 책임을 떠넘기는‘무책임한 시행령’”이라고 말했다.
· 학계도 비판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구체화하는 게 시행령인데,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불확정 개념’을 시행령에까지 적용하면 기업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법 개정 취지에 비춰보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에도 말이야

지난 3월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스1]

지난 3월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스1]

· 법·시행령의 모호한 규정들은 사회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 오는 11일 서비스를 중지하는 ‘타다 베이직’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객자동차법 시행령은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경우 렌터카도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고 예외 규정을 뒀다. 타다는 이 규정을 근거로 나온 서비스다. 그러나 타다가 인기를 끌자 택시 업계는 ‘관광 목적’이라는 법의 취지에 타다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지난 3월 법 취지를 명확히 하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

· 기업의 '개인정보 추가 이용'은 개개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행정안전부가 예를 든 개인정보 추가 이용 사례를 보자. 약국에서 손님(환자)로부터 의사 처방전을 전달 받아 약을 조제했는데 고객이 약을 잘못 받아갔다면, 약사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고객 연락처를 물어보고 '약을 잘못 가져갔다'고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에선 병원은 약사에게 환자 전화번호를 알려줘선 안 된다. 해당 목적으로 동의를 받고 수집한 정보가 아니라서다. 하지만 개정법으로는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의 입장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건강과대안,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개인정보 도둑법 강행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건강과대안,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개인정보 도둑법 강행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시행령의 모호한 문구는 개인정보 남용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 법 개정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며 반대해왔다.
·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 관계자는 6일 “시행령에 모든 상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다 담을 수 없다”며 “입법예고 기간 의견을 받아 합리적으로 조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정보보호법 전문가인 강현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내 정보가 나도 모르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활용되는 걸 막자는 게 개인정보보호법의 대원칙”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반대하는 이들도 많아 현 수준의 시행령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 정부는 오는 5월까지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받아 7월 중 시행령 개정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법 시행일(8월 5일)에 맞춰 일종의 유권해석집인 '법령 해설서'도 공개한다.
·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부분은 해설서에서 충분히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 IT 업계는 기업 의견을 모아 대응할 계획이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7일까지 업계 의견을 취합해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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