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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 코로나가 잡았다…홍콩 부동산 경기 '급랭'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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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은 어디일까?

명품거리로 유명한 뉴욕 5번가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홍콩 코즈웨이베이의 러셀 스트리트다. 적어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홍콩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 사태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6월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였고,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의 조셉 창 홍콩법인장은 올해 홍콩의 고급 주택 가격이 2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홍콩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6% 가량 하락했는데 거래량 자체도 많지 않다.

최근 홍콩 도심의 148㎡(45평)짜리 아파트가 2130만 홍콩달러(약 34억원)에 팔렸는데, 그나마 집주인이 자신이 산 가격보다 1000만 홍콩달러(약 16억원) 싸게 내놨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간 주된 이유는 관광객이 크게 줄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는 19만9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 이상 줄었다. 특히 연간 4억70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건 홍콩 관광산업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 1월 홍콩 소매업의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2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특히 관광업, 숙박업, 요식업 등 서비스업의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월 홍콩의 실업률은 3.7%로 9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불안해지자 보유하고 있던 고가 주택을 내놓는가 하면 임대 계약을 파기하는 세입자가 늘었다. 수요가 줄다 보니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출처 SCMP]

[출처 SCMP]

일부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비교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부동산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03년 상반기 홍콩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1% 떨어졌지만, 사태가 수습된 이후 급반등해 2003년 연간 주택 가격은 오히려 2002년보다 3.5% 올랐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03년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 건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자본력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홍콩까지 투자가 미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03년 7월을 기점으로 중국 본토인의 홍콩 개인 관광을 허용했고 홍콩 내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 요건도 완화했다. 이후 100만 명이 넘는 중국 본토인이 홍콩으로 이주했고 이들의 매수세가 홍콩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홍콩의 오래된 주택 단지(왼쪽)와 고급 아파트 [출처 셔터스톡, 블룸버그]

홍콩의 오래된 주택 단지(왼쪽)와 고급 아파트 [출처 셔터스톡, 블룸버그]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지원 사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중국과 홍콩 간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아서다.

대신 중국은 홍콩을 대체할 금융 도시로 선전을 키우려는 모양새다.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지정하고 2050년까지 글로벌 금융과 비즈니스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홍콩과 가까이 위치한 선전은 지난해 총생산(GDP) 2조4222억 위안(약 352조 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홍콩의 GDP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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