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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10만명 채용…코로나 난리에 더 세진 빅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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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되던 지난 3월 미국 뉴욕 소재 아마존 직원이 트럭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되던 지난 3월 미국 뉴욕 소재 아마존 직원이 트럭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이전과 다른 세계에 살 것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지난달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의 일상과 시장, 세계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란 진단이다.
혼란 속에서도 성장기회를 잡는 기업들이 있다.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혹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불리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빅테크)이다. 이들의 서비스와 플랫폼 없이는 원격 근무도, 교육도, 쇼핑도 불가능하다. 인터넷이 수도·가스처럼 생필품이 된 뉴노멀(새로운 기준)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석달 주가로 본 한·미 테크 기업들 #아마존 감기약 판매량 9배 급증 #넷플릭스 접속 폭발, 주가 16% 뛰어 #“격리 언제 끝날지 몰라 더 호재” #페북·구글 실물경제 타격에 우울

넷플릭스 주가 전년 말 대비 16% 상승

넷플릭스 화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화면. [사진 넷플릭스]

아마존은 최근 창고직원 10만 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2월 20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아마존에서 일반 감기약 판매량은 1년 전 대비 9배가 늘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접속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스트리밍 품질을 일부러 낮춰야 할 정도다. 재택근무로 수요가 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MS는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지역에선 클라우드 사용량이 77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와중에도 빅테크 기업의 사업은 안정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더 번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요 기술 기업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주요 기술 기업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흐름은 주가로도 나타난다. 중앙일보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MS, 애플의 주가(지난해 12월 31일~올해 3월 31일)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 아마존, MS의 주가는 코로나19 와중에도 올랐다. 지난해말 323.57달러에 거래되던 넷플릭스 주식은 지난달 31일 375.5달러로, 16%가 올랐다. 아마존도 같은 기간 5.5% 상승했으며, 한때 15% 이상 하락했던 MS도 지난해 말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같은 기간 20%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상승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자택격리 중인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넷플릭스·아마존·MS 등에는 호재”라며 “한때 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식재료 배달 스타트업 ‘블루 에이프런’조차도 주문이 늘어 기업이 되살아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페이스북과 구글 등은 트래픽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각각 지난해 말 대비 18.7%, 13.2% 하락했다. 벤처캐피털 TBT 임정욱 대표는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광고도 줄기 때문에 광고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아무래도 주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여신 1조 증가 

한국 IT 산업도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룰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은 접속자가 급증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플랫폼(워크플레이스) 사용량은 코로나19 확산 전에 비해 5배 증가했다. 기업용 협업 도구인 라인웍스는 1월 20일(국내 첫 확진자 발생) 대비 3월 말 화상회의 사용량이 28배, 그룹 통화는 24배가 증가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많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지난해 말 1128만명에서 1201만명으로 늘었다. 14조8803억원이었던 여신액도 16조 7470억원으로 급증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1% 상승했으며 네이버는 8.9%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19.4% 하락했다.

라인웍스 화상회의 장면. [사진 네이버]

라인웍스 화상회의 장면. [사진 네이버]

비대면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견 기술기업들도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AI면접’으로 불리는 AI 역량검사 서비스 업체 마이다스아이티의 고객(기업) 수는 지난해 말 200여 곳에서 지난달 10일엔 300여 곳으로 늘었다. 게임과 문답을 통해 AI가 사람 대신 면접자의 역량을 측정하는 서비스다. NHN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는 2월 말 이후 매주 평균 100개 이상의 신규 고객사가 합류하고 있다.

50대 이상 장년층도 모바일 앱으로 식료품을 주문할 정도로 달라진 소비 패턴은 모바일 커머스 생태계 전반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배달 앱만 해도 '배달의 민족'의 최근 주문 건수(3월 9~22일)는 2월에 비해 8.16% 늘었다.

국내 주요 기술 기업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주요 기술 기업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공유경제나 여행 관련 IT 서비스들은 위기다. 랭키닷컴 집계(2월 첫째 주와 3월 넷째 주 비교)에 따르면 대한항공(-49.7%), 코레일톡(-43.1%), 에어비앤비(-35.4%) 등 관련 앱 접속량은 대폭 줄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글로벌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 기업으로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위기를 맞았던 애플마저도 애플TV플러스 같은 '서비스' 플랫폼으로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은 IT 대기업들은 현재의 제조업 공급망 위기를 고스란히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들은 내수 중심이라 이번 변화를 성장 기회로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당수 국내 기업과 대학들이 미국 스타트업의 원격회의 도구인 줌(Zoom)을 쓰는 등 소비자는 글로벌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변화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려면 국내 환경 변화와 함께 IT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서비스를 키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하선영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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