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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조교사 숨진 채 발견···부산경남만 8번째, 무슨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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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펼쳐지는 경마. 송봉근 기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펼쳐지는 경마. 송봉근 기자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조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05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설립된 이후 기수 4명과 마필 관리사 3명에 이어 조교사마저 극단적 선택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조교사 40대 A씨 지난달 30일 숨진채 발견 #지난달 26일 고 문중원 기수 죽음 관련 경찰 조사 받아 #유족 강압수사 의혹 제기…부산경찰 “그런 일 없었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 30분 경남 김해시 장유면 주택 인근 차 안에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조교사 A씨(45)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 몸에 외상 등 타살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고 문중원 기수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조교사 개업 심사 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를 마친 부산경찰청은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귀가시켰다. A씨는 문씨보다 조교사 면허 취득은 늦었으나 2018년 마방 배정심사에 통과한 인물 중 한명이다.

문씨는 지난해 11월 남긴 유서에서 자신은 7년 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마방배정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지지만, 갓 면허를 딴 조교사가 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으로 마방배정심사에 먼저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A씨가 문씨 사건으로 죄책감에 시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부산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후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 유족들은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마 경기가 모두 취소되자 A씨가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지인은 “최근에 A씨가 관리하던 경주마 1마리가 죽었고, 경마 경기도 열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들어했다”며 “평소 동료들에게 조교사 업무 스트레스 등을 호소해 왔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부산경찰청은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A씨를 조사했고, 조사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없었다”며 “강압수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인을 분석하기 위해 1일 부검을 할 예정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또다시 구성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시민단체와 함께 대책위를 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앞서 문씨의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마사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공공운수노조 정찬무 조직국장은 “마방배정심사 공정성 강화, 기수 간 과도한 경쟁 완화, 기본소득 보장 등 제도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면서도 “또다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책위 명칭은 한국마사회 적폐청산대책위원회(가칭)로 정하고, 무소불위의 마사회 권한 축소와 근무 여건 개선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정 국장은 “오는 8일 대책위를 출범시키고 비극적인 일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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