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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주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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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오즈의 마법사’(1939)의 도로시로 어린 시절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던 주디 갤런드.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 보였지만, 그의 인생은 쉽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혹독한 스튜디오 시스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 써야 했고,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으며, 젊은 시절부터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했다. 결국 그는 4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주디’는 배우 르네 젤위거를 통해 말년의 주디를 재현한다.

가끔은 어떤 순간을 기다리며 영화를 보는 경우가 있다. ‘주디’가 그렇다. 이 영화는 주로 무대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시기의 주디 갤런드를 보여준다. 무대 뒤에선 언제라도 부서질 것처럼 섬약해 보이는 주디는, 일단 무대에 올라가면 엔터테이너로서 놀라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여기서 우린, 그녀가 인생의 명곡이라 할 수 있는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순간을, 아마도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될 그 장면을, 계속 기다리며 영화를 보게 된다.

그영화이장면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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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그녀는 무대에 걸터앉아, 마치 관객들에게 말을 걸듯, 자신의 굴곡 많았던 인생 전체를 갈아 넣은 듯한 톤으로 노래를 부른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음악영화의 전형적인 신이지만, 그 상투성을 훨씬 넘어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건 주디 갤런드의 삶이 지닌 고통의 감정 때문이며, 그녀의 영혼마저 담아낸 젤위거의 ‘빙의급 연기’ 덕분일 것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