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中유니콘의 민낯···스타벅스 제친 '루이싱커피' 이유있는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루이싱 커피. 중국 기업 역사상 최단기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는 등 성공 신화를 썼던 중국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는 회계 조작 사건으로 한순간에 시총 6조원 이상이 날아갔다. [나스닥]

지난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루이싱 커피. 중국 기업 역사상 최단기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는 등 성공 신화를 썼던 중국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는 회계 조작 사건으로 한순간에 시총 6조원 이상이 날아갔다. [나스닥]

'중국 역사상 가장 빨리 유니콘이 된 기업',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하루에 새로 여는 점포 수 8곳(스타벅스는 1.7곳)'… . 2017년 여성 창업자 첸즈야(錢治亞)가 세운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 커피(瑞幸咖啡)'를 수식하는 말은 화려했다.
그러나 2일(현지시간)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을 22억위안(약 3810억원)이나 부풀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룻밤 새 시가총액 6조원이 날아가며 몰락 위기에 처했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유니콘 기업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야?

· 루이싱 커피는 2일 미국 증시 개장 직전 보도자료를 냈다. 류지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임직원들이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매출 22억 위안을 부풀리고, 이에 따른 지출과 비용도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이 29억 위안(약 5000억원)인데, 이와 비슷한 규모를 부풀린 것이다.
· 루이싱 커피는 이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조사를 하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지난해 모든 실적 발표를 무효로 하고 조사 후 진짜 매출을 다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발표 직후 이 회사의 나스닥 주가는 한때 85%까지 떨어졌다. 이날 주가는 전날 대비 75% 떨어진 6.4달러로 마감했다. 폭락 전날 66억3000만달러(약 8조176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하룻밤 사이에 49억7000만달러(약 6조1290억원)가 날아갔다.

지난 6개월간 루이싱 커피 주가 추이. 매출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구글 캡처]

지난 6개월간 루이싱 커피 주가 추이. 매출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구글 캡처]

루이싱커피가 뭔데?

· 2017년 중국의 토종 커피 체인으로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 편리한 주문방식으로 서비스 출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8년 한 해에만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중국국제자본공사 등으로부터 4억달러(약 4931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중국 기업 역사상 최단시간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기업)이 됐다.
· 지난 1월 루이싱커피는 전 세계 매장 수 5000곳(중국 포함)을 돌파했다. 이미 지난해 중국에선 스타벅스(4300여곳)를 제쳤다.
· 승승장구한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창업 후 매달 평균 15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은 했지만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주지 못했다.

뭐가 문제야?

· 부실한 재무 구조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도, 회사는 끝까지 부인했다. 지난 2월 미국 투자 리서치 기업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루이싱 커피가 판매량, 판매 가격, 마케팅 비용 등을 조작했다"는 89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루이싱 커피는 이때도 "모든 내용이 조작됐다"며 반박했다.
· 루이싱 커피는 무료·할인 쿠폰을 수시로 뿌렸다. 파상 공세를 벌이니 점포 수 등 사업 규모는 금세 키웠지만, 내실은 없었다. 머디 워터스 리서치 보고서는 "루이싱 커피는 63% 이상 고객들이 커피 한 잔에 15위안(약 2600원)을 지불한다고 밝혔지만,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는 잔당 10위안(약 1700원)에 팔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 중국 경제 매체 신랑재경(新浪財經)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태로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어질 것이고, 루이싱 커피는 파산의 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공유 자전거 '오포'가 2018년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진출했을 때 당시 모습. 오포는 같은 해 연말 파산 신청을 하고,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서비스를 철수했다. [오포]

중국 공유 자전거 '오포'가 2018년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진출했을 때 당시 모습. 오포는 같은 해 연말 파산 신청을 하고,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서비스를 철수했다. [오포]

더 알면 좋은 점

· 중국 유니콘 기업의 추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설립돼 2017년에 유니콘 기업(시장가치 약 3조5000억원) 반열에 올랐던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는 2018년 말 파산을 선언했다. 중국 내 가입자만 1000만명을 넘었지만, 자전거 수리 비용이나 반환금도 감당하지 못했다. 또다른 공유자전거 업체 모바이크도 현재 한국·유럽 등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수익을 내는,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지 못했다.
· 중국 증권시보는 "루이싱 커피는 오포와 함께 중국 스타트업들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해외에 상장한 다른 중국 기업들도 루이싱 커피와 같은 회계 부정을 저질렀는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