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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언박싱] 김영춘·서병수 부산 접전, 변수는 제3후보 정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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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총선 언박싱(unboxing)-더비’는 제21대 총선에서 화제의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와 속사정, 중앙일보만의 깊이있는 분석 등을 꼭 집어 정리해드립니다.

제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부산 총선 후보들이 출근길 인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부산진갑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미래통합당 서병수 후보자. [연합뉴스]

제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부산 총선 후보들이 출근길 인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부산진갑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미래통합당 서병수 후보자. [연합뉴스]

부산 부산진갑은 부산ㆍ경남(PK)의 가장 치열한 전장(戰場)이다. 19ㆍ20대 총선에서 이곳을 차지한 정당의 색깔은 다르다. 매번 격전을 치렀다. 승패의 차이는 불과 3~4%포인트였다.

이번에도 격전이 예고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3선 의원 김영춘 후보가 나섰다. 미래통합당에선 부산시장과 4선 의원을 지낸 서병수 후보를 내세웠다. 두 후보는 각각 자신이 속한 두 당의 부산 선거를 책임지는 부산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진갑의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산진갑의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론조사도 호각세다. 지난달 23일 부산 국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폴리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영춘 후보 34.6%, 서병수 후보 36.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과 4월 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김 후보 38.9%, 서 후보 35.9%로 둘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여야 모두 부산진갑을 PK의 최대 승부처로 꼽는 가운데 이곳 선거 판도에 영향을 줄 변수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관전 포인트 1. 당감·부암동 vs 초읍동, 어느 동 표심이 결집할까  

20대 총선 부산진갑 각 후보별 득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대 총선 부산진갑 각 후보별 득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산진갑은 부전1동, 범전동, 연지동, 초읍동, 양정 1ㆍ2동, 부암 1ㆍ3동, 당감 1ㆍ2ㆍ4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초읍·부암동과 당감동은 여야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부암동과 당감동은 호남에서 이주한 주민이 많아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반면 초읍동은 60대 이상 인구 비율이 35.1%(2019년 7월 기준)로 높은 편으로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하다. 서 후보의 선거사무소도 초읍동에 자리잡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양쪽 지역의 표심 결집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나성린 후보가 김영춘 후보보다 3598표를 더 얻어 당선됐다. 부암·당감동에선 김영춘 후보가 1000표가량 앞선 반면 초읍동에선 나 후보가 2000표가량 더 얻었다. 민주당이 승리한 20대 총선은 달랐다. 나 후보는 초읍동에서 800표 앞섰지만, 김 후보는 부암·당감동에서 2200표를 더 많이 받았다. 두 후보의 최종 표차는 2853표였다. 통합당 관계자는 “우리당 분위기가 나쁘지 않던 18·19대 때는 부암·당감동에서 투표 열의가 적었고, 20대 때는 분위기가 반대였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쪽이 적극적 지지층을 투표장까지 불러들이느냐가 선거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다.

관전 포인트 2. 정근 무소속 후보, 보수 표심 나눌까

정근 부산진갑 예비후보가 11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정 예비후보는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에 반박하며 삭발식을 했다.[뉴스1]

정근 부산진갑 예비후보가 11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정 예비후보는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에 반박하며 삭발식을 했다.[뉴스1]

여야가 주목하는 변수 중 하나는 정근 무소속 후보다. 정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나성린 후보가 당 전략공천을 받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24.7%를 득표하는 만만찮은 저력을 보였다. 부산에서 유명 안과를 운영하는 의사로, 인지도도 높고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이다. 정 후보는 이번에도 통합당 후보로 나섰다가 전략공천을 받은 서 후보에게 밀렸다.

지역에서는 정 후보가 완주해 19대 총선과 비슷한 득표율을 얻을 경우엔 서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서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하기 때문이다. 통합당 지지층 사이에선 서 후보가 정 후보와 적극적으로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서 후보 측에선 “지역에서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서 승패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관전 포인트 3. '정권 심판론', 여당 싹쓸이 막을까

부산진갑 역대 선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산진갑 역대 선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산진갑은 14대 총선 이래 19대 총선까지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 보수 정당이 6차례 당선되는 등 여느 영남지역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PK의 민주당 전진기지가 됐다. 김영춘 후보가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2017년 대선과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부산시장-구청장)에서 민주당이 연승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국면 속에 현 정부의 대처가 국제사회에서 일부 호평을 받으며 약화됐지만 부산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다른 지역보다 힘을 받는 편이다. 젊은 층에서도 최근의 선거 흐름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역 주민 강호준(32)씨는 "젊은 층은 보수나 진보를 따지기보단 중립적 입장"이라면서도 "지금 문재인 정부가 일단 (분위기가) 안 좋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분위기를 몸소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젊은 층의 지지율보다는 지금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 후보 등록일인 3월 26일 부산 부산진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춘 의원과 미래통합당 부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부산진갑 선거구 후보 등록을 하면서 만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 후보 등록일인 3월 26일 부산 부산진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춘 의원과 미래통합당 부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부산진갑 선거구 후보 등록을 하면서 만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와 서 후보의 차이도 정권 심판론의 영향권과 밀접한 편이다. 김 후보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4년 11월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사 점거시위 배후로 지목돼 구속된 586 정치인의 전형이다. 다만 586 인사 다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반면 김 후보는 야당 총재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를 지내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총선에선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광진갑에 출마해 당선됐다가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참여하며 현 여권과 인연을 맺었다,

서 후보는 부친을 이어 회사를 운영한 경영인 출신이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해운대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재보선에서 부산 해운대-기장갑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4선 의원을 지냈고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부산시장이 됐다. 4선 의원이지만 경제학 전공에 구청장·시장 경험 등으로 정치인보다 행정가 이미지가 강하다.

특별취재팀=유성운·손국희·이태윤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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