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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고무신, 연아신발로 대박···'뉴트로' 타고 재기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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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 오리지널 프로스펙스. '잘 됐으면 좋겠어. 대한민국 오리지널'이 올 시즌 메인 광고 카피다. 사진 LS네트웍스

2020년 대한민국 오리지널 프로스펙스. '잘 됐으면 좋겠어. 대한민국 오리지널'이 올 시즌 메인 광고 카피다. 사진 LS네트웍스

그 시작은 ‘왕자표’ 고무신이었다. 법정관리까지 간 위기를 딛고 2000년대 ‘워킹화’ 시대를 연 프로스펙스 이야기다.

[한국의 장수브랜드] 33. 프로스펙스

프로스펙스를 만든 국제상사는 1947년 정미소를 경영하던 양태진 사장과 아들 양정모 상무가 부산에 설립한 고무신 제조회사 국제고무가 그 전신이다. 50년대 삼화고무, 태화고무, 동양고무(현 르까프)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72년엔 부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발 공장을 짓기도 했다. 이후 76년 국제상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국 상륙한 나이키에 ‘맞짱’  

기능성을 강조한 프로스펙스의 초기 광고. 사진 LS네트웍스

기능성을 강조한 프로스펙스의 초기 광고. 사진 LS네트웍스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내 신발 산업은 80년대 위기를 맞았다. 나이키 등 외국 스포츠 브랜드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다. 양정모 당시 국제상사 회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고, 장시간 토론 끝에 독자적인 국내 스포츠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글로벌 브랜드에 ‘맞짱’을 뜨겠다는 것이었다. 최초 광고 문구도 ‘우수한 국산품, 프로스펙스’였다. 당시 외국산을 선호하는 분위기에선 도전적인 문구였다.

프로스펙스는 '전문가(Proffessional)'와 '성능·사양(Specification)'의 영어 단어를 합쳐 줄인 말로, 프로 선수들이 착용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운 브랜드다. 81년 11월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에 1호 매장을 열면서 프로스펙스는 토종 스포츠 브랜드의 출발을 알렸다.

프로스펙스의 상표 수출 보도. 사진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의 상표 수출 보도. 사진 LS네트웍스

‘맞짱’ 전략은 통했다. 당시 젊은이들이 즐겨 입던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프로스펙스 세대’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최초’ 기록도 연달아 세웠다. 국내 신발업계 최초로 ‘Q’ 마크를 획득했고 현재 R&D 센터의 전신인 스포츠제품 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한 것도 최초였다. 86년 프랑스 대기업 싸택과 상표 사용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최초로 해외로 수출된 브랜드라는 기록도 썼다.

그룹 해체된 후 ‘전성기’ 아이러니

80년대 후반 1990 북경아시아게임을 앞두고 국내 최초로 만리장성에 설치한 프로스펙스 빌보드 광고. 사진 LS네트웍스

80년대 후반 1990 북경아시아게임을 앞두고 국내 최초로 만리장성에 설치한 프로스펙스 빌보드 광고. 사진 LS네트웍스

양 회장이 이끈 국제그룹은 한때 재계 7위까지 올랐지만,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강제 해체됐다. 이 때문에 양 회장은 대표적인 비운의 기업인으로 꼽힌다. 프로스펙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직후 전성기를 구가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나서면서다. 프로스펙스의 위기는 98년 금융위기와 함께 왔다.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프로스펙스는 2007년 LS그룹이 인수하면서 재도약에 나섰다. 대표 상품인 운동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걷기는 달리기와 다르다”는 데 착안해 러닝화와 차별화한 워킹화를 출시한 것. 치밀한 사전조사 끝에 성인 남녀의 약 24%가 정기적 운동으로 걷기를 즐긴다는 결과에 따른 것이다. 2009년 9월 워킹 토탈 브랜드 ‘W’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김연아 워킹화’ 100만족 판매 ‘대박’    

100만족 판매를 달성한 프로스펙스 연아라인. 사진 LS네트웍스

100만족 판매를 달성한 프로스펙스 연아라인. 사진 LS네트웍스

W 시리즈로 프로스펙스는 ‘워킹화’ 시대를 열었다. 2010년 종합광고회사 HS애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1000명)의 80%가 걷기 운동을 할 때 워킹용 전문신발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워킹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프로스펙스(41%)를 1위로 꼽았다. 2위인 나이키(17.5%)의 두 배가 넘었다.

2013년 출시한 ‘연아라인’은 누적 100만 족 판매를 달성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2015년엔 신발제품 분야에선 국내 최초로 KAS 인증마크를 획득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농구화 '헬리우스'. 사진 LS네트웍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농구화 '헬리우스'. 사진 LS네트웍스

워킹화는 계속 진화 중이다. 2017년 워킹화에 칩을 삽입해 걸을 때 발 각도, 좌우 균형, 보폭, 속도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 슈즈'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후속 제품인 '스마트 인솔'도 선보였다. 지난해 워킹화 10주년을 맞아 장시간 걸을 때도 발목과 무릎 등에 부담을 최소화해주는 ‘메타소닉’ 시리즈도 내놨다.

뉴트로 열풍에 ‘F’ 로고 되찾아  

프로스펙스 모델 성훈 화보. 사진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 모델 성훈 화보. 사진 LS네트웍스

연아라인 대박 이후 주춤했던 프로스펙스는 최근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최근엔 올해 39주년을 맞아 81년 출시 당시 썼던 ‘F’ 모양으로 브랜드 로고를 통합했다. 앞서 2017년 뉴트로 트렌드에 발맞춰 재출시한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라인에 F 모양 로고를 다시 선보인 바 있다.

10대에게 인기를 끈 어글리 슈즈 '스택스'. 사진 LS네트웍스

10대에게 인기를 끈 어글리 슈즈 '스택스'. 사진 LS네트웍스

2018년 9월 선보인 뉴트로 대표 라인 어글리 슈즈 ‘스택스’는 10대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10만족을 판매했다. 중·장년층 위주였던 고객 연령층이 10~20대까지 넓어졌다. 1995년 ‘농구대잔치’와 ‘연세대 농구팀’을 후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농구화 ‘헬리우스’를 지난 3월 재출시하기도 했다.

프로스펙스는 로우로우, 굿네이션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한편 여자배구팀(GS칼텍스)을 비롯해 당구, 배드민턴 등 생활스포츠 후원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10·20세대를 겨냥한 오리지널 라인업인 ‘뉴트로’ 상품군과 워킹화 라인업인 ‘테크니컬’ 상품군을 양축으로 삼아 ‘전 세대가 공감하는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가 되겠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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