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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전문가 11인에게 21대 총선을 묻다

중앙일보

입력

차기 대권 주자에는 與 이낙연·이재명, 野 황교안·오세훈·안철수
선거 막판 최대 변수 ‘실언’… 코로나19·경기 침체로 투표율 영향받을 듯

4·15 총선특집 | 설문조사 #“원내 제1당은 초박빙 접전, 과반 확보 가능성은 범진보 다소 우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월 15일 서울시 선관위가 국회 앞에 내건 총선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월 15일 서울시 선관위가 국회 앞에 내건 총선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정된 선거법하에 치러지는 4·15 선거를 앞둔 여야의 셈법은 복잡하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코로나19가 각종 선거 쟁점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그러는 사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비례정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수 야당은 우여곡절 끝에 통합을 이뤄냈지만 좀처럼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정치권 이슈들에 유권자는 어지러울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떤 총선 결과를 예측할까. 월간중앙은 정치 및 선거전문가 11명의 예상을 통해 21대 총선을 가늠해봤다. 이번 설문은 기명을 원칙으로 했으며, 전체 혹은 일부 문항에 대해 익명 답변을 요청한 전문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21대 총선 최대 격전지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는 “차기 대선 후보군 지지율 1, 2위이며 사실상 민주당과 통합당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대결은 이번 총선에 대한 민심 게이지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총선 이후 대선까지 진행되는 정국 주도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가 맞붙는 곳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면서 “낙선할 경우에 향후 대선 가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본 종로 선거 결과는 ‘이낙연’의 여유 있는 승리였다. 전문가들은 ‘안정감과 통합을 내세우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기대가 클 것(채진원)’,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문 정부 평가 측면은 축소되고 전망적 투표로 전개돼 현 지지율 추이대로 결과가 나올 것(김관옥)’, ‘황 대표의 극우적 성향과 친박 이미지, 정치력 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종훈)’ 등의 이유를 들었다.

부산 부산진갑도 눈여겨봐야 할 승부처로 뽑혔다. 부산 부산진갑은 4선에 도전하는 김영춘 민주당 의원과 3선 이력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맞붙는다. 이종훈 평론가는 부산진갑을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선거구로 꼽았다. 그는 “조국 정국을 거치며 PK 지역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김 의원의 수성 여부가 관심”이라며 “통합당이 전략 공천한 서 전 시장은 원조 친박에 엘시티 관련 의혹까지, 민주당 입장에서는 적폐의 전형으로 야당심판론 프레임을 걸기에 최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총선 당시 김영춘 후보는 부산진갑에서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를 2.7%p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 의원의 4선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영춘 의원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 하락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천거 책임에 대한 민주당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훈 평론가 역시 “서 전 시장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PK 지역 전반에 퍼져 있는 정권 견제론을 김영춘 의원의 개인 역량으로 돌파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똑같이 5선에 도전하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과 주호영 통합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대구 수성갑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김부겸 의원의 수성 여부를 걸고 문재인 정부와 보수정당에 대한 TK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될 지역”이라며 “김 의원 입장에서는 개인 경쟁력과 문재인 정부의 상징성, 차기 대권 주자 반열 등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중요한 선거”라고 평했다. 김관옥 교수는 “‘인물론’과 ‘전통적 지지기반’의 대결로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봤다.

김부겸, 5선 고지·잠룡 도약 빨간불? 

