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자택 사망자 누락에도 사망 1만명…트럼프 "빛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美 확진 33만7637명, 사망 9647명…"미국에 크나큰 슬픔의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데보라 벅스 신종코로나 조정관 설명을 듣고 있다. 그는 사망자 급증에 "크나큰 슬픔의 시간"이라면서도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데보라 벅스 신종코로나 조정관 설명을 듣고 있다. 그는 사망자 급증에 "크나큰 슬픔의 시간"이라면서도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5일(현지시간) 1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공식 통계가 상당히 축소됐다고 미 언론들이 제기했다. 많은 수의 자택 사망자가 검사도 받지 않은 채 집계에서 누락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크나큰 슬픔의 시간"이라며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터널 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최대 진앙인 뉴욕에서 신규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줄어든 것을 언급하면서다.

존스홉킨스 "5일 감염·사망자 4일 대비 줄어" #뉴욕 하루 사망자 630명→5일 594명 첫 감소 #트럼프 "입원 환자도 아마 줄어들기 시작해" #쿠오모 "일시적 변화일 수 있어 판단 이르다" #미 전역 '자택 사망자' 검사 안 해 축소 논란 #3월 초 진단키트없어 폐렴 증상자 검사 못해

미국의 일일 신규 감염자 증가 추이. 4일 3만3300명에서 5일 2만8200명으로 5100명 줄었다.[존스홉킨스의대 코로나바이러스 자료센터]

미국의 일일 신규 감염자 증가 추이. 4일 3만3300명에서 5일 2만8200명으로 5100명 줄었다.[존스홉킨스의대 코로나바이러스 자료센터]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6일 0시 현재 누적 확진자는 33만7637명, 사망자는 9647명이다. 하루 신규 감염자는 4일 3만3300명에서 5일 2만8200명으로 줄었고, 사망자도 3일 1169명에서→4일 1344명으로 늘었다가 5일엔 1147명으로 감소했다. 뉴욕의 신규 사망자도 4일 630명→5일 594명으로 처음으로 줄었다.

이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우리가 다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좋은 소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 변화(blip)일 수 있어 추세를 반영하는 지표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백악관 브리핑에서 "뉴욕에서 사망자가 처음으로 준 것은 매우 좋은 신호"라며 "(신규) 입원 환자도 아마도 줄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보라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 대응조정관도 "뉴욕에서 신종 코로나 신규 검사자 대비 양성 판정 비율이 40%에서 36%로 낮아졌다"며 "사망자는 계속 늘겠지만 다음 주까지 대도시 지역이 안정기에 들어서길 바란다"고 했다. 미 최초 발병지역인 워싱턴주는 이미 양성 판정률이 8%까지 떨어졌고 400개 인공호흡기를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반납해 다른 주를 돕기 시작했다.

벅스 조정관은 "뉴저지의 양성 판정률은 42%로 치솟았고, 루이지애나 25%, 매사추세츠·코네티컷·미시간 20%, 워싱턴 DC가 15%로 상승세"라고 했다.

백악관 "미국민에 이번 주 진주만·9·11 같은 가장 힘든 순간"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5일 "이번 주가 미국민에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와 같은 생애동안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5일 "이번 주가 미국민에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와 같은 생애동안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이번 주는 우리에게 진주만 공습(Pearl Harbor)과 9·11 테러와 같은 순간이 될 것"이라며 "수많은 미국인에게 전 생애 동안 가장 힘든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 본토가 직접 공격당한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사망 2403명)과 2001년 9·11(2996명)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일부 희망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미 사망자 공식 통계는 실제 사망자보다 축소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질병통제센터(CDC)가 신종 코로나 확진자만 희생자로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스텐 노들런드 CDC 대변인도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도 너무 적게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병원에서 사망한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의 경우 공식 집계에 반영하지만, 자택 사망자나 노인요양원 사망자의 뚜렷한 감염 증상이 보여도 사후 검사 없이 일반 사망자로 처리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사후 검사 기준이 각주마다 다른 데다 현장 보건 관리들이 사망자까지 일일이 검사해 확인하는 것은 희소한 의료자원 낭비로 여긴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환자가 넘치는 뉴욕시의 경우 응급 의료진이 위중한 상태가 아니면 집에 머물라고 하기 때문에 이후 사망하더라도 절대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에선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망자 3명 중 한 명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재된 사망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루이지애나·인디애나·앨라배마 주에선 2~3월 초까지 폐렴 증상의 사망자가 급증했지만, 당시 진단키트조차 보급이 안 돼 검사할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009년 H1N1 돼지 독감 당시 세계보건기구(WHO)가 확진자를 기준으로 사망자를 1만 8631명으로 집계했지만, 미국 CDC는 2012년 그보다 15배에 이를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지적했다.바이러스 대유행 와중에 사망자 통계를 실시간 집계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