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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자유질서 가고 성곽시대 재도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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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상점이 폐쇄된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주변 모습. 사를드골 광장에 인적이 드물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상점이 폐쇄된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주변 모습. 사를드골 광장에 인적이 드물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최악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소비가 위축됐고, 기업 구조조정으로 급여 삭감과 해고가 급증해 또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질서가 ‘코로나19 전과 후’로 영원히 바뀔 것이라는 극단적인 관측까지 나온다.

키신저 등 ‘세계화 시대 종말’ 경고 #“세계질서 이전과 절대 안 같을 것” #“팬데믹 땐 자유무역주의자 없다” #“미 4월 2280만개 일자리 사라질 것” #대공황 이후 최악 실업률 15% 전망 #

키신저

키신저

외교가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어려워지고, 생산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키신저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중 보건 위기가 최악의 거시경제 위기로 번지며, 지난 30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끈 ‘세계화 시대’가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제러드 베이커 전 WSJ 편집장은 “팬데믹 시기에는 자유무역주의자가 없다”며 “각국은 의료 장비 등 중요한 생산기지를 점차 자기 나라에 옮겨오고 빗장을 걸어 잠글 것”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노력해온 ‘협력하는 글로벌 사회’라는 게 허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불황을 체감하는 경제 쇼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확진자 수가 30만 명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3월 비농업 일자리는 70만1000명이 감소, 실업률은 4.4%로 치솟았다.

게다가 미국 4월 고용 지표는 훨씬 암울하다. 이미 미국 3월 넷째 주(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65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P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는 총 228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고, 4월 한 달 만에 그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주요국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

주요국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

미 경제분석기관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미국의 실업률이 이미 12.5%대로 치솟은 상태라고 추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최고치인 10%(2009년 10월)를 이미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 실업률 15%를 점쳤다. 이 경우 대공황 이후 최고치다. 1933년 미국 연간 실업률은 25%였다.

실업 대란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분기 실업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2021년 말까지 수치가 9% 선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주요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영국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 실업수당 청구가 10배 급증한 100만 건을 기록했다. 이미 실업률 13.8%로 선진국 중 최고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신규 실업자가 83만4000명으로 전월 대비 30만2000명 늘었다. 프랑스는 지난달 후반 2주 동안 400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캐나다에서도 외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동안 실업수당 신청이 213만 건에 달했다. 전체 캐나다 노동인력의 11%에 이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IMF 역사상 이처럼 세계 경제가 멈춰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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