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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안철수…그의 마라톤 총선 유세는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것이 마라톤밖에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마라톤 유세를 결심하면서 측근인 A 씨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봉사 활동을 한 후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끝낸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400㎞ 국토 종주에 나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마라톤 국토 종주를 하는 당 대표는 그가 처음이다.

A 씨는 최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선거 운동에 제약이 있어 어떻게 유권자에게 다가갈까 고민하다 안 대표가 마라톤을 뛰겠다고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마라톤은 뛴 만큼 나아가는 정직한 스포츠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전국을 마라톤 종주하며 바람을 일으켰던 것처럼 그가 전국 종주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한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만 출마한다. 지역구 후보가 있으면 선거 벽보로 당과 후보의 얼굴을 알릴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불가능하다. 안 대표의 마라톤이 국민의당의 지역 유세인 셈이다.

현재 안 대표는 매일 30㎞를 뛰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가 42.195㎞임을 고려하면 그의 400㎞ 국토 종주는 마라톤을 10번 뛰는 고강도 체력전이다. 당 안팎에서는 안 대표의 체력 저하를 걱정한다. 또 거대 양당의 열띤 선거전에서 너무 동떨어진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국토 종주를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산단 도로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는 수도권을 향해 오전과 오후에 2~3시간씩 달리며 하루에 30km씩 이동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4.15 총선을 앞두고 국토 종주를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산단 도로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는 수도권을 향해 오전과 오후에 2~3시간씩 달리며 하루에 30km씩 이동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마라톤 조회 수 10만 넘어…"선거지원금 반납"

일단 안 대표는 끝까지 뛰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유튜브와 페이스북,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관심 끌기를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의 달리기를 생중계하는 공식 유튜브인 ‘국민 속으로’의 누적 조회 수는 10만회가 넘었다.

3일 차 달리기 중인 안 대표는 3일 선거보조금 전액 반납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당을 향해 “정당 선거지원금 440억원을 반납하고 그 재원으로 투표 참가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고 썼다.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이었던 지난 2일에는 정부의 온라인 개학 발표를 언급하며 총선에서 승리해 ‘교육 불평등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당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다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정체된 게 숙제다. 국민의당은 낮은 여론조사 지지율 탓에 오는 6일과 9일 개최되는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다. 이날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3월 31일~4월 2일 조사)에서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전주와 같은 4%로 집계됐다. (※만 18세 이상 100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안 대표는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당은 주목을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당 선거 운동원들이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안철수 대표의 대구 의료봉사 사진 선거 홍보물을 들고 거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선거 운동원들이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안철수 대표의 대구 의료봉사 사진 선거 홍보물을 들고 거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정성 있다" vs "정당정치 퇴보"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은 엇갈렸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혐오와 무관심이 만연한 상태에서 유권자와 접촉면을 늘리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신율 교수도 “밑바닥부터 훑겠다는 의지를 유권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당이 ‘언행일치 안철수’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만큼 선거 활동에서 안 대표만 보이고 나머지 비례대표 후보들은 실종된 상태”라며 “수술복을 입은 사진을 선거 운동에 계속 이용하는 것이나 마라톤을 생중계하는 것 모두 대표 1인에 기댄 시스템으로 정당의 체계화 측면에서 퇴행적”이라고 지적했다.

홍지유·윤정민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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