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사간다"더니···역학조사 받다 해외여행 딱걸린 한의원

중앙일보

입력 2020.04.04 06:00

경기도 평택시의 한 한의원에 근무하는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한의원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대구로 봉사활동 간다"며 지난달 휴업을 했는데 역학조사 결과 한의사와 간호사, 직원 4명이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고, 이들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제주국제공항 워킹 스루 진료소(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대상자가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제주국제공항 워킹 스루 진료소(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대상자가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3일 평택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50대 여성 A씨가 코로나19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택시 16번째 확진자다. 평택시 지산동에 있는 한 한의원에서 안내·접수를 담당하는 A씨는 지난달 20~23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부터 한의원으로 출근했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평택시는 A씨의 가족 1명과 이 한의원의 한의사, 간호사 등 4명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검체 검사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음성' 판정이 나왔고 오는 12일까지 자가격리됐다.

대구 봉사 다녀왔다더니 필리핀 해외여행 

하지만 역학 조사 과정에서 황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가 한의원 한의사와 간호사 등 직장동료 4명과 지난달 20~23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필리핀 여행을 가면서 환자 등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구로 봉사 갑니다. 3월 20일부터 23일까지 다녀올게요!. 화요일(24일)부터 정상진료합니다!"라고 알렸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저희 봉사 다녀왔습니다! 오늘부터 정상진료합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평택 16번째 확진자 이동 동선도 누락 

A씨로 인한 2차 감염까지 발생했지만 역학 조사 과정에서 동선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 B씨(평택시 18번째 확진자)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 B씨는 지난달 25일 A씨와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씨가 평택시와 경기도 역학조사관에게 진술한 이동 동선엔 B씨와 식사한 내용은 없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평택시엔 "해당 한의원과 A씨를 처벌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평택시 관계자는 "먼저 A씨가 자신의 동선을 고의로 누락한 것이 확인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지만 해당 한의원에 대해선 처벌할 규정이 없어서 고민"이라며 "당초 A씨와 접촉한 이들은 9명 정도였는데 동선 누락으로 접촉자 수가 11명으로 늘었고 한의원이 해외여행 후 바로 영업을 하면서 환자 등 총 42명이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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