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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되는 코로나19 경제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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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산업1팀 차장

전영선 산업1팀 차장

‘이웃의 안녕이 곧 나의 안녕’.

요즘처럼 이 말이 수사(修辭)가 아닌 민낯의 사실일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전염성 강한 병 앞에서 나만 조심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혼자 손을 씻는 것으로, 우리집만 마스크를 확보하는 것으로는 방어가 되질 않는다.

같은 룰은 산업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설연휴(1월 24~27일) 이후 경제·산업 쪽에서 전해진 소식 중 좋은 일은 사실상 없었다.

물론 현재도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업종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엔 손님 뚝 끊긴 골목상권, 대형마트, 호텔이 가장 심각해 보였다. 대조적으로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배달이 몰려 제때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주목받았다. 한 유명 식자재 쇼핑몰은 “주문이 너무 몰릴 것이 무서워” 한동안 마케팅을 중단하기도 했다.

노트북을 열며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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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시작한 소비자가 늘자 배달애플리케이션도 바빠졌다. 주요 배달앱 거래액은 2~3월을 지나면서 20% 가까이 늘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근·2015) 때 쿠팡이 성장한 예를 들며 ‘코로나19 관련 유통 종목’을 기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아쉽게도 고난은 이제부터이고, 국면은 빠르게 변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각 기업은 직원에서부터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줄이고 있다. 근무시간 축소에서 시작된 노동시간 감소는 유급휴직으로 이어지더니 무급휴직도 속출 중이다. 직장인 사이에선 “올해 목표는 생존”이란 말이 나오는데, 엄살이 아니다.

급여가 줄거나 벌이가 없는 개인의 대책은 제한적이다. 대중적인 배달 메뉴인 치킨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사태 장기화로 인한 적신호가 왔다고 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치킨 핵심 소비층(20대와 1인 가구)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매출이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한 달 새 얘기다.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 증가도 아슬아슬하다. 판매 증가 주요 품목을 보면 식자재와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많다. 모두 손해를 감수하고 배달해야 하는 것들이다. 마진이 상대적으로 큰 가전제품, 의류 등은 고스란히 재고다. 건실한 수익이 줄어들면,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산업현장에서 코로나19 극복도 합심해 치뤄야 하는 단체전이다. 산업에서 코로나19 호재는 없다고 봐야하는 이유다. 사족이지만, 쿠팡의 2015년 성장은 메르스보다 막 시작된 직매입과 로켓배송, 10억 달러 투자유치에 기댄 것이다. ‘메르스 호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영선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