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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집콕' 3040 지갑 활짝…인테리어 시장 키우는 스타트업들

중앙일보

입력 2020.04.04 08:00

업데이트 2021.09.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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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봄볕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이사철이 됐다는 신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가격리와 재택근무가 계속되면서 '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평소엔 잘 안보이던 흠결도 부쩍 눈에 잘 들어온다. 이런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인테리어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재택근무로 인테리어 관심 증가
30~40대 맞벌이가 주요 고객
“실용성보다 심리적 만족 추구”

아파트멘터리는 창업 5년차 주거 전문 인테리어 브랜드다. 평균 4500만원대 시공에 누적 300여건의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누적 투자액은 130억원. 윤소연 대표는 MBC PD로 9년간 근무하다 신혼집 셀프 인테리어를 계기로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했다. 아파트멘터리 고객의 90%는 부부 합산소득이 높은 3040 맞벌이 부부, 10%는 30대 이상 비혼주의자들이다.

윤소연 아파트멘트리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한남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소연 아파트멘트리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한남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 대표는 "수도권 33평 이상의 아파트를 매매한 3040 고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실용성보다는 심리적·심미적 만족을 추구한다"며 "평소 요리를 잘 하지 않아도 '예쁜 주방'에 투자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대부터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를 접하고 집을 꾸미는 데 익숙한 세대다.

급증하는 1인 가구도 인테리어 스타트업엔 새로운 기회다. 윤 대표는 "1인 가구인 비혼 고객은 집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며 "소득보다 지출이 적기 때문에 '최고급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집 안에 사무실, 플레이스테이션방 등 취미방을 마련해가며 본인만의 '케렌시아(안식처)'를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3040의 이런 성향만 인테리어 시장을 키운 것은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도 한몫했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 등이 계속되자 헌 집을 고쳐 새 집처럼 쓰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대 중반 이후 연식 30년 이상의 노후주택 비중은 30%를 넘는다. 이에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0년 41조원에서 2023년 약 49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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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을 팔다

4~5년 전부터 인테리어 시장은 '메기'들로 변화를 맞고 있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풀어보려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타난 것. 기존 인테리어 시장은 시공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정가 개념이 없는 탓에 추가금 요구, 자재 바꿔치기, 부실시공, 애프터 서비스(AS) 거절 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국소비자원에 2017년 접수된 피해 사례만 약 5000건이었다.

집닥맨 만족도 조사 [사진 집닥]

집닥맨 만족도 조사 [사진 집닥]

스타트업들은 모바일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쌓여있던 소비자 불만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시장점유율 1위 인테리어 중개·견적 정보 플랫폼 '집닥'은 고객 대신 공사 현장을 모니터링해주는 '집닥맨', 1:1 전담 견적 매니저 등 '안심패키지'를 운영한다. 집닥맨은 고객에게 현장 보고서와 사진 후기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고객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가 가장 만족한 집닥 서비스(62%)로 꼽히기도 했다.

집닥과 같은 O2O 중개 플랫폼인 '인스테리어'는 재무 적격성 검사, 대기업 거래망 평판 조회 등을 통해 국내 인테리어 업체 중 상위 10%만 입점시키는 전략을 썼다. 또 전문 보험사(서울보증보험)를 두어 계약 이행부터 AS까지 시공 전반에 걸친 보증서비스를 제공했다. 인스테리어는 10여년 간 한샘에서 일했던 황인철 대표가 퇴사 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한샘은 올해 1월 인스테리어를 인수했다.

인스테리어의 아파트 시공 사례 [사진 인스테리어 페이스북]

인스테리어의 아파트 시공 사례 [사진 인스테리어 페이스북]

'비교 견적' 비판도

반면, 집닥 등의 '비교 견적 서비스'를 비판하며 등장한 스타트업도 있다.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주변 시공사와 시공 사례를 보여주는 인테리어 지도 스타트업 '인지도'다. 인지도는 중개가 아닌 '정보제공' 플랫폼을 표방한다. 월 20만원의 시공사 광고비(지도 내 포트폴리오 등록비)가 수입원이다.

정우성 인지도 대표는 "비교 견적을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업체를 강제로 매칭하는 건 문제다. 고객이 A업체 시공사례를 보고 연락하면 중개 플랫폼이 B·C·D업체를 소개하는 식"이라며 "시공업체는 비용을 낭비하고, 일반 소비자의 선택권도 무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집닥 측은 "업체 지불 비용에 따라 고객을 차등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지역·예산·스타일에 맞춰 업체를 추천하는 것"이라며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몸집 불리는 스타트업들

요즘 뜨는 인테리어 스타트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요즘 뜨는 인테리어 스타트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인테리어 스타트업들은 '스케일업(규모 확대)' 경쟁 중이다. 초기에 집중했던 특정 시장에서 벗어나 타깃 소비자층을 확대하거나 중개, 커머스, 커뮤니티를 기존 사업에 추가하는 식이다.

집닥은 지난해부터 B2B 사업을 적극 확대 중이다. 르호봇(공유오피스)·컴바인넷(공유주방)·데어리퀸(패스트푸드)·토즈(스터디룸)와 업무 제휴(MOU)를 맺었다. 프랜차이즈 공간 사업자들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겠다는 것. 정보공유 커뮤니티로 출발한 '오늘의집'도 2016년부터 커머스 서비스를, 지난해부턴 시공업체 비교견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늘의집은 유저들의 인테리어 속 실제 제품의 구매링크를 거는 방식으로 커머스를 대폭 성장시켰다. [사진 오늘의집 캡처]

오늘의집은 유저들의 인테리어 속 실제 제품의 구매링크를 거는 방식으로 커머스를 대폭 성장시켰다. [사진 오늘의집 캡처]

한샘에 인수된 인스테리어는 O2O 중개에 커머스를 붙인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 리모델링 서비스 '리하우스'가 전문가 제안 풀패키지 인테리어를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였다면, 인스테리어는 고객이 컨셉과 디자인을 자유롭게 정하는 선택형 서비스에 강점이 있어 고객층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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