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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5000명 구하고 잘린 美루스벨트함 함장, 코로나 확진 판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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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크로지어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함장. [미 해군]

브렛 크로지어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함장. [미 해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에서 5000명 부하의 목숨을 구하러 지휘부에 서한을 보내고 언론에 도움을 청했던 함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문학수업이 아니지 않나" 비판 #에스퍼 국방장관도 "어려운 결정 지지" #바이든 “경질은 거의 범죄, 훈장감” 반박 #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해군 대령)이 최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크로지어 함장의 지인과 가족에게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로지어 함장은 지난 2일 함장에서 경질되기 전 이미 크로나19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미 해군 대변인은 크로지어 함장의 상태에 대해 밝히길 거부했다.

크로지어 함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함내에서 급증하는 데도 하선을 허락하지 않자, 지난달 30일 지휘부에 “전시가 아니다. 승조원들이 죽을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또 이 편지는 지난달 31일 미국 언론에 유출돼 큰 파장을 불렀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크로지어 함장을 경질한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의 결정에 대해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고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장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잃었다는 (모들리 대행의) 생각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이 한 일은 끔찍하다고 생각했다”며 “편지를 쓴다고? 문학수업이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전화하고 요청하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미 ABC방송에서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은 “범죄에 가까운 것"이라며 "크로지어 함장은 잘리는 대신 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장은) 나서서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의 해군 병력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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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떠나자 승조원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박수를 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떠나자 승조원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박수를 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크로지어 함장은 2일 해임 통보를 받은 후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떠날 때 수백 명의 승조원이 나와 함장의 이름을 부르며 박수를 보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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