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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n번방‘ 범죄자에 신분 감추고 접근하는 수사는 불법 아냐”

중앙일보

입력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 자문단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 자문단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수사를 위해 신분을 감추고 범죄자에게 접근하는 건 위법한 수사방식이 아니라고 경찰청장이 밝혔다. 경찰은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 관련자를 검거하기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수사 방식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가능한 수단 모두 동원" 

민갑룡 경찰청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범행 의도가 있는 상황에서 신분을 감추고 접근해 범죄 정황이나 행위자를 확인하는 것은 법적으로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5)이나 n번방 운영자인 ‘갓갓’은 물론 성 착취 범죄의 공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잠입 수사를 벌이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찰은 성 착취 범죄를 잡는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민 청장은 지난달 24일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악질적인 범죄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생산자, 유포자는 물론 가담‧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은 성 착취 범죄 정황과 가담자를 파악하기 위해 ‘함정수사’가 아닌 잠입 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갑룡 경찰청장. [청와대 유튜브 캡처]

민갑룡 경찰청장. [청와대 유튜브 캡처]

"범죄 유도 함정수사는 신중해야"

국내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먼저 접근해 범행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해외 일부에서는 테러, 조직범죄 등에 대해서는 이 같은 방식의 수사도 인정되는 추세다. 영화에서 다뤄지곤 하는 ‘언더커버’도 이 같은 함정수사에 해당한다.

민 청장은 디지털 성 착취 범죄 등 특수한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함정 수사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의 법적 수용성 문제 등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사회적인 논의를 지켜보고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국민 대다수의 뜻이 형성될 때까지 살펴보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갓갓' 검거에 자신감

경찰은 이날 텔레그램 n번방의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갓갓’에 대해 검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 청장은 “(갓갓에게)의미 있게 접근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갓갓 등이 수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갓갓을 잡을 수 있다”며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이미 갓갓이 사용한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특정한 상황이다. 경찰은 ‘갓갓’을 쫓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에 사이버 수사 전문가인 정석화 총경을 파견해 투입했다. 경찰은 갓갓을 특정할 만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한다.

20곳 압수수색…유료회원 찾는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가상화폐 거래소와 구매대행업체 20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압수수색이다. 경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주빈이 운영한 성 착취 영상 공유방의 유료 회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강정현 기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강정현 기자

조씨는 박사방을 세 단계로 운영하면서 입장료 격인 후원금을 최대 150만원까지 모네로,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로 받아왔다. 경찰은 앞서 5곳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조씨에게 돈을 건넨 회원을 빠짐없이 파악하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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