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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헤비 댓글러' 123명…이 0.1%가 여론 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02 05:00

# 네이버 아이디 'nic1****'는 2012년 8월 가입 이후 네이버뉴스에 올라오는 기사에 3만 6253개의 댓글을 남겼다. 하루 평균 13개꼴이다. 이 이용자는 지난 20일 '“어쩜 그렇게 말씀을 잘하십니까” 고민정 돌려세운 문 대통령의 말(국민일보)'이란 기사에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와 촛불의 완성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시길"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이용자가 지금까지 받은 공감 수는 37만개다.

 중앙일보 '팩플'이 네이버뉴스 댓글러의 이용 행태를 분석해봤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팩플'이 네이버뉴스 댓글러의 이용 행태를 분석해봤다. [연합뉴스]

# 2016년 10월 네이버에 가입한 'rose****'는 3년 5개월 동안 댓글 1만 9826개를 달았다. 하루 평균 15.6개꼴.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보수 정권이 길을 잘 닦아놓은 덕분이다" "더불어망할당"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을 주로 쓴다. 21대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최근에는 하루 평균 40개가 넘는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팩플데이터] 네이버 뉴스 댓글 분석

이같은 네이버뉴스 '헤비 댓글러' 123명이 댓글 여론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개 이상의 댓글을 달았다. 중앙일보 '팩플'이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네이버 뉴스 정치 섹션에 등록된 기사 가운데 매일 조회 수 랭킹 1~10위에 오른 기사 128개(중복 제외)에 달린 댓글(35만9983개)과 댓글 작성자(15만315명)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 댓글은 이 기간동안 네이버뉴스 정치 섹션에 올라온 기사 댓글 전체(217만개)의 16.6%에 해당한다.

네이버는 지난 19일 뉴스 댓글의 악플·조작 논란을 줄이고자 사용자의 댓글 이력, 가입일, 전체 댓글 수 등을 공개하고 있다. 중앙일보 '팩플'은 이 정보를 토대로 네이버뉴스 댓글러의 이용 행태를 분석했다.

네이버 뉴스 댓글 작성자의 댓글 목록 공개. 19일부터 네이버 뉴스 모든 댓글에 적용됐다. [중앙포토]

네이버 뉴스 댓글 작성자의 댓글 목록 공개. 19일부터 네이버 뉴스 모든 댓글에 적용됐다. [중앙포토]

① 하루 댓글 10개 이상 '헤비 댓글러' 123명

· 분석 대상 댓글은 약 36만개, 그러나 이는 36만명이 쓴 게 아니다. 실 작성자 수는 15만 315명, 1인당 댓글 2.4개를 쓴 셈이다.
· 댓글을 쓴 15만여 명을 가입기간과 함께 분석해봤다. 가입기간 내내 네이버뉴스에 하루 평균 1개 이상의 댓글 단 사람은 1만 9788명이다. 전체 댓글러 15만명 중 약 13%인 이들 2만명은 '적극 이용자'다.
· 2만명 중에서도 가입기간 내내 하루 평균 10개 이상 댓글을 쓰는 '헤비 댓글러'는 123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댓글 작성자의 0.1%인 이들이 댓글의 점유율을 높여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 정용국 동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헤비 댓글러'에 대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들로 추론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으면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댓글을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유저의 하루 평균 댓글 작성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네이버 유저의 하루 평균 댓글 작성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② 누적 공감 709만개인 댓글러도

· 댓글에 붙는 다른 사용자들의 반응인 '공감'과 '비공감' 수는 댓글의 양 못지 않게 댓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 분석 대상인 36만개 댓글에는 총 251만개의 '공감'(193만개)과 '비공감'(57만개)'이 붙었다. 댓글 1개당 평균 7개의 반응(공감·비공감)이 달린 것. 36만개의 댓글에 달리는 댓글, 일명 '대댓글'도 10만개다.
·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러는 어떤 댓글을 썼을까. 네이버 아이디 'ilma****'가 주인공이다. 2016년 10월 네이버에 가입한 뒤 9644개(하루 평균 7.7개)의 댓글을 남겼다. 지금까지 받은 공감 수는 709만개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았다. 댓글 한 개당 735개의 공감을 받았다. 이 사용자가 쓴 '박사방 신상공개뿐 아니라 거기에 가입된 26만명 명단 전부다 공개하라'는 댓글에는 1만4600개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는 "자기 의견이 뚜렷한 사람은 타인의 댓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공감을 많이 받은 '베스트댓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댓글 분석

③ '공감 - 비공감'으로 댓글 여론전

· 댓글 목록에선 '따봉'으로 불리는 타인의 공감(좋아요)을 많이 받기 위해 여론몰이가 종종 일어난다. 특정 기사의 댓글 링크를 트위터 같은 SNS에 공유하며 ‘선플(공감)’, ‘역따(비공감)’ 대상 기사로 지정해놓고, 다른 사람들의 댓글 작성을 유도하는 행위다. 특정 집단이 동시에 움직여 단시간에 베스트 댓글 순위를 바꿔 여론몰이를 하는 '좌표 찍기' 방식이다. 공감 수가 많은 댓글일 수록 전체 댓글 목록 중 상단에 노출된다. 그만큼 여론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아진다.
· 그래서 네이버는 2018년부터 댓글을 최신순으로 노출할지, 공감이 많은 순, 또는 공감 수에서 비공감 수를 뺀 순 공감 순 등으로 노출할지를 각 언론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 '좌표 찍기'를 여론 형성의 한 방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용국 동국대 교수는 "(좌표 찍기가) 집회, 시위처럼 일종의 여론 형성을 위한 사회 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페미니즘, 극우 같은 극단적 여론몰이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댓글 작성자의 모든 댓글 목록을 공개한 19일에도 베스트댓글 공감/비공감을 유도하는 '좌표찍기'는 여전했다 [중앙포토]

네이버가 댓글 작성자의 모든 댓글 목록을 공개한 19일에도 베스트댓글 공감/비공감을 유도하는 '좌표찍기'는 여전했다 [중앙포토]

④ 댓글 많이 달수록 공감도 많이 받는다

· 분석 기사 128개에 단 댓글 중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을 작성한 사람은 133명(공동 1위 포함)이다.
· 이 중 30%(40명)는 네이버 가입 기간 내내 매일 1개 이상 댓글 쓴 '적극' 사용자다.
·  특히 이들이 쓴 댓글은 공감(좋아요)을 받은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댓글이 공감받은 비율은 74%로, 조사 대상 댓글러의 평균 공감받은 비율(69%)보다 높았다. 그만큼 댓글 여론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는 의미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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