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머니] ELS는 도박?…‘knock-In’ 낙인에 출렁이는 돈 50조

중앙일보

입력 2020.04.02 06:00

지난해에만 100조원이 팔렸으니 국민 금융상품이라 할 만합니다. 주가연계증권(ELS) 얘깁니다. 그런데 ELS가 요즘 애물단지가 됐다네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영향입니다. 여차하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데 무슨 사정일까요?

#ELS는?

=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특정 지수에 연동된 증권이다. 만기까지 사전에 정해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정해진 수익률을 받는 파생상품 중 하나다.

=말은 간단한데 구조는 복잡하다. 일단 기초자산, 수익률, 만기 정도는 알아야 한다. 기초자산은 해당 ELS가 연계된 지수를 말한다. 코스피200이나 홍콩H, S&P500, 유로스탁스50 지수 등을 연계한 상품이 많다.

#매력은 있다

=ELS 만기는 대부분 1~3년이다. 만기와 조건을 충족하면 적금보다 수익률이 2~3배가량 높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횡보하는 장세에서는 꽤 유용한 투자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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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는 보통 6개월 단위로 미리 상환할 기회를 준다. 만기 3년, 연 5%짜리를 6개월 만에 조기 상환하면 실제 수익률은 2.5%(세전)다. 1년 6개월이면 7.5%, 만기를 채우면 15%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A라는 ELS를 보자. 기초자산은 홍콩H, S&P500, 유로스탁스50 지수, 만기는 3년, 수익률은 연 4.2%, 스텝다운형(6개월)이다. 조기 상환 기준은 95(6개월)-90-90-85-80-75(3년), 녹인은 45다. 이게 무슨 말일까?

=스텝다운형은 6개월 단위 평가일에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만기보다 빨리 원금과 수익을 받는 형태다.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환 조건이 계단처럼 낮아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월 1일에 샀고, 당시 지수를 100으로 가정하자. 첫 6개월 기준점은 95다. 6월 30일에 세 가지 지수 모두 95(5% 하락)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 상환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원리로 1년 뒤 90(10% 하락)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4.2%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다. 6월 30일에 세 가지 지수중 하나라도 95 아래에 있으면 조기 상환이 안 된다. 6개월 내내 95를 상회했더라도 기준일(6월 30일)에 95 아래면 안 된다. 12월 31일에도 지수가 회복하지 못하고 90 아래에 머물면 역시 조기 상환을 받을 수 없다.

#너무 불리한 거 아닐까?

=다행히 조기 상환 조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진다. 6번의 기준일 중 한 번이라도 기준점을 상회하면 중간에 돈을 찾을 수 있다. 계속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다 2년째에 상환 조건인 85(15% 하락)를 넘으면 원금과 8.4%(2년) 수익을 받는다.

=ELS엔 보통 녹인(Knock-In)이란 독특한 옵션이 있다. 수익과 손실을 결정하는 최저기준점이다. 녹인이 45인 경우 100에서 출발한 지수가 3년 동안 45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녹인을 한 번이라도 터치하고, 만기 때에도 기준(75) 아래에 머물면 손실이 난다. 지수가 60(40% 하락)에 머물렀다면 원금도 60%만 돌려받는다.

#ELS는 적금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최근 조기 상환 조건을 못 채운 ELS가 속출하고 있다. 발행된 ELS 중 아직 상환되지 않은 투자금이 50조원이나 된다. 일부 상품은 녹인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졌다.

=지금이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적다는 논리다. 일리 있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최근 수익률이 연 10%를 상회하는 ELS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ELS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낼 확률이 손실이 날 확률보다 높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또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중간에 환매하면 수수료를 낸다. 기초자산 수가 많을수록 손실 위험도 커지니 ELS만큼은 분산 투자가 미덕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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