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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에 끝…선생님이 슥 넣어준 '교과서 드라이브 스루'

중앙일보

입력

인천 영종고의 한 교사가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온 학생에게 교과서를 건네고 있다. 심석용 기자

인천 영종고의 한 교사가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온 학생에게 교과서를 건네고 있다. 심석용 기자

“3학년 6반 김○○ 학생 들어갑니다”

1일 오전 9시30분 인천시 운서동 영종고. 학교 정문으로 차량 한 대가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교사가 다가섰다.

운전자와 함께 탄 학생이 반· 이름을 말하자 교사는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길로 차를 안내했다. 이어 무전기로 이 학생이 탄 차가 학교 후관으로 간다고 전달했다. 차는 라바콘(도로에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콘 형태의 장비)이 놓인 길을 따라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

차가 멈추자 다른 교사가 나와 학생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확인이 끝나자 교사는 끈으로 묶인 교과서 꾸러미를 건넸다.

교과서를 받은 뒤 차량은 반대편 길을 통해 다시 학교 정문을 거쳐 나갔다. 이렇게 걸린 시간은 5분이 안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급

인천 영종고 멀티미디어실에는 학생들에게 배부할 새학기 교과서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심석용 기자

인천 영종고 멀티미디어실에는 학생들에게 배부할 새학기 교과서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심석용 기자

영종고는 지난달 30일 오전 '징검다리 협의회'(부장단 회의)를 열었다. 930여명의 학생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새 학기 교과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시차를 두고 운동장에 모이는 방법, 택배를 이용해 교과서를 집으로 보내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영종고의 선택은 드라이브 스루(Drive-Thru)였다. 학생이 부모님 차를 타고 와 교과서를 받는 방식이다.

1일 3학년을 시작으로 2학년, 1학년 학생이 순차적으로 교과서를 수령하기로 했다. 인원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학년별 인원을 오전· 오후조로 나눴다.

학생·학부모 만족스러운 반응 보여

드라이브 스루로 새학기 교과서를 받은 영종고 학생. 심석용 기자

드라이브 스루로 새학기 교과서를 받은 영종고 학생. 심석용 기자

어머니 차를 타고 교과서를 받은 3학년 김서형(17)군은 “드라이브 스루가 화제가 됐는데 직접 경험하니 색다르다”며 “반별로 시간을 정해서 오니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지도 않고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김군의 어머니(46)도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5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교과서를 수령하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영종도 밖에서 이 학교로 통학하는 3학년 이모(17)양은 “우리 학교는 드라이브 스루로 나눠주니 편하다”며 “주위 친구들도 부모님 차량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부모님 차를 이용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플랜B도 있었다. 이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별도로 마련된 공간을 찾아와 교과서를 받아갔다. 이모(17)군은 “부모님이 오기 어렵거나 기존 방식의 교과서 지급을 원하는 학생을 위한 배부 방식도 있다는 안내문을 받았다”며 “나는 학교랑 집이 가까워서 직접 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동선 안내. 사진 영종고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동선 안내. 사진 영종고

영종고는 3일 1학년을 상대로 교복도 이 같은 방식으로 배부하기로 했다. 교과서를 받은 뒤 바로 옆 급식실로 이동해 미리 맞춘 교복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국응상 영종고 3학년 부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 드라이브 스루 이용 사례를 인상 깊게 봤다”며 “회의에서 이 방법을 시도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만장일치로 결정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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