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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검사한다는 워킹스루 '잠실 진료소'···"하루 66명 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해외입국자 전용 워킹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최은경 기자

지난 3일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해외입국자 전용 워킹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최은경 기자

서울시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해외입국자 전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이하 잠실 선별진료소)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15 총선 서울 송파을에 출마한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지난 2일부터 수차례 페이스북에 잠실 선별진료소 철수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배 후보는 5일 “4월 3일 (잠실 선별진료소에서) 66명이 진료받았고 그중 34명만 송파구민이었다”며 “보건소 증설 없이 충분히 진료 가능한데 뭐하러 예산을 들여 잠실 선별진료소를 만드냐”고 비판했다.

3일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설치

배 후보의 경쟁자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재차 페이스북 관련 글을 올렸다. 최 후보는 4일 “해외입국자들을 해당 거주 자치구 보건소로 보내고 부족하면 증설하면 될 일을 서울시가 분석 없이 과잉행정을 취했다”며 “1000명을 검사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 3개 구 보건소가 하루 최대 700명 내외를 검사할 수 있는데 현재 약 550명을 검사하고 있다”며 “송파 보건소는 입지가 협소해 진료소를 증설하기 어려우니 약 100명 규모의 잠실 선별진료소 일부만 남기고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일 KBS1라디오 '라이브 비대위'와 한 인터뷰에서 잠실 선별진료소와 관련해 "송파에 입국자가 많아서 가까운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것"이라며 "기본은 각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지만 입국자가 많은 곳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일 KBS1라디오 '라이브 비대위'와 한 인터뷰에서 잠실 선별진료소와 관련해 "송파에 입국자가 많아서 가까운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것"이라며 "기본은 각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지만 입국자가 많은 곳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뉴스1]

논란은 지난 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외입국자 전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잠실종합운동장에 1000명 검사가 가능한 대규모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 거주자의 경우 무증상자는 집에 가기 전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한 해외입국자 전용 워킹 스루(Walking Thru) 또는 해당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입국자의 이동을 돕기 위해 공항에 8대의 리무진 버스를 따로 마련해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야 후보 모두 비판 나서

이후 여·야 총선 후보가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잠실 종합운동장 워크 스루 선별진료소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자는 “넓은 공항 근처를 두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아파트와 주거밀집지역에 (진료소를) 설치하면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에는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잠실 선별진료소와 관련한) 서울시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우리 구는 해당 내용을 공유 받지 못해 운영방식을 제대로 설명해 드리지 못했다”고 해 자치구와의 소통 부재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다시 자료를 내고 “해외 입국자들은 각 자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우선 이용토록 하고 이를 위해 자치구 해당 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라며 “송파구의 경우 여건상 보건소 선별진료소만으로 신속한 검사를 할 수 없어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 “잠실 선별진료소는 자가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 전후 외부로의 보행 이동은 엄격히 통제된다”고 강조했다. 처음 발표에는 없던 내용이다.

지난 3일 서울시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해외입국자 전용 워킹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입구. 자가용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최은경 기자

지난 3일 서울시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한 해외입국자 전용 워킹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입구. 자가용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최은경 기자

서울시 “신속 검사 위해, 통제 엄격”

지난 5일 오후 논란이 된 잠실 선별진료소에 직접 가보니 해외입국자가 검사를 받은 직후 걸어서 주변 상가나 아파트로 이동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진료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모든 피검사자는 검사소 바로 앞까지 자가용을 타고 와 내려서 검사받은 뒤 다시 자가용을 타고 나갔다. 주변 도로에 걸린 현수막에는 ‘일반인 출입을 통제한다’고 쓰여 있었다.

취재 시 통제선을 넘지 말라는 안내에 따라 검사소와 멀찍이 떨어진 관계자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 멀리 피검사자용 넓은 주차장과 천막, 컨테이너가 보였다.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는 공간은 10곳이며 이 앞에 5줄로 차를 댈 수 있다고 했다. 운영 시간은 오후 2시~오후 10시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차가 한두 대씩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한 운전자는 기존에 운영되던 잠실종합운동장 드라이브 스루인 줄 알고 왔다가 검사를 받지 못하고 돌아 나갔다. 해외입국자만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다.

검사를 시작하고부터 약 20분 동안 검사소 앞에 대기한 차량은 6~7대를 넘지 않았다. 관계자는 보통 오후 6시 이후 붐비며 차가 많을 때는 대기 차량이 30~40대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에 투입된 의료진이 26명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용객 수를 묻자 답하지 않았다.

이관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검사 건수가 몇 건 되지 않으면 각 구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면 될 것이지만 현재는 대규모 유입을 예상하고 전용 선별진료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 우려를 줄이고 방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선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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