2017년 6월 당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오른쪽)이 국회 바른정당 당대표실을 찾아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7년 6월 당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오른쪽)이 국회 바른정당 당대표실을 찾아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성갑 결과 역시 예측 불허다. 채진원 교수와 이상일 소장은 주호영 의원의 우세를 예상한 반면, 김관옥 교수는 김부겸 의원의 신승을 조심스레 점쳤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의 예측은 박빙 승부였다. 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 하락에 조국사태 이후 결집된 대구 민심이 미래통합당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 소장은 “김 의원의 ‘지역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빠르고 강하게 ‘부정여론’이 고조된 지역이 TK”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발병 후 집단감염 사태 등을 두고 여권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대구 민심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최근 흐름으로 볼 때 민주당의 수성 가능성은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관옥 교수도 “최근 대구의 반(反)문재인 민심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김 의원이 불리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역구를 옮긴 주호영 의원의 조직 기반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들며 “‘유력한 여당 정치인을 키우자’는 김 의원의 ‘대구 인물론’에 민심이 호응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점쳤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결하는 서울 광진을도 3명의 전문가로부터 승부처로 꼽혔지만, 여당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은 없었다. 오 전 시장의 우세를 예상한 이상일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고민정 후보가 갖는 정치적 중량감은 약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중량급’ 지역구 의원을 기대하는 민심의 벽을 넘기가 버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격전지로 서울 동작을(이수진 민주당 대 나경원 통합당)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선거 전문가는 “나경원 의원이 이기면 서울시장과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고, 이수진 후보가 이기면 대선주자급 여성 정치인을 이긴 3선급 초선의원이 될 것”이라며 “오차 범위 내 경합 지역으로 3%p 안팎 득표율로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선거는 매번 치열하다. 이번 총선은 특히 승패의 기준인 제1당을 향한 경쟁이 뜨겁다. 최근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 대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1당 탈환 의지를 불태웠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통합당에 1당을 내줄 수 없다”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뒤로하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특히나 원내 제1당이 가져오는 국회의장직의 파급력은 20대 국회를 통해 증명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역사의 가정이지만 20대 국회 전·후반기 국회의장을 민주당 의원이 맡지 않았다면 대통령 탄핵 소추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이뤄졌을지는 물음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1당은? 우열 가릴 수 없는 팽팽한 접전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제1당은 어디일까?

전문가 11인 설문 조사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전문가는 5인(이상일·이준한·채진원·최창렬·익명 전문가), ‘통합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 말한 전문가는 5인(김관옥·김민전·박명호·이종훈·익명 전문가)으로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판단유보(신율)도 나왔다. 이들은 모두 “초접전” 내지 “근소한 차이”로 제1당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123석)이 1석 차이로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된 바 있다.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예상한 이상일 소장은 그 근거로 여론조사와 코로나19를 들었다. 그는 “여야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과 통합당의 격차가 10%p 수준에서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여러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지표상으로 민주당이 우위에 있는 선거판 전체가 바뀌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의견 표출을 덜 한다는 점과 세대별 투표율 격차를 감안할 때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된다. 실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격차보다 좁혀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코로나 대응 및 파장 문제가 전체 사회이슈를 덮는 형국이 지속되면서 야당의 ‘선거 쟁점 부상’ 전략이 먹혀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민주당의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비례연합정당 연착륙을 민주당의 제1당 수성의 전제로 봤다. 이 교수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잘 정리하면 박빙이지만 1·2당 순서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최 교수는 “비례연합정당 이슈가 중도층의 역풍으로 작용하지 않고,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가 더해질 경우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진원 교수는 “수도권, 호남권, 충청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TK·PK에서 통합당이 이기는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압승을 기대했던 민주당이 이겨도 5석 내외의 신승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당의 제1당 탈환을 예상한 김관옥 교수는 “조국 임명부터 중도층 이반현상이 나타났고 검찰 개혁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개혁의 당위성보다 무리한 정권 보호로 인식되면서 민심이 악화됐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종훈 평론가는 “코로나19 사태를 비교적 잘 극복한다 해도 경제를 비롯한 다른 국정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면서 “야당심판론보다는 정권견제론이 조금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당의 근소한 승리를 점쳤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지역구 의석에서는 민주당이 통합당을 앞설 것으로 전망하지만, 비례의원까지 합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의석수가 앞서 결과적으로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의도에서는 제1당만큼이나 범진보와 범보수 중 어떤 진영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느냐도 관심사다. 과반 확보 여부에 따라 20대 국회에서의 ‘4+1 협의체’와 같은 위력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 안팎의 비판 속에서도 연합비례정당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범진보 세력의 과반 확보에 있다.

