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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축구 장슬기 "집안 봉쇄 2주째···마드리드 유령도시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페인 여자축구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1일 중단됐다. 마드리드 CFF에서 활약 중인 장슬기. [사진 SNM EO 인스타그램]

스페인 여자축구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1일 중단됐다. 마드리드 CFF에서 활약 중인 장슬기. [사진 SNM EO 인스타그램]

1일(한국시간) 스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8000명을 돌파했다. 확진자 9만명으로 중국을 넘어섰고,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다. 26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친척인 마리아 테레사(86) 공주가 사망했다. 수도 마드리드에는 조기가 내걸렸다.

스페인 사망자 8000명 넘어, 중국 추월 #마드리드 CFF 소속 장슬기 전화인터뷰 #"3월1일 리그 중단, 전국 봉쇄령 내려져 #팀원과 영상통화 홈트, 전 괜찮아요"

현재 마드리드에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 수비수 장슬기(26)가 거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천 현대제철을 떠나 스페인여자축구 마드리드 CFF 페메니노 소속으로 뛰고 있다. 국내팬들이 걱정하는 장슬기와 31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장슬기는 “지난 2월 제주에서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친 뒤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홈 경기장이 보이는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며 “지난달 1일 바르셀로나와 경기 후 리그가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 재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스페인 상황에 대해 장슬기는 “소속팀 훈련이 멈춘 뒤 외출을 삼가하고 정말 필요할 때만 잠시 마트를 다녀왔다. (지난달 15일) 스페인에 전국봉쇄령이 내려졌다. 밖을 자유롭게 다니지 않은지 2주가 넘은 것 같다”며 “그래서 스페인 상황이 어떤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다만 집 창문 밖을 보면 예전에 비해 지금은 아예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 마치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식료품, 의약품 등 필수업종을 제외하고 출근을 금지했다.

현재 스페인~한국행 비행기가 있는지 묻자 “아직까지는 가능하다고 들었다. 다만 비행기 티켓값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고 했다. 총선 재외국민투표가 가능한지 묻자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영국에서 만난 장슬기와 이금민, 지소연, 전가을. [사진 장슬기 안스타그램]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영국에서 만난 장슬기와 이금민, 지소연, 전가을. [사진 장슬기 안스타그램]

잉글랜드 여자축구에서는 지소연(29·첼시), 조소현(32·웨스트햄), 이금민(26·맨체스터시티), 전가을(32·브리스톨 시티)이 뛰고 있다. 장슬기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잠시 영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몸은 어떤지 서로 묻고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영국도 좋은 상황이 아니지만 스페인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항상 제 걱정을 먼저 해준다”고 말했다.

장슬기는 “매니지먼트(SNM EO) 관계자가 마스크도 구해주고, 필요할 때 연락하면 절 안심시켜준다. 자가격리 중이고 소속팀에 확진자도 없다"며 “전 괜찮아요. 걱정마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장슬기는 팀동료들과 단체 화상통화를 통해 홈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장슬기]

장슬기는 팀동료들과 단체 화상통화를 통해 홈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장슬기]

장슬기는 이름처럼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 중이다. 마드리드 CFF는 단체 화상통화를 통해 홈트레이닝을 한다. 장슬기는 “그룹으로 나눠 매일 오후 1시부터 한시간동안 홈트레이닝을 한다. 개별적으로 근력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집 1층 거실에서 콘을 세워두고 드리블도 하고, 리프팅을 하며 볼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장슬기는 “축구공이나 두루마리 휴지로 트래핑하는 ’스태이 앳 홈 챌린지’에 도전해봤는데, 너무 못해서 영상 올리는걸 포기했다”며 웃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스페인에서 지내고 있는 여자축구 마드리드 CFF 장슬기. 외출하지 않고 홈트레이닝과 함께 직접 요리를 하며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 중이다. [사진 장슬기]

코로나19가 심각한 스페인에서 지내고 있는 여자축구 마드리드 CFF 장슬기. 외출하지 않고 홈트레이닝과 함께 직접 요리를 하며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 중이다. [사진 장슬기]

홈트레이닝 외 시간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장슬기는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데, 오이무침과 떡볶이, 간장삼겹살이 자신있다. 스페인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워낙 빨라서 어렵지만 필사적으로 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어는 ‘아끼(aqui·여기)’다. 패스 달라고 할 때 쓴다”며 웃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장슬기는 소속팀에 빠르게 녹아든 상태였다. 계속 왼쪽풀백으로 선발출전했고, 왼쪽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도 겸했다. 동료들은 ‘장슬기’란 발음을 어려워해서 “얀”이라 부르고, 좋은 장면을 만들면 ‘부에나(buena·좋다)’를 외쳐줬다. 장슬기는 “같은팀 한국인 민성훈(32) 코치님이 선수들에게 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장슬기는 최근 마드리드 동료들과 다함께 박수치는 영상을 찍었다. 장슬기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 보내는 박수다. 함께 코로나를 이겨내자는 의미도 담았다”고 했다. 스페인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코로나19가 감소세다. 장슬기는 “스페인 분들도 한국을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스페인 의료진 뿐만 아니라 한국 의료진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장슬기는 팀동료들과 단체 화상통화를 통해 홈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장슬기]

장슬기는 팀동료들과 단체 화상통화를 통해 홈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장슬기]

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한국-중국전은 종전 3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장슬기는 “연기는 득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 늘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이라서 스스로 컨트롤하려고 노력한다”며 “중국도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새 감독님 부임 후 조직력과 동기부여가 좋아져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콜린 벨(영국) 감독은 최근 선수단에 ‘하루빨리 우리 모두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은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목표하는 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해서는 개개인 몸상태는 최고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당부의 편지를 보냈다. 장슬기는 “감독님이 소중한 편지를 써주신 만큼 우리도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장슬기는 “항상 절 걱정해주고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마저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 응원하며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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