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트로트·율동 유세 없다···'걱정말아요' 위로송 대세

중앙일보

입력 2020.04.05 10:00

업데이트 2020.04.05 10:11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대전 유성갑에 출마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가수 전인권씨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노래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가사 속 문구처럼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총선 홍보용 동영상이었다.

조 후보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시끌벅적한 유세보다는 시민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차분한 선거운동을 이어가려고 한다”며 “‘걱정 말아요 그대’ 등 유성구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노래로 로고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율동 없는 '조용한 선거유세'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의 배우자와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종로구 효자동에서 '조용한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의 배우자와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종로구 효자동에서 '조용한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2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 후보들의 선거 로고송 전략에 확연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신풍속도인 셈이다.

우선 역대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율동 로고송은 이번 선거에선 상당 부분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떠들썩한 선거 유세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특히 각 후보들에게 전달한 ‘21대 총선 전략홍보유세 매뉴얼’을 통해 “율동 없는 조용한 지지연설로 진행해달라”는 당부 내용을 담았다.

이에 맞춰 로고송 역시 빠른 템포의 흥이 넘치는 노래보다는 잔잔한 분위기의 이른바 ‘위로송’이 대세가 됐다. 민주당이 공식 로고송으로 선정한 ‘걱정 말아요 그대’를 포함해 ‘하나 되어’, ‘달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선대위 회의에서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시끄러운 음악이나 트로트, 율동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 2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구 수성갑 후보가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 2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구 수성갑 후보가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예방을 주제로 한 로고송을 쓰는 후보도 있다. 코로나19 집단발병이 일어난 대구에서 수성갑 지역구에 출마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삽입곡 ‘시작’을 개사한 로고송을 쓰고 있다. “흐르는 물에 30초 비누로 꼼꼼하게. 기침이 나올 때는 손이 아닌 옷소매 대고” 등의 가사를 활용해 손씻기와 기침예절,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담았다.

아예 ‘로고송 없는 선거운동’을 선언한 후보도 있다. 충북 제천-단양에 출마한 이후삼 민주당 후보는 “로고송·율동 없는 선거를 하겠다”며 “출퇴근 유세 대신 지역미화활동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갑 하태경 통합당 후보 역시 로고송을 사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선거운동원 간 거리를 2m씩 띄운 채 바닥을 돌고 있다.

개사해 직접 로고송 부르는 후보들

“문재인 믿었었는데 발등을 찍혔네. 그래 너 그래 너 야 너 이런 건 정의가 아냐”
경북 포항남-울릉에 출마한 김병욱 통합당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자신이 직접 개사해 부른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다. 정치 신인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는 “지역구민들이 나를 잘 모르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접촉도 어려워 절박한 마음이었다”며 “얼굴도 알리고, 현 정부를 향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보가 개인적인 의미를 담아 제작에 참여한 로고송도 있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김용태 통합당 후보는 절친했던 고(故) 정두언 전 의원의 노래 ‘희망’을 로고송으로 사용한다. 노래 중간에 자신이 출마한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선거 슬로건도 정 전 의원이 2016년 총선 때 썼던 ‘할 말 했습니다. 할 일 했습니다’를 차용해 ‘할 말, 할 일 하는 김용태’로 정했다. 김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두언은 내 마음 속의 영원한 친구”라며 “하늘에서 보고 있을 그의 뜻을 잘 이어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시비에 ‘여혐’ 가사 논란도

로고송이 종종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2018년 6ㆍ13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은 ‘아기상어’라는 로고송을 공개했다가 저작권 시비에 휩싸였다. 유아들이 즐겨 부르던 동요 ‘상어가족’의 제작사 스마트스터디가 특정 정당의 무단사용을 이유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다. 당시 한국당은 “해당 곡의 원곡은 미국의 구전동요”라며 “원 작곡가에게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중식이밴드’와 총선 테마송 협약을 맺었으나, 해당 밴드의 과거 노래 가사 중 여성혐오 표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나서 “밴드 선정 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실망하고 분노한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건·김홍범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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