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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재개' 1년전 예견한 전문가 "美 Fed 다음 수는 주식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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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스타를 낳는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가 2008년 위기를 계기로 스타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번엔? 아직 인정된 스타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비경제적 요인이어서 경제 전문가가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다.

졸탄 포자 크레디트스위스 매니징디렉터는 미 중앙은행이 주식까지 사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졸탄 포자 크레디트스위스 매니징디렉터는 미 중앙은행이 주식까지 사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유력한 후보가 있기는 하다. ‘달러 유동성 위기’를 경고하며 ‘네 번째 양적 완화(QE4)’를 예견한 인물이 있다. 바로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졸탄 포자르 매니징디렉터(투자전략)다. 그는 지난해 9월 “달러 가뭄이 발생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QE4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졸탄 포자르 크레디트스위스(CS) 매니징디렉터 #달러자금 시장 위기를 지난해 경고한 분석가 #상황이 악화하면 Fed는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일본과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미 주식을 사들고 있다. #한국은행 등은 달러를 보험회사 등에도 공급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위기 때마다 변신해,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그의 예상대로 지난해 하반기 미국 뉴욕의 금융회사간 자금시장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달러가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엄습해 최근 몇 주 동안 패닉 증상까지 보였다. 이제는 달러 환율이 안정된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앙일보가 뉴욕에 머무는 그와 전화 인터뷰했다.

통화스와프론 달러 분수효과가 제한적이다

이제 달러 가뭄이 풀리는가.
“QE를 무기한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 등 15개 나라와 통화스와프(swap) 거래도 맺었다. Fed가 아주 강력한 조치를 하고 나섰다.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달러 가뭄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긴가.
“Fed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 나라는 주요 15개국이다. 모든 나라에 달러를 공급하기로 한 게 아니다. 신흥국 가운데 달러가 부족한 나라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통화스와프를 맺은 나라에도 달러 부족을 느낄 부문이 남아 있을 수 있다. Fed가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포자르와 인터뷰는 Fed가 신흥국이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을 이용해 달러를 조달하도록 한 31일(현지시간) 조치 직전에 이뤄졌다. 그가 말한 대로 “Fed가 창의적인 조치”를 내놓은 셈이다.

이제 달러 자금시장이 편안해질 듯하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Fed는 통화스와프를 맺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달러를 공급한다. 한국은행(BOK) 등은 자국내 시중은행을 통해 달러를 푼다. 달러의 분수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비은행 금융회사인 보험회사와 자산운용회사도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달러 자금을 빌려 쓸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자르는 월가 머니마켓(금융회사간 단기자금시장)의 스타다. 그는 시중은행 등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뉴욕 “RP시장에 달러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QE4가 실시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해 9월 발표했다. QE3의 급격한 축소 등이 이유였다. 그의 예상대로 RP마켓에 위기가 찾아왔다. Fed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RP시장에 뛰어들어 달러를 풀어야 했다.

Fed 총자산은 5조 달러를 넘어섰다

예측한 대로 달러 가뭄이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발생했다.
“분석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QE4가 지난 연말에 시작될 줄 알았다. 예상보다 늦게 이뤄졌다.”
Fed가 QE를 무기한 하기로 했다. 또 자회사 격인 기업어음매입펀드(CPFF) 등을 통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Fed가 처음 QE4를 발표할 때 내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채뿐 아니라 기업어음(CP) 등을 사줘야 달러자금 시장 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Fed가 시간 끌지 않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지난주에 Fed 대차대조표가 5조 달러를 넘어선 듯하다. 아주 공격적으로 돈을 퍼붓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온갖 방법으로 국채 등을 사들이고 있다. 그 바람에 총자산이 5조 달러를 넘어섰다(그래프의 단위는 백만 달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온갖 방법으로 국채 등을 사들이고 있다. 그 바람에 총자산이 5조 달러를 넘어섰다(그래프의 단위는 백만 달러).

실제 Fed 총자산은 지난달 24일 5조2500억 달러(약 6400조원)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자산은 4조1000억 달러 정도였다. Fed가 한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1조1500억 달러를 푼 셈이다.

Fed의 CPFF 등을 통한 자산매입을 어떻게 보는가.
“응급처방이다. Fed가 의회를 설득해 법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동성 위기는 뜻하지 않게 당신의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 결국 Fed가 CPFF 같은 펀드를 만들어 달러를 직접 공급하고 나섰다. 이런 대응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재무부와 협약을 맺고 재무부가 소방수로 나서 먼저 급한 불을 끄도록 하는 게 좋다.”

Fed  변신은 무죄! 초기엔 국채도 사들이지 않았다

Fed가 더 꺼낼 무기가 있을까.
“Fed가 정말 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CP 등 무보증 채권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주식을 사들이는 것일 수 있다.”
주식 매입은 중앙은행 역사를 바꾸는 일인 듯하다.
“일본은행(BOJ) 이 이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를 띤 주식이다. 스위스중앙은행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여차하면 주식을 사들이는 일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중앙은행 역할은 확대됐다.”
무슨 말인가.
“Fed가 1913년 설립됐다. 설립 직후엔 Fed는 유일하게 진성어음(real bill)만을 사들였다. 외상거래를 바탕으로 발행된 증서만을 사들인 것이다. 미 국채는 매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1차대전(1914년)이 터져  국채 매입에 나섰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Fed는 바뀌었다.”
이번 위기 이후 어떻게 통화정책이 정상으로 돌아갈지 궁금하다.
“무엇이 정상이란 말인가. 중앙은행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통념을 뛰어넘으며 진화해왔다.”

졸탄 포자르
헝가리 출신이다. 그는 미국 재무부에서 일하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들어갔다. 금융시장 정보를 모아 분석하는 일을 했다. Fed가 위기 와중에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사들이기 위해 펀드를 세울 때 실무를 책임졌다. 2015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영입됐다. 그는 헝가리 페치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 KDI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다. 기자가 요즘 월가가 주시하는 인물이 된 소감을 묻자 “(내가) 한국 교육산업이 낳은 최고의 수출품”이라고 농담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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