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팝에 안 어울리는 목소리” 편견 깨고 쑥쑥 자란 4옥타브 고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발표한 가수 HYNN(박혜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발표한 가수 HYNN(박혜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헬고음’. 4옥타브의 고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해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역주행에 성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신인 가수 HYNN(흰·박혜원·22) 얘기다. 지난해 3월 발매 당시엔 빛을 못 봤지만,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버스킹 무대와 라이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반년 후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11월 발표한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로 2연속 히트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보컬리스트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HYNN ‘시든 꽃에 물…’ 인기 역주행 #새 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 발매

지난달 31일 발표한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에선 지난 1년의 시간이 느껴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 사랑을 말한 꽃들이/ 시들지 않는 내 맘에”(‘당신이 지나간 자리, 꽃’)로 시작해 “시간이 유난히 좀 느리게 흐르고(…)피우다, 시들고, 다시 그리워하다”(‘아무렇지 않게, 안녕’)로 이어지는 감성은 ‘시든 꽃’의 답가마냥 자연스럽다.

발매 당일 서울 서소문에서 그를 만났다. “4단 고음이나 3옥타브 같은 걸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엔 솔#까지 욕심을 내봤어요. 고음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성대에 무리가 가면 안 되니 연습을 많이 했죠.” 본디 높은 음역을 타고나긴 했지만, 돌고래 고음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부단한 연습의 결과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그는 “고1 때 실기시험 꼴찌를 한 뒤부터 음정 연습을 쉼 없이 한다”고 했다.

음악은 드럼으로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척 오빠를 따라간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배우다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보컬을 시작하게 됐다고. 꽃 노래를 많이 불러 ‘꽃집 누나’로 불리는 그는 “그때 첫 무대를 마치고 유치원 선생님께 받은 프리지어 꽃다발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 덕에 볼 때마다 설레고 힘이 난단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항상 유치원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었거든요. 항상 저를 데리고 있어 주셨어요.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는 말끝마다 “운이 좋다” “감사하다”고 했지만, 2018년 연말 데뷔까진 험난한 시간을 겪었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연이어 나간 SBS ‘K팝스타’ 시즌 4~5에서는 그야말로 ‘통편집’됐고, 고3 때 도전한 Mnet ‘슈퍼스타K 2016’에서 톱3에 올랐지만 낮은 시청률로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유희열 심사위원이 해 준 “ ‘K팝스타’와 안 맞는 보컬은 맞지만 잘 다듬으면 정말 토속적인 발라더가 될 것 같다. 양파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한 조언에 따라 듣고, 연습했다고 한다.

이후 가수의 꿈을 접으려던 시기도 있었지만, ‘국민 코러스’ 김현아의 제안으로 ‘폴링 인 러브’(오성훈 작곡) 가이드를 녹음하게 됐고, 해당 곡이 드라마 ‘사의찬미’ OST에 수록되면서 곧 데뷔곡이 됐다.

한강의 소설  『흰』을 읽고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오직 내가 흰 것만 건넬게’란 구절에서 예명을 따온 그는 “‘흰’이라는 단어처럼 순수함을 간직하는 한편 흰 스케치북에 다른 색을 입히듯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YB의 ‘생일’이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까 이응준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얻고 만든 노래라고 해서 시집  『애인』을 찾아서 읽었어요. 저는 생각지도 못한 관점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지금은 비록 조금씩밖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저도 언젠가 제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지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