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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련 버리고 단일화도 차단···"공천 빼곤 다 양정철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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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리의 동력 제공’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목표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있다. 지난해 5월 원장이 된 그는 지난 1년여간 선거 기획과 전략 수립을 주도하는 핵심 일원이었다. ▶총선 공약 ▶인재 영입 ▶비례연합 등의 굵직한 사안이 모두 양 원장의 손과 머리를 거친 까닭에, 당 안팎에서는 “공천을 빼면 사실상 양정철이 다 했다”(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런 만큼 양 원장이 정치권 안팎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다.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였던 지난 3일에도 화제가 됐다. 양 원장은 이날 오후 ‘민주연구원 정책협약식’ 참석차 이흥석(창원성산)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이 지역 최대 현안은 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후보 단일화로, 양측은 투표용지 인쇄(6일) 전 후보 단일화를 위해 협상 시한을 3일로 잡아놓고 있던 터였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이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이흥석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이 후보와 '정책 협약식'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이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이흥석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이 후보와 '정책 협약식'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양 원장은 대뜸 “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과의 연대는 강을 건넜다.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는 것은 중앙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카운터 파트너인 여영국 정의당 후보 측은 이튿날 “창원시민들의 단일화 염원을 짓밟은 민주당 양정철 원장의 오만과 무례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양 원장이 방문한 자리에서 “창원성산에서 민주당 깃발이 올라가게 한 몸을 다 바치겠다”고 말한 이 후보 측도 이튿날인 4일 “범진보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추진에 대해 단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 마라톤 협의를 해서라도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자”고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창원성산에 출마한 각 당 후보들이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창원성산에 출마한 각 당 후보들이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 [연합뉴스]

양 원장이 “유감”이란 비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시민을위하여’(더불어시민당)를 선택했을 때, 또 다른 플랫폼 정당이었던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은 “선거연합의 취지를 무너뜨렸다. 당 지도부의 사과와 양 원장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개련 집행위원장이었던 하승수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 때마다 “양 원장이 일방적인 시한 설정이나 언행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선거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지난해 11월에 민주연구원이 발표한 ‘모병제 도입’ 공약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최고위원이 양 원장에게 “이렇게 큰 주제를 당 최고위에 말도 없이 민주연구원이 발표하는 경우가 어딨느냐”고 반발했고, 결국 총선 공약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양 원장은 공천 시즌을 앞두고 당 인재영입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때도 관련 내용이 당 최고위원에게 공유되지 않아 ‘밀실 영입’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는 일단락된 공약 마련이나 인재 영입과 달리 현재 진행형 이슈다. 양 원장이 나서서 선을 그으면서 인천 연수을(민주당 정일영, 정의당 이정미 후보), 고양갑(민주당 문명순,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타 지역 단일화 논의의 전망도 어두워졌다. 다만,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단일화와 관련한 양 원장의 발언은 중앙당에서 이미 조율을 거친 것”이라며 “비례연합정당 구성 때는 민주당을 맹비난하더니 이제 와서 단일화에 협조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 원장에 대해 당 안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양 원장이 매번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게 썩 유리한 일은 아니다”(수도권 출마 현역의원)는 얘기부터 “이기면 업적이지만, 지면 역적”(민주당 관계자), “당직을 안 맡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양 원장은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하는 것일 뿐 문제 될 게 없다”(당 핵심 관계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양 원장은 6일 이소영(의왕-과천)·김남국(안산단원을)·이탄희(용인정)·김현정(평택을) 후보, 7일 김용민(남양주병)·한준호(고양을)·이용우(고양정)·김주영(김포갑) 후보와 정책협약식을 갖는 등 공개 일정을 이어간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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