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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심으면 2만원”…충북, 영농철 봉사단 17만명 푼다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간 반면 세계적 유행 이후 입국 제한 등으로 신규 입국은 매우 어려워지면서 농어촌지역의 노동력 공백 사태가 심각해졌다.  사진은 봄 배추 정식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간 반면 세계적 유행 이후 입국 제한 등으로 신규 입국은 매우 어려워지면서 농어촌지역의 노동력 공백 사태가 심각해졌다. 사진은 봄 배추 정식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일꾼 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충북 보은군 수한면에서 대파와 호박·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강희만(59)씨는 오는 3일 파종을 앞두고 전전긍긍했다. 3300㎡(1000평) 규모 대파밭에 파종하려면 하루 40여 명의 일꾼이 필요한데, 사람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급했던 강씨는 지난달 말 보은군청에 일손 부족을 호소했다. 군은 보은장애인복지관과 협의해 봉사자 40명을 강씨 농가에 보내기로 했다. 강씨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다”면서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지연돼 4~5월 영농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일손 부족 현상이 가중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생산적 일손봉사 14만명→17만명 증원 #코로나19 여파 도심 유휴인력 확보 등 대책 #하루 4시간 일하면 수당 2만원…마스크 지원 #지자체 상황실 설치, 영농철 인력 수급 총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막히자 각 자치단체가 농가를 도울 일꾼 수급에 나섰다. 군청 직원이 참여하는 농촌 일손돕기 규모를 키우거나 대규모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국내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가족을 농가와 연결하는 시책을 도입한 지자체도 있다.

 충북은 17만명 규모의 매머드급 자원봉사단을 꾸린다. 1일 충북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행해 온 ‘생산적 일손봉사’ 사업을 올해 14만명에서 17만명으로 확대한다. 관련 예산은 34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5월 충북 영동군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캄보디아 출신 계절근로자들이 열매솎기를 하고 있다. 농장주는 ’이들이 없을 땐 경북 상주의 인력사무소에서 사람을 구한 적도 있다“고 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5월 충북 영동군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캄보디아 출신 계절근로자들이 열매솎기를 하고 있다. 농장주는 ’이들이 없을 땐 경북 상주의 인력사무소에서 사람을 구한 적도 있다“고 했다. [중앙포토]

 생산적 일손봉사는 개인이나 기관·단체 회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 하루 4시간 일하고 봉사 수당 2만원을 받는 사업이다. 수당은 충북도와 시·군이 절반씩 낸다. 참여자 모집은 각 시·군 경제담당 부서와 자원봉사센터가 맡는다. 이상미 충북도 생산적일자리팀 담당은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입국이 지연되면서 파종 시기와 적과 시기를 놓칠까 봐 걱정하는 농가가 많았다”며 “도시에 거주하는 유휴 인력을 농촌과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 등에 연결해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령·여성 농업인을 우선으로 지원하는 긴급지원반은 66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했다. 충북의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은 1004명이다. 도는 생산적 일손봉사자가 3만명 늘어날 경우 외국인 고용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원봉사자에게 지급할 마스크와 손 소독제 구입 비용 예산 4억원도 세웠다.

 충북 보은군은 군청직원 600여 명 등 산하기관과 사회단체 회원 등 3000명이 참여한 농촌일손돕기 행사를 5월까지 진행한다. 보은군은 베트남 하장성과 협약을 맺고 올해 110여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출국 금지 조처로 60개 신청 농가가 일꾼을 구하지 못했다. 20개 부서 직원은 그룹을 짜서 농가를 돕는다. 오는 24일까지 16개 농가에 1차 지원단 340명이 투입된다. 주로 복숭아 가지치기 작업과 사과 꽃 따기, 밭작물 파종을 돕는다.

농협 대전지역본부와 신탄진농협 임직원이 지난달 25일 충남 대덕구 용호동에 있는 감자재배 농가를 찾아 농촌 일손돕기를 했다. 연합뉴스

농협 대전지역본부와 신탄진농협 임직원이 지난달 25일 충남 대덕구 용호동에 있는 감자재배 농가를 찾아 농촌 일손돕기를 했다. 연합뉴스

 충남도는 ‘농업인력지원상황실’을 설치했다. 직원 31명이 생산자 단체와 농가를 대상으로 인력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를 돕는다. 전남 해남군도 농업인력지원 상황실을 설치하고, 4월 고구마·고추 파종, 5월 마늘·양파 수확 등을 중심으로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방문동거 자격(F-1 비자)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1500여명을 농촌에서 한시적으로 일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들은 4~6월에 계절 근로를 시작해 지자체가 정한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영양군은 F-1 비자를 소지한 결혼이주여성의 가족 등을 일손 부족 농가에 소개해주기로 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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