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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명대사]배우 양희경 “사지육신 멀쩡하고 아무 일 없는 것만도…”

중앙일보

입력

“살면서 사지육신 멀쩡하고 아무 일 없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그걸 모르고 평범한 날들이 하찮은 날들인 줄 알고…”

[내 인생의 명대사]

TV 드라마 속 익숙한 얼굴, 배우 양희경(66)의 ‘내 인생의 명대사’는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오늘의 상황에 맞춘 듯했습니다. 지난해 그가 할머니 역으로 출연한 연극 ‘안녕, 말판씨’의 한 대목이지요. ‘말판씨 증후군(Marfan Syndrome)’으로 딸을 잃고 이제 또 손녀까지 잃게된 할머니는 평범한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절하게 전합니다. 해마다 피었던 봄꽃이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요즘에서야 우리 모두가 깨닫게 된 진리 아닐까요.

1975년 데뷔, 45년 연기경력의 양희경은 정확한 발음으로 빠르게 대사를 소화해내는 데 특별한 장기가 있습니다. 그래서겠지요. 그는 “드라마에서 늘 천편일률적인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런 그에게 돌파구가 돼준 존재가 연극입니다. 드라마에서와 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극을 그는 ‘본향’에 비유합니다. “여기(연극)에서 충분히 엄마 밥 잘 먹고 잘 쉬고, 그리고 또 생활전선(드라마)에 뛰어들어가 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면서요.

드라마 출연 사이사이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그는 또하나의 ‘내 인생의 명대사’도 연극 출연작에서 찾아냅니다. 로맹 가리 원작의 ‘자기 앞의 생’에서 유대인 보모 로자 역을 맡아 전했던 두려움에 대한 대사입니다. 평생 건강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는 그는 “하밀 할아버지는 두려움은 우리의 동맹군인데 그게 없으면 어떡하겠나 하셨지”란 대사에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두려움이 무조건 우리한테 악이 되거나 해가 되는 건 아니다”는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서 삶을 헤쳐나갈 용기와 자신감이 고스란히 읽힙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영상=조수진ㆍ왕준열ㆍ여운하, 그래픽=우수진

내 인생의 명대사

배우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명대사입니다. 작품의 울타리를 넘어 배우와 관객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명대사를 배우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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