근소한 차이로 범진보 과반 가능성 다소 우세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 11인 가운데 6명(이상일·이준한·채진원·최창렬·익명 전문가 2인)은 범진보를 선택했다. 이들은 대체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과반 확보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익명의 전문가는 “정당 지지율과 비례대표 투표 정당 의향을 분석적으로 합산해봤을 때 민주당·연합비례정당에 정의당 의석수를 합하면 범진보진영이 근소하게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제1당 탈환을 예상한 전문가도 “연합비례정당 출범으로 범진보 진영이 과반이 될 것”으로 봤다.

이상일 소장 역시 “연합비례정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일정 부분 확보하고 사실상 민주당과 통합당의 일대일 구도인 지역구 선거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범진보 과반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면서도 “성향 분류상 범진보가 과반을 달성하더라도 정의당이나 민생당이 독자노선을 고수해 확보한 의석이 향후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연대세력으로 기능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총선 전과 같은 정책·입법 연대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범진보의 과반 확보를 조심스레 점친 최창렬 교수는 “불과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민주당 및 범진보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며 “보수·진보진영이 팽팽해졌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통합당이 약진했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범보수 과반 가능성을 택한 4인(김관옥·김민전·신율·이종훈) 중 한 명인 신율 교수는 “유권자들이 현 정권의 경제 정책이나 다른 정치적 문제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범 보수 진영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관옥 교수는 “매우 미세한 차이로 과반 진영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범진보정당(민주당·정의당·민생당)이 연합비례정당을 매개로 지역구 선거연대까지 도모하지 않는 한 범보수 진영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범진보와 범보수의 의석분포가 엇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권심판론이 우세해지는 상황이지만 대안으로 범보수가 자리 잡지 못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총선 패배 뇌관으로 작용할 요소로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 등으로 인한 중도층 이탈을 꼽고 있다. 익명의 전문가는 “조국 장관 사태로 범진보 진영이 분열됐고, 최저임금 인상 및 부동산 규제 등의 기존 경제 지표 악화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중도층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상일 소장은 “정권 출범 이후 범진보에서 민주당 친문으로 이너서클을 계속 축소하면서 큰 틀에서 대중 정치력 손실이 가속화됐다”며 “금융시장의 혼란에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추경 등 대증적 요법으로 일관하면서 경제 역량에 대한 부정적 평가 여론이 급속하게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교수는 “지난해 8월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와 같은 사안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는 태도는 중도 유권자들이 봤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통합당이 두루뭉술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들만의 진영 논리에 갇혀 사과나 인정을 하지 않는 모습은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는다.

대안세력이 되어야 할 야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관옥 교수는 “탄핵에 대한 반성 없이 보수 세력의 기계적인 통합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결국 ‘새누리당 시즌 2’라는 비판 속에 달라진 것 없는 인적 구성에 인물과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이준한 교수 역시 “대안 없는 정부 여당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만 지속하다 보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다크호스 부각 가능성… 야권에는 윤석열?

3월 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의 검체 채취를 위해 경기 가평군 평화연수원을 찾았다. / 사진:뉴시스

3월 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의 검체 채취를 위해 경기 가평군 평화연수원을 찾았다. /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어떤 진영이 과반을 차지하든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정쟁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양당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협치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다당제 염원이 담긴 20대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는 후반기로 가면서 ‘4+1 협의체’ 대 통합당의 양당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21대 국회 역시 소수 정당이 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결국 거대 정당의 위성 정당으로 전락하면서 양극단의 격렬한 정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창렬 교수는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처장 임명이나 선거법 개정 문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 등 각종 사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평론가는 “협치는 더 어려워지고 입법 성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문재인 정권이 레임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차기 대선 정국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답했다.

이종훈 평론가의 예상처럼 정치권은 총선 이후 2022년에 치러질 20대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총선을 통해 떠오를 여야의 대권 주자는 누구일까. 여권에서는 전문가 11인 모두 이낙연 전 총리를 꼽았다.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다면 범중도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확장력을 발판 삼아 유력한 대권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이하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꼽은 전문가도 4인이 나왔다. 이상일 소장은 “코로나19 대응 정국에서 전투적 활동상이 부각되면서 난국에 적합한 리더 이미지가 다시금 강화돼 총선 이후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봤다. 최창렬 교수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과감한 행정집행으로 이재명 지사가 여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확률이 높다”며 “민주당이 좋지 않은 선거 결과를 얻었을 경우 더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당선을 전제로 김부겸 의원(3인)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1인), 코로나19 국면에서 존재감을 보인 박원순 시장(2인)도 언급됐다.

