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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맞벌이 워킹맘들 코로나 장기화에 애태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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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남편과 함께 22개월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워킹맘이다. 지난 1월 필자의 복직 이후 직장 다니는 남편이 3개월간 육아 휴직을 쓰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차 소진하며 아슬아슬 버티기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대책 절실

당초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가기로 했지만, 개원이 연기됨에 따라 부부의 계획이 어그러졌다.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엄마·아빠와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생후 22개월 아이를 긴급돌봄에 보내야 하나? 보냈다가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남편과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고 연차를 쓰면서 버텨야 하나? 이리저리 궁리해도 정답을 찾기 어려웠다.

긴 고민 끝에 우선 남편의 육아 휴직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럼 3개월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쯤 코로나19는 끝이 날까? 필자의 머릿속은 매일 이런 고민으로 가득하다.

초·중·고교의 순차적 온라인 개학,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기약 없는 개원 연기로 필자 같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직장 눈치 보며 재택 근무를 하거나 연차를 끌어 쓰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친구는 2주에 한 번씩 발표하는 개학 연장 소식을 들으면 속이 타들어 간다고 호소한다.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놀이 치료사인 친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담이 무기한 취소돼 수입이 크게 줄었다. 항공사에 다니는 친구는 무급휴직 상태다.

자녀 돌봄을 이유로 워킹맘들이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 돌봄 공백과 가구소득 감소를 복합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형태와 정도는 부부의 근로 특성에 따라 다양하고 편차도 크다.

자녀를 양육하는 맞벌이 부부가 이용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정책은 크게 세 종류다. 첫째는 유연근무제, 가족 돌봄 휴가, 휴직과 같은 시간 지원이다. 둘째는 긴급돌봄과 같은 양육서비스 지원이다. 셋째는 아동 돌봄 쿠폰 지급, 가족 돌봄 비용 긴급 지원,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 지원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마당에 아이들을 기관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한 다수 맞벌이 부부는 긴급돌봄을 덜 선호한다. 대신 조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에 의지하거나 부부가 직접 돌본다.

감염 위험 때문에 대면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유연근무제와 휴가 제도를 활용해 맞벌이 가구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1월부터 시행된 가족 돌봄 휴가는 사용 기간이 짧아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충분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한시적으로 가족 돌봄 휴직을 유급으로 전환하고, 육아 휴직의 경우 필요에 따라 2회 이상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고려할만하다.

정부의 어린이집·유치원·초등 긴급돌봄 운영 계획은 전반적 운영 지침을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으나, 세부적인 사항은 지속해서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3월에 새롭게 기관 생활을 시작한 아동의 적응 방안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신입 아동을 대상으로 시간대를 나눠 부모와 함께 입실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 주는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 적응기를 가질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맞벌이 가구의 소득부족분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즉각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맞벌이 가구의 소득 수준, 자녀 연령, 자녀 수, 거주지 등에 따라 지원이 상이해 실제 혜택을 누리는 맞벌이 가구가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다. 정부의 육아 지원 대책이 사각지대 없이 개별 가정에 잘 전달되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