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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마약보다 중독 강한 설탕, 한국인 하루 먹는 양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24)

어린 시절 설탕 뿌린 토마토를 맛있게 먹은 추억이 있다. 맛이 덜한 토마토도 설탕을 넣으면 맛있게 느껴진다. 토마토뿐 아니라 음식 맛도 달라진다. 오죽하면 맛집의 비밀은 설탕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맛이 없다면 설탕이 답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설탕은 과연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할까. 우리의 실제 경험에 의하면 설탕은 먹는 즉시 반응이 나타난다.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솟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설탕은 그야말로 초특급 에너지 부스터다. 주체할 수 없는 활동력을 보인다. 좋은 말로는 에너지가 넘친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아이들이 대단하게 산만해진다. 이것을 반대로 이용한다면 어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은 방학이 길어졌고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활기차게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집 안에만 있는 아이들도 무척 답답할 것이다. 아이들을 달래볼 요량으로 설탕이 가득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빵, 과자를 준다면 그것은 부모들이 피곤해지는 추월차선이다. 몇 번의 설탕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고 우리는 설탕이 들어있는 음식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기 시작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설탕은 먹지 않을수록 찾지 않게 된다.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진다. 간혹 설탕 조절에 실패하는 날에는 아이들이 먼저 이야기한다. 설탕을 먹었으니 까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해하란다.

오후 나절에 당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이때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며 당 충전을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퇴근 전까지 그럭저럭 버티는 힘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과연 설탕의 이로운 역할이라 할 수 있을까. 설탕은 먹을수록 더 의존성이 높아지는 성분이다. 설탕 의존적인 몸이 되면 인슐린에 영향을 주게 되고 혈당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우리 몸은 더 자주 많은 설탕을 찾게 된다.

조지 맥거번 전 상원 의원은 ’인류가 현재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멸망한다."라고 강경하게 이야기했다. [사진 SDPB Radio]

조지 맥거번 전 상원 의원은 ’인류가 현재의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멸망한다."라고 강경하게 이야기했다. [사진 SDPB Radio]

1977년 미국의 상원 의원 ‘조지 맥거번(George McGovern)’은 미국인의 건강 상태가 날로 심각해지는 원인을 찾기 위해 전문가 280여 명과 함께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른바 ‘맥거번 리포트’다. 이 보고서가 제대로 세상에 알려졌다면 많은 생명을 구했을 텐데 아쉽게도 여러 부분이 가려지고 수정되었다. 그중에는 설탕에 대한 내용도 숨어 있다. 쥐에게 설탕과 헤로인의 중독성 비교 실험을 한 결과, 설탕의 중독이 헤로인보다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헤로인과 코카인에 중독된 쥐와 원숭이조차 설탕을 선택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식품기업에서 탐낼 수밖에 없는 원료다.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먹고 싶어지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맥거번 리포트’는 식생활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했지만 여러 산업의 로비 때문에 변질되었고 살코기를 많이 먹을 것과 지방이 적은 제품을 고르도록 강조했다. 지방을 줄인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해 식품업계는 설탕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그 양은 점차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설탕 섭취 권장량은 대략 각설탕 12개 분량인 25g이다. 이 권장량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대한영양사협회 실물 전시 지침서에 의하면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설탕 섭취량은 100g이 넘는다. 각설탕 50개 분량이다.

‘설탕 전쟁, 당하고 계십니까?’12세 아이가 자신의 몸무게만큼 설탕을 먹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SBS 스페셜]

‘설탕 전쟁, 당하고 계십니까?’12세 아이가 자신의 몸무게만큼 설탕을 먹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SBS 스페셜]

우리가 설탕을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 일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나는 설탕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판되는 많은 가공식품에는 다양한 이름의 설탕이 들어간다. 쿠키 한두 개와 음료수 한 병만으로도 하루 섭취량은 훌쩍 넘어간다. 우리의 몸은 이미 설탕에 길들여져 있다. 몸이 원하는 영양소가 아닌 거짓 칼로리로 당만 높이게 되면 호르몬 체계가 망가지고 교란된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얼마나 많이 먹고 있는지는 일상에서 인지하기 어렵다. 음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때문에 계속 먹게 되고 살이 찌게 된다. 건강과는 거리가 먼 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셈이다. 과연 이로 인하여 이득을 얻는 사람은 누굴까.

식품업계는 설탕이 독인 것을 알면서도 식품에 더 많이 넣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다큐멘터리 Fed up]

식품업계는 설탕이 독인 것을 알면서도 식품에 더 많이 넣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다큐멘터리 Fed up]

설탕을 완벽하게 피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절한 대처는 가능한 것 같다. 정제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줄이고 고도로 가공된 탄수화물을 줄일 수는 있다. 과일도 주스가 아닌 과일 그대로 먹으면 섬유질로 인하여 당 흡수가 조절된다. 몸에 좋으라고 일부러 과일 주스를 마시는 일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몸은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으니 물이 가장 좋은 음료라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혀가 좋아하는 것은 단 것이지만 인식을 하면 어느 정도 조절도 가능하다. 설탕을 대체하면서 인슐린의 영향에서 피할 수 있는 단맛에 대해 계속 알아가고 있다. 우리는 혈당을 올리고 뇌에 작용하는 설탕이나 여러 시럽 대신 천연 스테비아와 순수 나한과(Monk Fruit) 추출액으로 아이들 간식을 만들고 있다.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요즘, 비타민이 가득한 레몬을 짜 넣은 물 한 잔으로 답답한 몸과 마음의 갈증을 달래 보는 것도 좋겠다.

코코넛 밀크와 얼린 과일에 스테비아나 순수 나한과액을 넣어 갈면 시원하고 맛있는 스무디를 즐길 수 있다. [사진 강하라]

코코넛 밀크와 얼린 과일에 스테비아나 순수 나한과액을 넣어 갈면 시원하고 맛있는 스무디를 즐길 수 있다. [사진 강하라]

작가·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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