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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어채, 부각탕수, 달걀찜밥…옛맛에 상상력 버무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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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호 24면

[이택희의 맛따라기] 한국인 첫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 상

조희숙 셰프(오른쪽)가 24일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에서 특별상인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상을 받자 서울 원서동 ‘한식공간’에 모인 행사 관계자들이 손뼉치며 축하하고 있다. 조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공간’은 34위에 올랐다.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는 14위, 김대천 셰프의 ‘톡톡’은 27위에 올랐다.(왼쪽부터) 신인섭 기자

조희숙 셰프(오른쪽)가 24일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에서 특별상인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상을 받자 서울 원서동 ‘한식공간’에 모인 행사 관계자들이 손뼉치며 축하하고 있다. 조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공간’은 34위에 올랐다.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는 14위, 김대천 셰프의 ‘톡톡’은 27위에 올랐다.(왼쪽부터) 신인섭 기자

‘한식 외길 37년. 전통 한식 조리법을 지키되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 홀로 닦은 심층 지식을 젊은 셰프들과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면서 한식 발전에 헌신했다.’ 서울 원서동 ‘한식공간’ 오너셰프 조희숙(62)씨가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 상을 받는 이유다. 심사하면서 요리를 맛본 외국인들은 “음식은 낯설지만 맛있다. 코스 진행 순서와 구성의 강약 밸런스가 좋다”고 평했다. 섬세하면서도 정교한 차림보다 선이 굵고 수더분한 모양과 스타일에 대해 친밀감을 보이기도 했다. 조 셰프는 “이국 사람들의 비평이 예리해서 놀랐다”고 경탄했다.

‘한식공간’ 오너셰프 조희숙씨 #여성 아닌 셰프로 산 지 37년 #어채 주재료, 흰 살 생선→전복 #고급스럽고 쫄깃한 식감 진화 #좋은 재료에 발효 양념 조합 덕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 상은 올해 8회째인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의 특별상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50 베스트’ 아시아 프로젝트의 일부인 이 상을 한국인이 받기는 처음이다. ‘베스트 50 레스토랑’에는 한국에서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14위), 김대천 셰프의 ‘톡톡’(27위)과 한식공간(34위)이 선정됐다.

요리 작가, 오래된 미래의 한식 등 찬사

두릅 숙회와 전복 어채

두릅 숙회와 전복 어채

시상식은 지난달 24일 오후 5시 ‘한식공간’에서 열렸다. 원래는 일본 사가현에서 아시아 전체 수상자들이 모여서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의 대표 입상자 레스토랑을 온라인 스트리밍 라이브로 연결해 약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여성이기보다 셰프로 살아온 날들, 나름대로 허투루 살지 않은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 여긴다. 개근상만 타본 사람에겐 벅찬 상이다. 남의 일 같다.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라는 상의 타이틀을 보고 ‘내가 여자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회에 젖었다.

1983년 당시 여성에겐 선망의 직업이던 가정 선생님을 하다가 누구나 꺼리던 현장 한식 조리사의 세계로 뛰어든 이후 37년은 일찍이 여성이 가본 적 없는 개척의 길이자 투쟁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와 그의 음식에 바쳐지는 찬사가 끝이 없다. 한식의 대모, 셰프들의 셰프, 요리 작가, 오래된 미래의 한식, 밑간의 끝판왕, 장(醬)의 조율사, 부각의 마술사…. 그의 음식은 어디서 본 듯하지만 먹어보면 새롭고, 내용과 표정이 늘 달라져 그 감탄도 새롭게 변화를 거듭한다.

달걀찜밥

달걀찜밥

“자는 시간 빼고는 요리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고 지난 세월을 회상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누구나 아는 전통음식의 틀을 벗어나 더 맛있고 새로운 요리를 해보려는 일념으로 살았다. 무엇을 먹거나 식자재를 보면 이걸 활용해 새롭게, 다르게, 누구도 생각지 못한, 자신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음식으로 창안할 수 없을까 늘 고민했다. 새롭게 해석해 ‘이렇게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놀라움을 끌어내는 것이 삶의 보람과 희열로 다가왔다. 그런 과정이 삶의 원동력이었고, 몸에 습관으로 배 오늘날 한국 대표 한식 조리사로 올라서는 데 든든한 밑천이 됐다.

기본 방법은 전통 한식을 바탕으로 변형을 시도하는 것이다. 궁중·반가·종가·향토음식과 북한음식, 그리고 옛 조리서에 기록된 음식들을 현대에 맞게 풀어낸다. 전복 어채를 그렇게 창안한 대표작으로 꼽는다. 궁중에서 흰 살 생선에 녹말을 입히고 데쳐서 숙회로 만들던 어채의 주재료를 전복으로 바꿨다. 더 고급스럽고 식감은 쫄깃하게 진화했다. 봄이라 두릅 숙회 같은 나물류를 어채에 곁들여 낸다.

