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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대 아파트 한 채가 발목 죘다···재난지원금 못 받는 노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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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주민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가구에 가구원수 별로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주민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가구에 가구원수 별로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소규모 여행사 직원 A(3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면서 지난달에 휴직에 들어갔다. 손님이 사라지면서 회사가 어려워져 휴직으로 떠밀렸다. 그나마 70%의 월급을 받고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하지만 회사가 이번 달에는 무급휴직을 신청받는다고 해서 걱정이 태산이다. 자율적으로 신청 여부를 결정하라지만 신청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하지만 곤궁한 상황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작은 기업 직원들이 큰 기업에 비해 재난지원금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됐다. 커다란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건강보험료가 재난지원금 대상인 '소득 하위 70% 이하'의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기준 시점은 3월 29일 현재 건보료(이하 기준건보료)다.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은 매달 근로자의 소득을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그나마 2월 소득 변화가 기준건보료에 반영돼 있다.
 100인 미만 사업장은 이런 의무가 없다. 작은 기업의 기준건보료는 2018년 소득을 토대로 매긴다. 2년 전 것을 기준건보료 잣대로 쓰겠다는 뜻이다. 2~4월 무급휴직, 월급 삭감 또는 반납 등으로 인해 소득이 크게 줄어도 반영하기 어렵다. A씨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난해, 올해 월급이 오른 경우 기준건보료에 반영돼 있지 않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대상자가 아닌데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직장 건보 100인 미만 사업장은 181만6981개, 근로자는 2083만명이다. 100인 이상은 1만6386개, 1598만명이다(2월 기준).
 지역가입자 중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의 소외도 문제다. 5억5000만원 아파트와 5년 된 준중형 승용차가 있는 노부부라면 재난지원금을 못 받게 된다. 재산 건보료와 자동차 건보료에다 최저소득 건보료(월 1만3980원)를 더하면 15만원이 넘는다. 2인 가구 지역가입자는 건보료가 14만7928원 넘으면 대상에서 탈락한다. 만약 이 부부가 기초연금을 받거나 27만원 이하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어도 이런 상황을 달라지지 않는다. 기초연금은 지역가입자 소득에 반영하지 않고 국민연금은 30%만 반영한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 74만명에게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다. 월 27만원의 소득이 사라졌다. 일부 지자체에서 먼저 지불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얼마나 집행됐는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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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정부가 급해서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긴 했지만 건보료의 한계 때문에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직장은 재산을 반영하지 않고 지역가입자만 부과하는 점, 금융·임대 등의 소득이 다 반영되지 않는 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재난지원금의 목적이 저소득층 지원인지, 소비 진작인지, 영세자영업자 살리기인지 잘 모르겠다"며 "소득 하위 70%를 나누는 게 매우 어려울뿐더러 특히 70% 경계선에 있는 사람은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우선 다 지급하고 소득에 따라 차등해서 나중에 회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하위 70% 선정에서 누락한 사람을 반드시 구제해야 한다.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상시근로자 중 최근 3개월간 휴직이나 무급상태에 들어간 사람, 임시일용직의 소득 감소를 자세하게 파악해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모든 사람에게 지원하고 내년 초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 때 소득 상위 30%에게서 회수하는 게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장주영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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