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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효리부부도 반한 ‘제주고래’, 이야기를 품은 공간을 만드는 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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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소셜네트워크에 입소문이 나는 공간. 모든 건물주들은 이런 공간을 꿈꾸겠죠. 이효리 부부가 좋아하는 제주의 공간을 만들어낸 지랩 이상묵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좋은 공간은 겉모양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미래의 건물주를 위한 폴인의 스토리북 〈미래 건물주 가이드북〉 콘텐츠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행복은 가진 것 안에서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그게 삶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집의 형태는 마치 바다를 끌어안은 것처럼 생겼지만, 11자로 배치된 두 개의 돌집은 바다와 90도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어 파도를 피하는 입지였습니다. [사진 지랩]

집의 형태는 마치 바다를 끌어안은 것처럼 생겼지만, 11자로 배치된 두 개의 돌집은 바다와 90도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어 파도를 피하는 입지였습니다. [사진 지랩]

100년된 제주 돌집을 스테이로 만들었습니다.  

2014년, 저희는 제주 조천읍에서 ‘눈먼고래’ 프로젝트를 하게 됩니다. 바다 바로 앞에 있는 100년 된 돌집을 스테이로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눈먼고래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인상적인 작업이었습니다. 일단 이렇게 오래된 돌집이 바닷가 앞에 있는 경우도 상당히 드물었죠. 새마을운동 시절에 슬레이트 지붕을 올린 집으로 많이 바뀌는 추세였는데도 이 집은 1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집의 형태는 마치 바다를 끌어안은 것처럼 생겼지만, 11자로 배치된 두 개의 돌집은 바다와 90도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어 파도를 피하는 입지였습니다. 저희는 이 집을 보자마자 “고래가 눈이 멀어서 육지에 꽈당 부딪힌 것 같다, 마치 눈먼 고래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집의 이름이 ‘눈먼고래’가 됐죠.

제주의 주거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를 알게 됐죠. 부모가 사는 집이 ‘안거리’, 출가한 자식이 사는 집이 ‘밖거리’입니다. 태풍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그물 지붕을 낮게 올린 것도 제주의 문화죠. 억새나 대나무 등을 엮어 지붕을 올리고 비가 스미지 않도록 검은색 천을 씌우는 방식입니다. 제주의 바람은 담을 먼저 치고 유선형 지붕을 따라 흐릅니다. 돌담 역시 바람이 그대로 통과할 수 있게 얼기설기 쌓여 있죠.

조천이라는 동네의 역사도 독특합니다. 조천은 비행기가 없던 시대에 제주에 들어오는 관문이었고, 이곳 포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주는 유배의 땅이기도 하죠. 유배 온 사람들이 임금과 가족이 있는 북쪽을 그리워하며 조천에 모였는데요. 북쪽을 그리워하던 신하가 ‘연북정’이란 정자도 만들었습니다. 유배 온 양반들이 자리 잡은 곳이라 그런지 조천은 특유의 근성이 전해집니다.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가 많았고, 항일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한 분들도 많았죠. 지금도 이 지역은 상업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동네에서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겁니다. 저희는 100년의 시간을 품은 공간의 가치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둥근 지붕을 살리기로 하며 저는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제주에 만든 포도호텔을 떠올렸습니다. 오름을 비롯해 제주의 자연을 담아낸 것으로 유명한 건축물인데요. 그가 신축으로 제주의 자연을 표현했다면, 우리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했죠. 캐드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해서 지붕 골조의 윤곽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하나씩 골조를 용접해 형태를 조립했죠. 골조만 4일 걸려 완성했습니다. 크레인을 이용해 이걸 지붕 위로 올렸죠. 사실 지붕 만드는 데만 외제차 한 대 값이 들었어요(웃음). 물론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래지붕이 되었거든요.

지붕만큼이나 신경 썼던 부분은 보와 서까래였습니다. [사진 지랩]

지붕만큼이나 신경 썼던 부분은 보와 서까래였습니다. [사진 지랩]

지붕만큼이나 신경 썼던 부분은 보와 서까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리노베이션이라고 해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와 서까래를 날리고 돌벽만 살려서 모양을 갖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집의 보와 서까래야말로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와 서까래를 살리기 위해 바닥을 더 파서 현대화된 설비 시설을 갖추고 보를 맞추는 작업을 했습니다. 옛집에서 나온 고재는 버리지 않고 가구로 활용했습니다. 폐목과 고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드는 매터앤매터(MATTER&MATTER) 대표님을 찾아갔죠. 집을 철거하며 나온 대문과 마루를 살려 눈먼고래의 테이블과 침대로 만들었습니다.

