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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워너, 영화·TV산업에 코로나 구호금 각 1억불…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좀비물 '킹덤' 시즌2는 전편에 이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넷플릭스]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좀비물 '킹덤' 시즌2는 전편에 이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넷플릭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전 세계 영화 촬영 현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세계 최대 영화 공장 할리우드도 타격이 크다. 할리우드영화산업노조(IATSE)는 지난달 17일 코로나19로 인해 제작 현장에서 실직한 노동자가 12만 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2주 전 수치다. 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해외에선 구호의 손길도 잇따른다.

코로나19로 영화·방송계에 실직 속출 #넷플릭스·워너 각 1억불 구호금 조성 #놀런 "영화관은 생활의 중요한 일부"

지난달 20일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가 코로나19에 타격 받은 영화·방송 종사자들을 위한 1억 달러(약 1200억원) 구호금을 조성한다고 선언한 데 이어 27일 워너미디어도 1억 달러 구제 기금을 약속했다.

영화는 제작 중단…CNN·HBO는 성황

지난달 27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워너미디어 CEO 존 스탠키는 직원 안내문을 통해 “우리는 고용인과 출연진, 크루, 지역 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많은 제작공정을 중단했다”면서 “이 기간 해당 종사자들을 돕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워너브러더스의 새 블록버스터 '원더 우먼 1984'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이 6월에서 8월로 밀렸다. [AP=연합뉴스]

워너브러더스의 새 블록버스터 '원더 우먼 1984'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이 6월에서 8월로 밀렸다. [AP=연합뉴스]

계열사 워너브러더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6월로 예정했던 ‘원더우먼 1984’ 개봉을 8월로 미뤘다. ‘매트릭스 4’ ‘신비한 동물사전 3’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 등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도 잇달아 연기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제목 미정 전기 영화는 매니저 역의 주연 배우 톰 행크스가 호주 촬영 중 확진 판정을 받으며 촬영이 중단 됐다. 행크스는 현지에서 치료를 마치고 지난달 27일 LA로 귀가했지만, 촬영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반면 CNN·HBO 등 일부 계열사는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지난달 27일 직원 안내문에 따르면 CNN은 3월 9일 이후 시청자 수가 미국에서만 하루 동안 132%, 프라임타임은 167% 증가했고, CNN 온라인판은 글로벌 순방문자 수가 하루 평균 5000만 명(지난해 평균치의 2배 이상)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뉴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다. 또 “HBO는 신작과 구작,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막론하고 케이블 시청자, 온라인 스트리밍 모두 증가했고, 워너브러더스 계열 콘솔·모바일 게임 모두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번 구호 기금은 이런 계열사 수입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워너미디어는 오는 5월 자사 콘텐트를집중 공급할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 출시도 앞두고 있다.

호황 맞은 넷플릭스도 고통 분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접속자 수 및 접속 시간이 크게 증가했다. [AP=연합뉴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접속자 수 및 접속 시간이 크게 증가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역시 고통 분담 차원에서 1억 달러 구제 기금 조성에 나선 것이다. 넷플릭스 최고 콘텐트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체된 영화계를 위해 1억 달러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기금 대부분은 전 세계 넷플릭스 작품 제작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지만, “보다 폭 넓은 영화·TV 산업 지원을 위해 기금 중 1500만 달러는 우리가 큰 제작 기반을 갖고 있는 국가들의 일이 끊긴 제작진과 배우 등을 위한 긴급 기금으로 비영리 제공할 것”이라 전했다.

워너·넷플릭스 기금, 한국에선…

이에 따라 넷플릭스 UK는 영국영화협회(BFI)와 영국영화·TV자선기금(Film and TV Charity Fund)에 코로나19 구제 비용으로 120만 달러를 전달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긴급 기금으로 할애한 1500만 달러의 일부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공영방송 BBC도 70만 파운드(약 10억원)의 구호 기금을 보태면서 정부 대책과 별도로 영국 전역의 영화·TV 산업 현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 및 프리랜서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

'킹덤' 시즌2에 깜짝 출연한 전지현. 넷플릭스의 이 한국판 좀비물엔 굵직한 스타가 대거 참여했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2에 깜짝 출연한 전지현. 넷플릭스의 이 한국판 좀비물엔 굵직한 스타가 대거 참여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는 영화관 수입이 80% 이상 급감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한국 입장에선 부러운 상황이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는 한국에도 지사가 있지만 양사의 이번 구제 기금이 나라별로 어떻게 배분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넷플릭스 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중단으로 피해 입은 분들을 지원하는 것이라, 그런 부분들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 본지에 전했다.

영국은 노조, 인도는 제작가들이 기금 보태

영국 배우 마크 라이런스는 영국엔터테인먼트산업노동조합 이쿼티(Equity)를 대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를 위협 받는 조합원들을 위한 기부금 마련에 앞장섰다. [이쿼티 트위터 캡처]

영국 배우 마크 라이런스는 영국엔터테인먼트산업노동조합 이쿼티(Equity)를 대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를 위협 받는 조합원들을 위한 기부금 마련에 앞장섰다. [이쿼티 트위터 캡처]

영국과 인도에선 코로나19 구호에 자진해서 팔을 걷어붙인 영화인들도 눈에 띈다. 18일 인도 매체 ‘인디아 투데이’는 영화 ‘당갈’ 제작자 시따하트 로이 카푸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인도제작가협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중단으로 타격받은 영화·TV·웹콘텐트 종사자를 위한 구호 기금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선 왕립셰익스피어극단 소속이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스파이 브릿지’(2015)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마크 라이런스가 총대를 멨다. 지난달 28일 영국 매체 스크린데일리에 따르면 라이런스는 영국엔터테인먼트산업노동조합 이쿼티(Equity)를 대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를 위협 받는 조합원들을 위한 기부금 마련에 앞장섰다. 앞서 이쿼티는 조합원들을 위해 100만 파운드 규모 구조 지원도 약속했다.

올해 예순으로 연기 경력 40년의 라이런스는 이쿼티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조합으로서 무대 안팎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우리 직업의 진면목을 보여줄 훌륭한 본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놀런 "영화관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부"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영국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은 최근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영화관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AP=연합뉴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영국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은 최근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영화관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AP=연합뉴스]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온 영국 출신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은 “영화관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부”라며 불황이 닥친 영화계를 돕자는 글을 지난달 20일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1924년 설립 이래 단 한명의 직원도 해고한 적 없는 미국의 유서 깊은 극장 체인 B&B씨어터가 코로나 19 사태로 최근 직원 2000여명을 해고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영화 하면 떠올리는 것은 스타, 스튜디오, 화려함 등이지만 영화산업은 극장 직원들, 티켓을 사는 것, 영화 광고와 화장실 청소까지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의회에 대해 “사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고려할 때 극장 공동체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우리 사회 삶의 필수 요소라는 것을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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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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