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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도 못뚫는 텔레그램 보안? 전문가 "난공불락 요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쫄고 있는 인간들, 텔레그램은 협조 절대 안 하니까 안전하다.”

”FBI에서도 포기한 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하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16일 검거됐지만,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오히려 경찰의 수사 역량을 조롱했다. n번방 운영자로 알려진 ‘갓갓’ 역시 “경찰은 나를 잡을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고 조씨 역시 검거 직전까지 피해자의 영상을 올리며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텔레그램, IS 테러범 정보 제공도 안해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페이스북 캡쳐]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페이스북 캡쳐]

이들이 자신감을 보인 건 텔레그램이 가진 보안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설립 목적 자체가 ‘검열받지 않을 자유’인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의 주커버그’라고 불리는 니콜라이-파벨 두로프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반정부 인사의 정보를 달라는 러시아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독일로 망명해 텔레그램을 설립한 배경에서처럼 텔레그램은 어떤 기관에도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특히 2014~2017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텔레그램을 의사소통창구로 사용했음에도 테러범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유명세를 탔다.

한국에선 2016년 6월 가수 박유천씨의 성폭행 의혹을 수사하던 강남경찰서 간부들이 수사 기밀이 새는 걸 우려해 텔레그램으로 소통 창구를 이관한 것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 “텔레그램, 난공불락 요새 아냐” 

대전여성단체 연합 회원들이 30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전여성단체 연합 회원들이 30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텔레그램 이용자들의 이런 맹신에 대해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텔레그램이 보안이 좋은 건 인정하지만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보안 메신저라고 해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취약한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폰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못 뚫은 걸 이스라엘 업체는 뚫었다. 결국 누가 더 좋은 실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 검찰도 30일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 A수사관이 사용하던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일 A수사관이 사망한지 4개월 만으로 구체적인 포렌식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A수사관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아이폰X(10)로 6개 숫자를 이용한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560억개가 넘는 경우의 수가 있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텔레그램에서 소위 ‘n번방’에 들어가기 위해 입회비를 냈던 점에 주목했다. 염 교수는 “가상화폐를 이용할 때 송신자와 수신자 주소가 있다. 입출금 내용뿐 아니라 요즘엔 가상화폐 거래 시 고객 신원인증(KYC)을 해야 해서 경찰이 이를 통해 연관 관계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주빈이 주로 ‘모네로’라 불리는 다크 코인을 통해 거래했기 때문에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금화를 위해선 거래소를 이용해야 하므로 자료가 남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정수사와 잠입수사 합법화 필요"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범죄를 사후에 따라가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제2의 텔레그램 사건을 막기 위해선 잠입수사와 함정수사가 합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에선 둘 다 불법으로 취급돼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구 변호사는 “사람들이 과속 감지 카메라 앞에서 과속을 안 하는 이유는 100% 찍히기 때문이다. 100% 검거된다는 공포심이 있어야 범죄자들을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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