야권 대표 대권 주자로는 황교안 대표가 전문가 7인의 선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종로 대첩’에서 승리한다면 보수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지더라도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채진원 교수는 “종로에서의 승리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약진이 이뤄진다면 보수통합의 명분과 성과가 부각될 것”이라며 “민주당에 맞서는 대권 주자임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명호 교수는 “패배하더라도 얼마나 어떻게 지느냐, 통합당의 총선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재기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관옥 교수는 “종로에서 낙선한다고 해도 통합당이 1당이 될 경우 책임론에서 벗어나 당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 야권에 대안적 후보가 없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봤다.

전문가 3인은 광진을 당선을 전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잠룡 도약을 점치기도 했다. 이상일 소장은 “국회 재입성으로 재기한다면 보수의 차기 리더로 전진 배치될 것”이라고 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꼽은 이종훈 평론가는 “황 대표가 종로 낙선 이후 대선주자로서 가치가 폭락하면서, 반사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범여권 대선 주자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황 대표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권 주자로 뽑았다. 배 소장은 “공수처 문제로 정쟁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큰 대립각을 보이면서 야권 잠룡 대열에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신율 교수의 경우 ”안철수는 세력이 없고 이재명은 친문이 아니기에 둘 다 대선후보로 등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거 막판 변수는… 자나 깨나 입조심 

코로나19의 확산 여부는 21대 총선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 여부는 21대 총선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선거 막판 변수로 ‘실언’을 꼽았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6명이 ‘말실수’가 판세를 가른다고 봤다. 신율 교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처럼 말실수는 민심을 순식간에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신 교수의 지적처럼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의 막말과 실언은 줄곧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다.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의 싹쓸이 전망도 나왔지만, 이 발언 이후 보수 세력이 결집하면서 결국 가까스로 과반을 얻는 데 그쳤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정태옥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으로 야권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과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5·18 폄훼’ 논란은 적잖은 후폭풍을 가져오기도 했다. 배종찬 소장은 “여야 정치권의 말실수로 최소 10석에서 최대 15석까지 판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초박빙으로 전개될 선거 국면에서 ‘말실수’는 제1당의 주인공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야도 공히 각별한 입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요소도 큰 변수다. 김관옥 교수는 “토로나19 사태가 악화된다면 통합당이 승기를 유지할 수 있지만 조기에 효과적으로 종식된다면 여권의 성과로 비쳐지게 될 수 있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발(發) 경제 문제도 복병이다. 이상일 소장은 “코로나19 자체의 문제와 경제 파장 이슈가 복합되면서 정부의 대응역량이 전방위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실물경제의 ‘올스톱’ 상황으로 인한 파장과 추경 효과 및 체감도 등 정부 평가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확대돼 선거 주요 변수로 작동할 전망”이라고 봤다.

현 상황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채진원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정치권 불신으로 투표율 하락이 예상된다”고 했다. 정치권 공식대로 투표율이 하락하면 야당에 유리하고, 특히 젊은 세대의 투표 불참이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종찬 소장은 “경제 문제에 따른 자영업·가정주부·화이트칼라 등 직업별 투표율과 함께 연령대별 투표율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김민전 교수는 “세대별 투표 성향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20대와 노년층의 투표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인식되는 20대의 정부 심판 여부와 함께 문재인 케어·노인 일자리 등 현 정부 복지정책의 최대 수혜 세대인 노년층의 표심 향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복지관 등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면서 “기존 투표 관행대로 보수 후보를 찍을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지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다.

북풍(北風) 여부도 관심사다. 이종훈 평론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거나 혹은 답방 계획이 선거 전에 발표된다면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야당에서 가장 경계하는 돌발 변수이기도 하다. 2018년 6·13 지방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모든 선거 이슈를 압도했다. 당시 한국당은 17곳의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2곳(대구시장·경북지사)에서만 승리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 도발이 나올 경우 여당이 불리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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