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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총선전 코로나 검사 막는다" 의사가 부른 조작 논란 [팩트체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 육군 1공병여단 장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자에게 행동수칙 안내문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 육군 1공병여단 장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자에게 행동수칙 안내문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검사를 안 하고, 아니 못 하게 하고 있습니다. 총선 전까지는 검사도, 확진도 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의심환자 가이드라인이 개정돼 폐렴이 보여야 검사가 되고, 그냥 하려면 16만원이 부담..."

병원 전문의 A씨가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그는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어려워졌다는 주장을 했다.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코로나19 환자 수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이 글은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변경된 지침도 '의사 판단' 강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의사 A씨의 주장은 맞을까. 우선 논란의 핵심에 있는 코로나19 대응지침(가이드라인)을 살펴봐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현재 적용중인 지침은 지난달 15일 개정된 7-3판이다. 여기에선 조사 대상 유증상자를 '의사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 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로 규정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대응지침 7-3판의 조사대상 유증상자 관련 정의. [자료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대응지침 7-3판의 조사대상 유증상자 관련 정의. [자료 중앙방역대책본부]

지난 2월20일 개정됐던 6판에선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였지만, 내용이 일부 수정된 건 맞다. 여기선 원인미상 폐렴 환자를 조사 대상이 아닌 의사환자(의심환자)로 분류했다.

A씨는 개정된 지침에 따라 CT(컴퓨터단층촬영)나 X선 검사에서 폐렴이 보여야만 진단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지침에 따르면 폐렴을 포함해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증세가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진단 검사가 가능하다. 의사 소견과 달리 환자가 진단 검사를 원하는 경우만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보건당국도 의사 소견에 근거해 진단 검사가 이뤄진다는 원칙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 의사들이 의심해서 검사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대표적 중증질환인 폐렴을 (지침에) 예시로 든 것"이라며 "의사가 판단해서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역학적 소견이 있고,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엔 검사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인천 지역 병원 전문의가 SNS에 올린 코로나19 관련 주장. [인터넷 캡처]

인천 지역 병원 전문의가 SNS에 올린 코로나19 관련 주장. [인터넷 캡처]

전문가들도 지침 규정에 '폐렴'이 들어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뀐 건 없다고 본다.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의료 현장에서 봤을 때 (문제 제기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압박이 없을뿐더러 지침이 일부 바뀌었다고 의료진이 움츠러드는 게 더 이상하다"며 "(지침) 문구 해석을 애써 할 필요가 없다. 의사가 코로나19 의심 소견을 내면 환자는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개입' 논란을 떠나 진단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있다는 지적은 나온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7판 지침의 '원인 미상의 폐렴 등'이라는 문구 그대로 보면 (진단이) 당연히 된다"면서도 "의사 소견만 명시한 6판에서 굳이 폐렴이 추가돼 오해할 부분이 있긴 하다. 이 때문과 지자체 등과 마찰이 생겼다는 (의사) 불만이 일부 접수됐다"고 말했다.

5일 오전 대구 영남대병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들이 검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채취한 검체를 밀봉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대구 영남대병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들이 검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채취한 검체를 밀봉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소보다 '불규칙성'에 가까운 검사건수

숫자로 드러나는 일일 진단건수도 통계 조작 논란을 해결해줄 실마리다. 7-3판 지침이 시행된 지난달 15일 이후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들여다보면 뚜렷한 감소세보다 어떠한 경향도 보이지 않는 '불규칙성'에 가깝다. 진단검사 건수의 일일 변동폭을 보면 날짜에 따라 1000~1만2000건을 오간다. 어느 날은 크게 늘었다가, 또 어떤 날은 적게 늘어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21일엔 전날 대비 검사건수가 1만698건 늘었지만, 다음날(지난달 22일)엔 4173건으로 증가폭이 확연히 내려앉았다. 반대로 지난달 23일 검사건수는 전날 대비 6192건, 지난달 24일은 1만470건 늘어나는 등 오름세로 급변했다.

나흘 동안 '롤러코스터' 타듯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사람 수가 오르락내리락한 것이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정부가 일부러 검사건수를 줄이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셈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쉬는 휴일(일요일)은 전반적으로 코로나19 검사 횟수가 적은 편이다.

물론 통계의 함정도 있다. 최근 급증하는 격리해제(완치) 환자들에 대한 진단 검사, 유럽발 입국자 전수검사 수치 등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의료 현장의 검사 건수만 별도로 확인하기 어렵다. 보건당국이 검사 유형별로 따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단 검사 누적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31일 0시 기준 누적 검사 총계는 41만564건에 이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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