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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언박싱]여야 사령관의 결전…부산진갑에서 누가 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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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총선 언박싱(unboxing)-더비’는 제21대 총선에서 화제의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와 속사정, 중앙일보만의 깊이있는 분석 등을 꼭 집어 정리해드립니다.

부산진갑에서 누가 웃을까. 이번 총선의 최대 요충지가 PK(부산ㆍ경남)라는 점은 여야 모두 똑같은 생각이다. 그중에서도 부산진갑은 부산 지역의 승패를 가늠할 척도로 여기진다.

19ㆍ20대 선거에선 3%포인트 남짓의 득표율 차로 승패가 갈렸다. 19ㆍ20대 선거는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의 리턴매치였다. 1승 1패의 호각세를 기록했다.
이번엔 야당의 장수가 바뀌었다. 4선 의원이자 부산시장 출신인 서병수 후보가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섰다. 중량감을 끌어올린 전략공천이다. 여당의 후보도 만만치 않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3선 중진이자 현역 의원인 김영춘 후보다. 둘 다 양 당의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총지휘하고 있다. 그런 만큼 두 후보의 승패는 단순히 부산에서 1석을 더하고 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우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지난달 30~31일 혈투를 벌이고 있는 두 후보의 선거 유세현장을 찾았다.

여당 부산사령관 김영춘, "부산 과반 이상이 목표" 

 31일 부산진구의 한 상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성룡 기자

31일 부산진구의 한 상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성룡 기자

“뽑아달라고 할 때만 오십니까. 정치인들이 뽑고 나면 획 돌아가고…(웃음)”

“자주 들르겠습니다. 허허”

31일 오후 3시 부산 부전역 앞 새싹로 상가, 한 냉장고 수리업체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하는 김영춘 후보에게 40대 여성이 ‘돌직구’를 날리자 김 후보는 웃어넘겼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옆 가게에 들어선 김 후보가 “안녕하세요. 김영춘입니다”라고 인사하자 50대 여성은 “저번에 민주당에서 5명 됐는데 이번에 더 돼야지예”라고 덕담을 건넸다.

미싱방에서 일하던 한 20대 여성은 “저 (부산)진구사람입니다”라고 반가움을 표시했고 김 후보는 “아이고 그렇습니까. 건강하십시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들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한 쌀가게 주인(50대 남성)은 김 후보를 외면하며 명함 받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대체로 50대 이상 남성 사이에선 냉기가 흘렀다. 또 다른 50대 상인도 김 후보가 인사하러 오자 손을 내저으며 거부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지역주민 서모(61)씨는“지역 분위기는 (여당에) 별로 안 좋다. (김 후보가) 여당 국회의원으로 4년간 한 일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부산진구의 한 상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성룡 기자

31일 부산진구의 한 상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성룡 기자

김 후보는 부산에 ‘정권 심판론’이 퍼졌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로 지역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야당이 계속 고장 난 라디오처럼 정권심판 얘기를 계속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국민들도 다른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며 “위기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역시 정부가 일을 잘해야 하는데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비교적 일을 잘하고 있고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만만치 않게 비등했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으로는 교통난을 꼽았다. 그는 “부산진갑이 부산 한복판인데도 낙후한 지역이 많다”며 “교통난이 지역 숙원이기 때문에 저는 지하철 초읍선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후보가 맞붙는 선거인만큼 부산진갑의 승리가 부산 전 지역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그런 점에서 부산에서 어느 당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지의 바로미터가 될 것”라며 “부산진갑에 보수적인 유권자도 많지만, 저 김영춘에 대해선 인간적으로나 정치인으로서 미래를 기대하신다”고 자평했다.

야당 부산사령관 서병수, “부산 18석 전승도 가능”

 30일 오후 6시 부산진구청 앞 사거리에서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성룡 기자

30일 오후 6시 부산진구청 앞 사거리에서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성룡 기자

30일 오후 6시 부산진구청 앞 사거리.
퇴근길 유세에 나선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는 연신 판넬을 들고 횡단보도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판넬엔 ‘정치, 반성합니다’ ‘부산진구 책임집니다’ ‘기호2번 서병수’라고 적혀 있었다. 길을 건너던 시민 중 일부는 “힘내라”고 외치거나 “못 살겠습니다. 꼭 당선되이소”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다만 연령별로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유세에 50대 이상 중년 남성층이 호응을 드러낸 반면 20대 여성 두 명은 서 후보가 인사했지만 못 본척 스쳐지나가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후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서 후보는 이번 선거에 철저하게 정권 심판론으로 나서고 있다. 그의 선거 사무실이 자리한 초읍동의 한 건물에는 2~6층까지 차지하는 대형 현수막에 후보 사진과 함께 ‘문재인 심판’ 다섯 글자만 선명하게 붙어 있다.

부산 초읍동에 위치한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 게시물. 이태윤 기자

부산 초읍동에 위치한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 게시물. 이태윤 기자

서 후보는 선거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길거리에 나와서 시민들을 만나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어렵다’, ‘이번에는 바꿔야겠다’며 미래통합당을 통해서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정치공학적으로 부산에서 몇 석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무능한 문재인 정권을 반드시 퇴출시켜야겠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부산 18석을 전석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선 “부산 어딜 가도 현안을 꿰뚫고 있는 부산 전문가이자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한 경제 전문가”라고 어필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는 판교라는 도시가 있다고 하면 동남권에는 당감 글로벌 기업도시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치하겠다”고 공약을 말했다.

서 후보에겐 보수성향인 정근 무소속 후보가 변수로 꼽힌다. 이날 유세 도중 한 60대 남성은 서 후보에게 다가와 “정근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지 않겠느냐. 걱정된다. 표가 분산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정 후보는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준비했다가 서 후보가 전략공천으로 건너오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서 후보 측 관계자는 “혹시 보수표 분열이 생길까봐 주변에서 걱정을 하신다. 그래도 여론조사 등에서 앞서고 있고 지역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자신 있다”며 말했다.

특별취재팀=손국희ㆍ이태윤ㆍ유성운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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