부각탕수

부각탕수

대표작으로 꼽는 이유는 손님들 호응이다. “내·외국인을 통틀어 반응이 매우 좋다. 전통 조리법에서 재료만 바꾼 단순한 음식인데 드시는 분들이 무척 칭찬한다. 코스 메뉴에서 뺄 수 없는 음식이다. 음식을 오래 했지만 지난해 10월 운영을 맡은 ‘한식공간’에서 처음 손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전복 어채에 두릅 숙회 곁들여 내 군침

이번 봄 손님상에 나가는 새로운 요리는 ▶자신의 특기인 부각 4~5종과 오미자청 소스의 해물탕수를 어울린 부각탕수 ▶수란이 함께 나오는 전주 콩나물국밥을 먹다가 힌트를 얻었다는 달걀찜밥이 있다. 많은 사람이 맛에 감탄하는 이런 요리들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조희숙류(流) 한식’의 수작들이다.

‘조희숙 맛’의 원리에 대해서는 좋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도록 조리하는 것이 기본이고, 발효한 기본양념들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독특한 맛을 내는 한식 조리의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설명했다. 답은 상식적이지만 실전은 간단할 수가 없겠다. 세상에 널린 재료와 양념들 가운데서 제대로 고르는 눈부터 키워야 훌륭한 조리사가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조희숙 셰프의 창안요리 3선 조리법

1 두릅 숙회와 전복 어채
재료 두릅 1~2줄기, 전복 1미, 감자녹말 반 컵, 참기름 2분의 1작은술(사과즙 초고추장: 사과즙 원액 3큰술, 양조식초 2작은술, 조청 1작은술, 된장 2분의 1작은술, 고추장 2작은술)
만드는 법 ①두릅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식힌 다음 소금·참기름으로 밑간한다. ②전복은 껍질·내장을 제거하고 씻어서 되도록 얇고 넓게 포를 뜬 후 감자녹말을 고르게 묻혀 둔다. ③물이 끓으면 ②의 전복을 뭉치지 않게 흩트려 넣고, 전복이 떠오르면 약 30초 후에 건져서 얼음물에 넣어 식힌다. ④물기가 빠지면 참기름으로 가볍게 무친다. ⑤접시에 두릅과 전복을 담고 사과즙 초고추장을 끼얹어 낸다.

2 달걀찜밥
재료 달걀 1개, 밥 3숟갈, 다시마육수 달걀의 1.5~ 2배, 낙지다리 1개, 백명란젓 5㎝, 콩나물 50g, 소금 기호에 따라, 참기름 1작은술, 대파 5㎝, 실김 1큰술
만드는 법 ①달걀은 잘 풀어서 면보로 짠다. ②껍질을 제거한 명란젓을 조금 떼어내 달걀물에 섞고 30분(명란의 간이 달걀물에 배어 나오게)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을 넣는다. ③낙지는 살짝 데쳐서 자르고 대파는 둥글썰기 하고 채 친 김은 참기름소금으로 무쳐서 팬에 볶는다. ④콩나물은 짧게 잘라 찜 하듯 자작하게 물을 붓고 익혀서 식히고 국물은 달걀물에 합하여 이용한다. ⑤밥은 질게 지어서 소금·참기름으로 밑간을 한다. ⑥달걀물에 콩나물과 밥을 섞어서 그릇에 담고 김이 오른 찜통에 약 15분가량 찐 다음 낙지·대파·명란젓 등을 고명으로 얹은 후 약불로 5분가량 뜸 들이듯 쪄서 마무리한다.

3 부각탕수
재료 김부각 1장, 깻잎부각 2장, 돼지감자 부각 3장, 튀김기름, 새우 2미, 관자 반 개, 브로콜리 3잎(탕수 소스: 오미자청 2큰술, 녹말가루 1큰술, 소금 기호에 맞게)
만드는 법 ①찹쌀풀을 쑤어 식힌 후 김과 깻잎을 데쳐 펼친 면에 발라 말린다. (※찹쌀풀은 찹쌀가루를 멸치육수나 채수·생수 등에 1.5~2:1 비율로 풀어서 되직한 풀을 쑨 후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②돼지감자는 얇게 썰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 널어서 말린다. ③오미자청에 물녹말로 농도를 맞추어 탕수소스를 만든다. ④새우는 저미고 관자도 얇게 썰어서 팬에 살짝 지지고 브로콜리는 얇게 썰어 데친다. ⑤튀김 기름을 190도 정도에 맞추고 부각을 튀긴다. ⑥부각과 해물 등을 그릇에 담고 오미자 탕수 소스를 부어 낸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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