눈먼고래는 오리지널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로고도 고래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눈먼고래 로고를 그려준 친구가 화선지 1천 장에 그림을 그려서 보내줬는데, 저희는 제일 첫 번째 그림을 선택했습니다. 신기한 일도 있었어요. 김재경 사진가가 찍어준 완성한 눈먼고래 사진을 보다 알게 된 사실입니다. 바다가 함께 바라 보이도록 위에서 눈먼고래를 찍은 사진인데, 바다와 맞닿은 마을 끝의 모양이 고래 꼬리와 똑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죠.

이효리 씨 부부는 "제주의 원형을 잘 지키면서 멋스럽게 리모델링한 게 무척 놀라웠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사진 지랩]

이효리 씨 부부는 "제주의 원형을 잘 지키면서 멋스럽게 리모델링한 게 무척 놀라웠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사진 지랩]

이 사진을 보고 눈먼고래에서 파티를 하고 싶다고 연락한 분이 있으셨죠. 이효리 씨와 이상순 씨였습니다. 결혼 후 두문불출하고 있을 때인데, W매거진에서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 파티 겸 화보 촬영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그 두 분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죠. 누군지 알려주지 않으면 안 하겠다며 실랑이를 하다가 끝내 이효리 씨 부부라는 걸 알게 됐어요. 눈먼고래를 작업할 때 이효리 씨 부부가 손님으로 와주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는데 정말 와주신 거죠(웃음). 촬영날 인사한 이효리 씨 부부는 "제주의 원형을 잘 지키면서 멋스럽게 리모델링한 게 무척 놀라웠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분들이 다녀간 후의 예약율입니다. 눈먼고래는 주말 1박에 50만 원이나 하는 고급 숙소입니다. 100평 대지면적에 바다고래, 숲고래의 두 채 면적이 30평으로 되어 있죠. 조천은 제주에서도 상대적으로 상업성이 덜 발달한 곳이고요. 지역의 정주성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제주의 가치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저희는 건축주와 의견을 조율해서 두 채를 하루 한 팀에게 빌려주는 프라이빗 렌탈하우스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다녀가고 8개월 동안 예약율이 100%를 찍었습니다. 1년 예약율은 93.2%였습니다. 매출액도 경이로웠습니다. 두 채를 한꺼번에 빌리는 문화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죠.

눈먼고래의 운영은 지역 주민이 맡고 있습니다. 시공 전, 철거할 때 운 좋게 돌집 옆에 세워진 작은 포크레인을 보고 연락을 드렸는데요. 실력 좋은 포크레인 기사 님이 마침 마을주민이셨습니다. 저희는 적극적으로 마을주민의 공조를 얻기로 했고, 그분을 만나 운영 매니저를 의뢰했어요. 그리고 그 기사 님의 아내 되시는 분이 지금 눈먼고래의 호스트가 됐습니다. 평생 제주에 산 분인데, 눈먼고래 매니저를 하며 요즘 인스타그램도 시작하시고, 서울에 와서 좋은 핫플레이스도 경험하는 중이세요. 눈먼고래 덕분에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달라지셨죠(웃음). 저희와도 긴밀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제주에 사는 분들과 호흡하며 스테이를 운영하는 일이, 저희는 무척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에 체육대회라든지 결혼식이라든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지역행사가 있는데요. 저희는 그때마다 마을 청년회나 노인회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100년을 봐온 우리 동네의 풍경이 잘 남게 된 일은 지역 주민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략)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의 강연 내용을 담은 폴인의 스토리 〈효리 부부도 반한 ‘제주고래’...이야기를 품은 집〉의 일부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폴인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지랩의 이상묵 대표와 이원제 상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8일, 폴인과 함께 온라인 세미나를 연다. 지랩이 서촌 일대에서 벌이고 있는 마을 단위의 기획을 소개할 계획이다. [사진 폴인]

지랩의 이상묵 대표와 이원제 상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8일, 폴인과 함께 온라인 세미나를 연다. 지랩이 서촌 일대에서 벌이고 있는 마을 단위의 기획을 소개할 계획이다. [사진 폴인]

온라인 세미나에서 직접 들어보세요!

잘 읽으셨나요. 더 많은 이야기를 지금 폴인의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랩의 이상묵 대표의 공간 실험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8일 열리는 온라인 세미나 〈서촌유희 : 마을이 호텔이 된다면〉입니다. 폴인의 스토리북 〈공간 프런티어 : 도시를 바꾸는 기획자들〉의 저자 이원제 교수와 이상묵 대표가 유심히 지켜보는 공간 트렌드를 라이브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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